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제 버거' 슬로우 푸드 햄버거

다진 소고기를 불에 잘 익혀 둥그런 빵에 넣어 먹는 햄버거. 고기와 빵, 거기에 야채까지 어우러진 그 맛은 어릴 적 기억되는 최고 메뉴 중의 하나다.

그러던 햄버거가 정크 푸드(Junk Food)로 지목받으며 추락한 지가 벌써 몇 해째. 건강에 좋지 않은 각종 식자재가 잔뜩 들어가 있다는 패스트 푸드(Fast Food) 논쟁에 휩싸이면서부터다.

예전에 먹던 그 햄버거 맛을 다시 볼 수는 없을까? 크라제 버거에서는 얼추 옛 맛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패스트 푸드가 아닌 슬로우 푸드(Slow Food) 햄버거를 내놓기 때문이다. 처음 청담동에 모습을 선보였는데 최근 이태원과 여의도에도 매장이 새로 들어섰다.

미리 만들어 놓은 재료들로 순식간에 만들어진 햄버거를 고객에게 최대한 빨리 제공한다면 그건 패스트 버거. 하지만 크라제 버거에서는 기다려야 한다. 주문 후 평균 10분 내외. 주문을 받아서야 햄버거 하나를 만들기 시작해서다.

접시에 얹어 나오는 이곳 햄버거는 보기에도 우선 키가 크고 두툼하다. 고기 패티가 두껍고 빵이나 야채도 미리 만들어져 눌려지지 않은 때문. 입을 크게 벌려 겨우 한 입 베어 먹어 보면 왠지 속이 꽉 차는 것 같다.

고기 패티에 뭐가 섞였는지 궁금해 들여다 보면 다른 재료가 잘 보이지 않는다. 고기 말고 다른 식재료가 전혀 들어가 있지 않아서다. 소고기 100%. 모두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살등심 부위만 사용됐다. 패티 1개의 무게는 120g, 웬만한 고깃집 고기 1인분 무게다.

그것도 냉장육이다. 보관 유통에 편한 냉동육은 아무래도 고기를 얼리다 보니 육질이 떨어지고 그만큼 값이 싸다. 반면 냉장육은 육질이 보존돼 값이 비싼 대신 더 고급으로 쳐 준다.

한동안 일부 패스트 푸드 햄버거 패티에 소고기 아닌 다른 재료가 사용된 적도 있다. 돼지고기나 닭고기, 심지어 밀가루까지 들어간 경우도 있었다는 것은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사실. 햄버거 값을 싸게 낮추기 위해 재료 비용을 떨어뜨리기 위해 일어난 일이다.

두툼한 빵도 평범하진 않다. 특별히 주문해 만든다는데 우유가 많이 들어가 부드러우면서도 속이 알찬 느낌이다. 양파와 토마토, 양상추, 피클 등 고기와 함께 얹혀져 있는 야채들은 신선도가 유지돼서인지 위 아래로 고기와 빵 틈바구니 사이에서도 여전히 숨을 쉬는 듯하다.

새콤달콤한 소스도 이 집 버거만의 전매특허다. 사골육수를 짜내서 과일과 고기 등 천연 재료들만으로 우려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집 버거는 웰빙 버거, 혹은 프리미엄 버거라고도 부른다.

메뉴 고유의 햄버거 맛을 느낄 수 있는 오리지날 버거는 생양파에 케첩과 마요네즈, 크라제 소스가 들어가 있다. 계란과 베이컨을 추가로 넣으면 더 부드럽고 담백하다. 바비큐 소스로 조리한 양파, 베이컨이 들어간 마티즈 버거도 인기 메뉴. 매콤한 칠리가 들어간 칠리 버거나 패티, 치즈가 두 장씩 얹혀진 더블버거, 두 가지 다른 패티가 들어간 쌍둥이 버거 등도 별미. 6,700원부터. 어린이용은 5,500원.

찾아가는 길 이태원점 (02)3785-1536 해밀톤호텔 좌측 20m, 여의도점 (02)785-1678 롯데캐슬 엠파이어 1층.




글·사진=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