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꽃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빛깔은 모두 자연 속에 있다지만 꽃들에는 무어라고 표현하기 힘든 정말로 특별한 빛깔들이 있다.

초롱꽃도 여름 숲가에서 만날 때마다 그런 느낌을 준다. 흰빛이면서 아주 연한 갈빛이 묻어나오고, 그런가 하면 어슴푸레 녹색 빛을 띠기도 하여, 그리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매력 넘치고 순박하고 정감어린 우리의 색을 빚어낸다. 인위적으로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자연의 색. 그러한 빛깔을 가지고 그리 깊은 산골이 아니어도 우리 땅 곳곳에 다소곳이 고개숙인 모습을 보여 주는, 그저 정겹고 좋은 꽃이 바로 초롱꽃이다.

초롱꽃은 초롱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깊은 산이 아니어도 산자락 가에서 만날 수 있는 꽃이다. 보통은 사람의 무릎 정도까지 키가 자라는데 간혹 어린아이 키만큼 큰 것도 있다. 초롱꽃에는 옆으로 기어 자라는 도복지가 있어 초롱꽃은 으레껏 곳곳에 무리지어 피곤 한다.

잎은 길이가 4~8cm정도인데 밑부분이 심장처럼 둥글게 되어 있다. 잎 가장자리에는 불규칙한 톱니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줄기 끝에서 여러 송이가 모여서 달리는, 초롱을 닮은 꽃송이는 상앗빛 꽃잎이지만 자세히 바라보면 연한 자색점들이 작게 나타나기도 한다. 꽃송이는 수줍은 듯 아래를 향하고 있다. 당연할는지 모른다. 초롱이니까.

초롱꽃과 비슷한 식물 중에는 아주 유명한 것들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특산속, 특산종인 금강초롱, 울릉도에서 자라며 역시 특산 식물인 섬초롱꽃이 그들이다. 초롱꽃에 비해 꽃잎에 자줏빛 점무늬가 뚜렷하며 끝이 더 넓게 벌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초롱꽃이란 이름은 참 듣기만 하여도 곱다. 초롱불을 켜는 초롱을 닮았다고 그런 이름을 붙였지만 초롱꽃을 바라 보면 하얀 종들이 즐줄이 매달린 듯 사랑스럽다. 학명이 캄파눌라 펀타타(Campanula punctata) 인데 속명은 라틴어로 잔점이 있는 작은 종이란 뜻이고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보는 눈은 비슷한 듯싶다.

옛날에 성 안의 사람들에게 시간을 알려 주는 것으로 평생의 보람으로 알고 살던 성실하고 착한 종지기가 포악한 성주가 종소리가 싫다고 하여 종치는 일을 금지시키자 그 슬픔을 견디지 못하여 높은 종각에서 떨어져 죽고 말았는데 그 자리에서 초롱꽃이 피었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초롱꽃은 모두 관상용으로 가치가 뛰어나 권하고 싶다. 초롱꽃은 어느 곳에서나 잘 자라고 잘 퍼져나가므로 집 근처 화단에 무리져 심어 놓으면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깨끗해지고, 넓고 둥근 화분에 가득히 심겨진 모습은 늦여름의 정취로 그저 그만이다.

본 줄기가 나기 전에 어린 잎은 식용된다. 약간 떫은 맛이 나기도 하므로 물에 살짝 데쳐 먹기도 하고 요즈음은 생으로 샐러드처럼 소스에 무쳐 먹기도 한다. 산소채(山小菜)라고 불리기도 하므로 맛이 꽤 좋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방에서는 유사한 종을 통칭하여 자반풍령초(紫斑風鈴草)라는 생약명으로 부르며 지상부를 해산촉진제로 쓰기도 한다.

여름 숲의 초롱꽃. 가만히 들여다 보면 모양으로 빛깔로 우리에게 소곤소곤 숲속 나라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말해주는 듯싶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