이탈리아 레스토랑

서울시청 뒤에 자리한 뉴서울호텔. 도심 속 부티크 호텔로 변신중인 이 호텔 2층에 들어서면 근사한 침대가 하나 놓여 있다. 투명한 커튼 너머로 들여다 보이는 침대는 신비로운 객실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리고 그 뒷편으로는 테이블과 의자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공간. 이탈리아 레스토랑 ‘룸201’이다.

레스토랑인데 왜 ‘룸201’이라고 이름 붙여졌을까. 입구에서 훤히 보이도록 꾸며진 ‘침대와 객실’은 이곳이 ‘객실 201호’라고 상징적으로 말해 준다.

지난해 문을 연 이 레스토랑은 제법 오래된 호텔 이미지까지 바꿔놓고 있다. 바닥과 벽면에 대리석과 화강암, 고급목재가 사용된 실내 인테리어는 세련되고도 멋진 공간이 이 건물에 숨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던져준다.

보통 이탈리아 메뉴라면 먼저 생각나는 것이 스파게티. 하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은 쌀요리도 즐겨 먹는다. 스파게티와 같은 소스를 사용하지만 면이 아닌 밥으로 만드는 ‘리조또’.

이 집에서 가장 잘 나가는 메뉴 중 하나도 리조또다. 잘 지은 밥에 홍합과 새우, 쭈꾸미, 가리비까지 해물을 토마토 소스에 비벼 나오는 ‘토마토 소스 해물 리조또’는 밥으로 만든 ‘토마토 소스 해물 스파게티’ 맛 그대로다. 오징어먹물, 샤프란, 크림소스 등 4가지 종류를 맛볼 수 있다.

양파(어니언) 수프와 라자냐도 단골 고객들이 즐겨 찾는 메뉴. 보통 양파 수프는 양식을 좋아하는 이들도 아무 레스토랑에서 쉽게 시키지 못하는 음식인데 이 집에서는 대부분 맘놓고 시킨다. 치즈가 듬뿍 들어갔는 데도 전혀 느끼함이 없고 부드럽게 씹히는 양파에서는 달콤함이 우러난다. 한국의 만두에 해당하는 라비올리도 추천 메뉴.

얇게 민 밀가루에 치즈와 고기 등 각종 재료를 얹어 만들어내는 이탈리아 전통 파스타의 하나인 라자냐도 고정관념을 뒤엎는다. 아직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일반 뷔페식당에서 흔히 접하는 라자냐로만 입맛이 길들여져 있는 것이 현실. 하지만 고급 식자재들과 정성으로 만들어진 이곳 라자냐는 여러 재료들이 어우러진 풍부하고도 기품 있는 맛을 선사한다.

고기 메뉴 중에서는 ‘송아지 정강이찜과 샤프란 리조또’가 눈길을 끈다. 서양 사람들은 고기를 구워서만 먹는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우리처럼 고기를 쪄서 먹는 이탈리아 전통 음식이라 한국 사람들 입맛에도 맞다.

안심구이를 시키면 커다란 스테이크 조각이 2개가 나오는데 양이 적은 사람은 혼자 먹기에는 벅찰 정도. 모두 그릴에 구워 석쇠자국이 선명하다. 송아지 안심구이는 부드러운 버섯크림소스를, 소안심은 강한 향의 통후추소스를 끼얹어 나온다.

특히 이곳은 특이하게 죽 등 아침 식사도 제공한다. 호텔 객실 손님들을 위해 시작했는데 음식 맛이 좋다고 알려지면서 요즘은 인근 호텔 투숙객들이나 조찬 모임을 갖는 사무실 손님들까지 찾아와 예약을 할 정도다.

식사를 하다 보면 묵직한 나이프가 가로로 눕혀져 있는 게 아니고 세로로 놓여져 있어 이채롭다. 평균보다 긴 수저, 포크도 눈에 띈다. 독일 명품 테이블웨어인 ‘WMF’로 안주인인 이화일, 임현경 씨 두 모녀의 감각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임 씨는 미국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 영화 ‘벅스 라이프’ ‘스타워즈’ ‘토이스토리2’의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맡아 영화 자막에까지 이름을 올린 유명 애니메이터 출신이다.

메뉴 리조또와 스파게티 1만 3,000원부터. 수프나 샐러드는 7,000원부터. 스테이크는 3만 2,000원부터. 와인은 1만 7,000원부터. 1병에 4만원 이하 가격대의 와인들이 많다.

찾아가는 길 서울시청 뒤, 코오롱 빌딩 뒷골목 뉴서울호텔 2층. (02)735-9077




글·사진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