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행(遠行) / 오세영 지음

1800년 49세를 일기로 돌연 죽음을 맞은 비운의 왕 조선 정조의 재위(1776-1800) 기간은 개혁정책을 둘러싸고 시파(개혁파)와 벽파(수구파) 간의 대결이 첨예하게 드러났던 시기였다. 정조는 한양의 뿌리깊은 수구세력을 제압하고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수원화성으로 천도를 결심하고 1795년(정조 19) 윤 2월 9일부터 16일까지 8일간의 을묘원행을 단행한다.

이 책은 이 시기를 배경으로 작가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당시의 시대상황, 행차 모습, 정조를 시해하려는 수구세력과 이를 막아내기 위해 어가행렬을 따라나선 정약용 간의 숨막히는 대결을 그린 역사추리소설이다. 말하자면 사실과 허구가 결합된 팩션(faction)인 셈이다.

작가는 후기에서 “권력을 손에 쥐려고 당파 간 다툼을 벌인 역사는 현재 개혁정책과 관련해 갈등을 빚고 있는 우리 시대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고 쓴 의도를 내비쳤다. 예담 발행. 9,800원.

오만과 편견 그 후의 이야기 / 린다 버돌 지음 / 박미영 옮김

연애소설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이 소설은 주인공인 엘리자베스와 미스터 다아시가 서로에 대해 가지고 있던 오만과 편견을 극복하고 맺어지는 것으로 결말을 맺는다. 그러나 재치 있고 유쾌한 원작이 가진 매력은 처음 출판된 지 20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다양한 속편들을 탄생시키고 있다.

영미권에서 출판된 수많은 ‘오만과 편견’의 속편 중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 책은 나폴레옹 전쟁을 배경으로 두 주인공의 결혼 등 실제적인 로맨스를 그려낸다.

원작의 치밀한 심리 묘사에 열광했던 사람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 있으나, 새로운 등장인물들과 함께 펼쳐지는 색다른 스토리는 오스틴의 원작과는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루비박스 발행. 1만2,000원.

인간과 환경의 문명사 / 데이비드 아널드 지음 / 서미석 옮김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은 무분별한 개발의 대가가 부메랑처럼 인간에게 되돌아오는 데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 혼탁한 대기로 인한 호흡기 질환 및 알레르기 기승, 아토피 환자의 증가 등 지금 우리는 실생활에서 환경오염으로 전에 없던 고통들을 겪고 있다.

이 책은 그동안 인간의 행위에 초점을 맞추어 해석됐던 서구의 역사를 환경론적 관점에서 조망하고 있다. 환경이 인류의 역사, 문화,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환경결정론에서 인류가 자연을 지배하는 것으로 보는 현대의 관점까지, 환경에 대한 태도와 시각이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살펴본다.

저자는 중세 유럽의 흑사병 창궐로 인해 결국 대규모 노예 무역을 부르게 된 사례 등을 소개하며 환경과 역사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한길사 발행.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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