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사람처럼, 남이 자신을 알아주는 것을 기대하고 산다면 억울하고 섭섭할 일이 많을 듯하다.

자주 눈에 띄지도 않고 아름다움이나 쓸모를 따져 보아도 특별할 것 없을 듯한 식물이 단지 희귀하다는 이유로, 때로는 이름이 특이하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이름을 기억해주는가 하면, 언제나 우리 곁에서 있어 새록새록 즐거움을 선사함에도 불구하고 누구 한 사람 소중함을 알아주기는커녕 이름 한번 제대로 불러주지도 않는 식물이 있으니 말이다.

땅비싸리는 후자에 속하는 식물이다. 여름 숲 가, 산기슭에 엉성하게 만들어진 덤불사이로 땅비싸리들이 작은 무리를 지어 자라는데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어느 산에서나 볼 수 있을 만큼 친근하고 흔하다. 더욱이 줄줄이 달린 잎새를 들추어 들여다 보면 분홍빛 꽃송이들이 다소곳이 달려있어 여간 곱지가 않다. 그런데도 싸리는 알아도 땅비싸리는 잘 모르는 것이 무심한 우리들이다.

땅비싸리 역시 콩과에 속하는 작은키나무이다. 더러 허리쯤 크게 자라 덤불을 이루기도 하지만 우리가 산에서 자주 만나는 땅비싸리의 모습은 키가 아주 작아 거의 바닥에 옆으로 휘어져 자란다.

뿌리에서 여러 개의 싹이 나와 자라니 한 그루씩보다는 몇 그루씩 모듬살이한다. 이름 뒤에 싸리라는 글자가 붙었지만 싸리, 참싸리, 조록싸리와 같은 집안은 아니다. 모두 콩과에 속하니 꽃의 모양은 비슷하지만 땅비싸리꽃은 다른 싸리들에 비해 큰 편이다.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는 것은 보통 싸리들은 세 장의 작은 잎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땅비싸리의 경우 2cm남짓 되는 타원형의 잎들이 7~11장 깃털처럼 달린다. 아까시나무에 잎달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보통은 초여름에 꽃이 핀다.

사실, 눈여겨 보는 이가 적다뿐이지 모습은 아주 매력적이다. 연둣빛이 많아 곱고 부드러운 잎, 아담한 키, 휘어지는 듯한 줄기 아래에 달리는 꽃송이들, 새 잎이 올라와 펼쳐지는 모습···. 그래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작은 화분이나 꽃밭에 심으면 좋을 듯싶다.

어떠한 환경에도 잘 견뎌 강건하니 키우기 쉬울 것이고, 비교적 오래 동안 꽃도 보고 잎도 볼 수 있으니 더욱 좋다. 한때는 그처럼 척박한 조건에서도 잘 견디고 많은 줄기가 나와 덤불을 이루는 특성 때문에 산의 절개지를 푸르게 하는 나무로 추천되기도 했다.

콩과 식물들이 그러하듯 잎은 영양가가 많아 사료로 써도 좋다. 꿀도 많이 난다. 뿌리는 약으로 이용된다.

특히 재미난 쓰임새는 염료이다. 이 식물 집안 이름을 대표하는 학명이 인디고훼라(Indigpfera)인데 이 말은 우리가 흔히 쪽빛이라고 표현하는 남색염료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쪽’이라는 식물 뜻을 가진 인디고(Indigo)와 ‘있다’ 라는 뜻을 가진 훼로(Fero)의 합성어이다. 즉 청바지의 푸른 색을 염색하는 염료로 쓰이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고운 연둣빛 잎새와 분홍빛 꽃송이들이 만들어 내는 남색이 신기하다. 자연은 알면 알수록 아름답고 신기한 것 투성이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