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백운동 계곡 - 경기·강원 접경 고갯마루서 장 보고 갈비로 배 채우는 가족 피서지

한강과 임진강의 울타리 역할을 하는 한북정맥(漢北正脈)에 우뚝 솟은 포천의 백운산(904m)은 여름 한철을 보내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 백운산 북쪽의 광덕고개에서 발원해 서남쪽으로 흐르는 계류와 동쪽의 백운산에서 흘러나온 계류가 합쳐 이루어진 백운동 계곡 덕분이다.

수석 빼어난 계곡엔 서늘한 기운 감돌아

백운동 계곡 일대는 평균 해발이 400~600m에 이르러 땀이 솟을 새가 없는 데다가 10여km에 이르는 계곡 곳곳엔 짙은 숲이 드리워져 있어 한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물론 계곡 곳곳에 펼쳐진 수석도 맑고 깨끗해 풍광이 좋다. 무엇보다 물이 깊지 않아 어린이가 있는 가족의 안전한 여름 나들이 대상지로 적합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흥룡사(興龍寺) 상류에 위치한 선유담(仙遊潭)은 백운동 계곡에서도 최고의 절경지로 꼽히는 곳이다. 주변엔 학소대, 광암정, 금병안, 옥류대, 취선대 등 갖가지 모양의 기암괴석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열치열이란 말이 있듯이 계곡에서 피서를 하다가 백운산 산행을 곁들이는 묘미도 빼놓을 수 없다. 산행은 일반적으로 광덕고개 정상에서 시작한다. 이곳서 철계단을 올라 왼편 능선을 따라 오르면 억새 초원이 나온다.

완만한 경사의 산길을 타고 올라 몇 개의 봉우리를 넘으면 정상. 북쪽으로는 광덕산, 남쪽으로는 국망봉과 운악산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의 첩첩 산줄기가 선명하다. 하산은 서쪽의 능선길을 따라간다. 숲 짙은 산길을 내려와 계곡길을 따르며 흥룡사를 지나면 주차장이다. 약 4시간 소요.

▲ 광덕고개 정상에선 매일 장이 선다.

광덕고개는 ‘캬라멜고개’라는 특이한 이름도 갖고 있다. 이는 한국전쟁 당시 이 지역을 관할하던 사단장이 급경사로 굽이도는 광덕고개를 오를 때면 당시 차량운전병들에게 졸지 말라고 캐러멜을 주었다고 해서 유래한다는 재미있는 일화가 전한다. 또 굽이굽이 돌아가는 광덕고개의 생김새가 낙타의 등을 연상케 한다고 해서 미군들이 낙타의 캐멀(Camel)이라 불렀는데, 음이 비슷한 캬라멜로 변하게 되었다고도 한다.

한없이 고즈넉할 것만 같은 고갯마루엔 매일 장이 들어선다. 이른 아침 경기도와 강원도 산골에서 올라온 아주머니들은 저녁 늦게까지 더덕, 옥수수, 감자 등을 파는 것이다. 높은 고갯마루에서 시골의 5일장처럼 사람 냄새나는 흥정과 순박한 웃음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의외로 들르는 사람들도 제법 많은 편이다.

별미로 곁들이는 이동 갈비와 막걸리

백운동 계곡에서 피서를 즐길 때의 장점은 이동막걸리와 이동갈비라는 별미를 곁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막걸리가 금속제 탱크에서 숙성되는 것에 비해 이동막걸리는 예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항아리를 사용함으로써 미생물의 발효에 필요한 맑은 공기와 풍부한 산소에 의해서 독에서 발효가 이루어지는 전통기법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동막걸리가 깊고 깨끗한 맛을 낼 수 있는 이유는 화강암 지하 암반 200m에서 끌어올린 깨끗한 물로 술을 빚기 때문이다. 이 물은 일반 물에 비해 특수 미네랄이 두 배에 이른다고 한다.

이동막걸리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는 데는 군인이 큰 역할을 했다. 1960년대 전국에서 군인이 제일 많은 포천의 군부대에 일동막걸리와 이동막걸리가 납품되기 시작했는데, 이때 막걸리 맛에 반한 군인들이 고향에 돌아가 막걸리 맛을 입소문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1980년대에 들어서자 산정호수와 백운계곡을 찾는 관광객, 국망봉·청계산·운악산·명성산 등 한북정맥의 명산들을 오르려는 등산객들이 이동막걸리를 찾으면서 명성이 자자해진 것이다.

이동갈비의 명성 역시 군인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1960년대 초반에 이동엔 갈빗집이 두 집만 있었는데, 면회 온 가족이 아들을 데리고 들어가는 곳이 바로 이 갈빗집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갈비 맛을 본 군인들이 제대 후에 소문을 내기 시작하면서 이동 백운동 계곡가엔 갈비 굽는 연기가 짙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갈빗집이 늘어나기 시작해 현재는 수백 집이 넘는다고 한다.

별미

백운동 계곡 입구인 이동면 장암리 중심가엔 길 양쪽으로 갈빗집이 수십 군데나 어깨를 맞대고 늘어서 있다. 또 백운동 계곡 주변과 이웃 일동까지 합하면 갈빗집만 무려 이백 군데가 넘는다. '원조'라 붙인 집은 많은데, 그중 김미자할머니집(031-533-4069)이 제일 오래되었다고 한다. 양념갈비와 생갈비 1인분(400g)에 2만 4,000원.

교통

△중부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퇴계원 나들목→ 47번 국도→ 진접→ 내촌→ 일동→ 이동→ 백운계곡 △수도권 동부→ 43번 국도→ 의정부→ 포천→ 신북→ 만세교 삼거리(우회전)→ 37번 국도→ 일동→ 47번 국도 →이동 → 백운계곡 △수도권 서부→ 39번 국도→ 고양→ 의정부→ 포천→ 만세교 삼거리→ 37번 국도→ 일동→ 47번 국도→ 백운계곡 △서울 상봉터미널에서 매일 9회(06:30~19:40) 운행하는 사창리행 버스를 타고 백운동에서 하차. 요금 5,200원.

숙식

백운동 계곡엔 물가 유원지마다 방갈로 시설이 되어 있다. 일동온천관광권에도 숙박시설이 많다. 일동제일유황온천(031-531-7430), 일동하와이(031-536-5000) 등의 온천시설엔 숙박시설이 갖춰져 있다.




글·사진=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