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매화

여름이 돌아오면, 언제나 머릿속에 펼쳐지며 마음을 설레게 하는 아름다운 꽃 풍광이 있다. 바로 백두산 산정의 고산초원지대이다.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서는 한해의 반이 겨울이다. 그러나 끝이 있을 듯싶지 않은 그 동토의 땅에도 뒤늦은 봄은 어김없이 찾아와 쌓였던 눈이 녹고 생명의 계절이 도래한다.

때가 되면 약동하는 자연의 힘을 거스르지 못하여 나무조차 살수 없는 백두산의 가장 높은 곳에서는, 한껏 키를 낮추고 혹은 갖가지 생존 전략을 가지고 모진 겨울을 이겨냈던 봄꽃들이 말 그대로 꽃대궐을 이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백두산의 꽃이라고 하면 조금 일찍 꽃을 피우는 노랑만병초나, 두메양귀비, 구름국화 만을 생각하겠지만 금매화는 유난스레 화려한 백두산 정상의 꽃무리 속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몇몇 식물들 중의 하나이다.

금매화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의 북부지방 그것도 깊은 산, 높은 곳에서만 자란다. 그래서 현재 이 식물을 보려면 중국을 거쳐 백두산에 가야 볼 수 있는 그런 꽃이다.

키는 사람 무릎보다 좀더 높이 자란다. 잎은 전체적으로 둥근 심장형이지만 3~4갈래로 아주 깊게 갈라지고 다시 각각의 잎 조각이 두세 번 갈라져 마치 가는 잎인 것처럼 느껴진다. 잎의 길이와 폭이 모두 6~12cm 정도인데 줄기에서 올라갈수록 작아진다.

한여름에 샛노란 색으로 피어나는 꽃은 지름이 3~4cm 정도로 비교적 큰 편이어서 참 아름답다. 정말 강렬한 노란색 꽃잎들은 포개어져 달리고 그 안에는 길이가 다소 짧은 수술들이 다복하게 많은데 수술이고 암술이고 꽃잎이고 할 것 없이 모두 노란색이다. 가을에 익는 열매는 골돌로 끝에 모여 달리는데 조금 끈끈한 느낌이 든다.

금매화에는 아주 비슷한 형제 식물들이 여럿 있다. 포태산, 낭림산 등 북한의 고산지대에 자라는 애기금매화(T. japonicus Miq.). 꽃잎이 수술보다 짧은 것이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물론 꽃의 크기도 다소 작다.

한자로는 산지금련화(山地金蓮花)로 쓰고 영어로는 재패니스 글로브 플라워(Japanese globe flower)로 부른다.

반대로 꽃이 금매화보다 큰 것이 있는데 이를 큰금매화(T. macropetalus)라고 한다. 꽃잎의 길이가 25~40mm정도로 길고 수술은 꽃잎 길이의 1/2정도로 짧다(금매화는 3/4정도로 짧다).

한자로는 장판금련화(長瓣金蓮花) 즉 꽃잎이 긴 연처럼 아름다운 황금색의 꽃이라는 뜻을 가지며 영어로도 꽃잎이 큰 특징을 나타내는 마크로페탈러스 글로브 프라워(Macropetalous globe flower)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전고원 같은 북부지방에서 자란다.

일부 기록에는 뿌리를 약으로 쓴다고 하는데 호흡기 감염, 편도선염, 인후염, 급성중이염, 급성고막염, 급성결막염, 급성임파관염, 주창, 종기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식물이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한 만큼 독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함부로 먹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가장 유망한 쓰임새는 아무래도 관상용이다. 실제로 유럽 등에서는 이 속 식물을 유망한 관상식물로 주목, 중요한 품종으로 개발해 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워낙 분포자체가 한정적이므로 그 잠재적인 가치에 비해 연구나 관심이 별로 없는 상태인데 절화, 군식 혹은 분식도 가능하다고 본다, 단, 고산성이므로 여름철 고온의 적응 등 몇 가지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므로 이에 대한 연구와 품종 개발 등은 앞으로의 숙제로 남아 있다.

금매화의 그 아름다운 꽃송이들을 우리 동네 공원에서도 만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금매화의 꽃말이 ‘꿈많은 소녀’라고 하는데, 멀리 지평선이 보일 만큼 높은 백두산 산정에서 눈 아래 펼쳐지는 드넓은 대륙으로 진출하고 싶은 꿈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도 백두산에 핀 그 꽃송이에서 꿈과 기개를 배워야 할 것 같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