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성생활은 노화·치매 진행 억제에 효과, 신체 면역성도 높여줘

한국 남성들에게 60대는 어떤 의미일까. 자식들 공부 다 시키고 직장에서 은퇴해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건강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적극 관리하는 시가가 바로 그 나이이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덕담은 요즘엔 단순한 위로의 말이 아니다. 실제로 그들은 ‘마음만은 청춘’이라고 생각하며 노인 취급 받는 것을 꺼려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60대로 살아가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랴. 60대 남성들은 노후 경제력 확보, 건강 관리, 가족관계의 역할 상실에서 오는 허탈감 등 밖으로 드러내기 힘든 여러 가지 고민을 하며 살아간다. 그중에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게 바로 ‘성(性) 문제’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도 노인의 성적 욕구를 인정하는 데 인색하다. 물론 60대들은 자신이 노인이라고조차 생각하지 않지만. 노인이 되면 성욕이 사라지는 것으로 여기며 간간이 성욕을 드러내면 ‘엉큼하다’, ‘주책없다’, ‘추접하다’는 등의 표현을 써가며 이상한 눈으로 바라본다. 21세기 들어 우리 사회의 성 윤리가 개방됐다고 하지만 노인의 성에 관한 오래된 편견은 여전하다.

그러나 영화 ‘죽어도 좋아’에 나오는 것처럼 사랑하고 사랑 받는 것은 나이와 초월하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다. 몸 관리를 잘하면 일흔이 돼도 성생활이 가능하다. 그런 인식이 점차 확산된 때문인지 몰라도 요즘엔 일흔이 넘은 할아버지들이 비뇨기과 치료를 받고, 갱년기를 훨씬 넘긴 여성들이 불감증 치료를 받는 등 나이들어 보다 적극적인 성생활을 하기 위한 치료가 늘고 있다.

65세 이상 남자 90%가 정상성욕 유지

노화가 진행되면서 인간의 모든 생물학적 기능은 서서히 퇴화한다. 그러나 감퇴하는 몸의 여러 기능 중에서 가장 늦게까지 유지되는 욕구 중의 하나가 성욕이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의 질환이 없는 경우 90세까지도 성 반응이 유지된다는 것이 의학계의 중론이다. 지속적으로 몸 관리를 하고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60대들도 얼마든지 활력있는 성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각종 조사에 의하면 65세 이상 남성 노인의 89.4%가 정상적인 성욕을 유지하고 있으며 배우자가 있는 66~70세 노년층의 62%가 월 1회 이상 성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년의 성생활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상당히 유익하다. 성생활은 노화와 치매, 건망증 등의 진행을 억제하고 특히 성관계를 가질 때 뇌에서 분비되는 엔도르핀이 노년의 우울증이나 의욕 저하 등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면역글로불린이 분비되어 면역성을 높여준다. 무엇보다 부부 간에 애정을 확인함으로써 정서적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속하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따라 노년층의 성문제가 앞으로 국민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를 것은 자명하다. 다만 노인의 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조차 터부시하는 우리사회의 폐쇄성이 아직까지는 공론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폐쇄적 사회 분위기보다 공론화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60대 부부의 열린 마음이다. 부부 모두가 성생활에 대해 개방적인 사고 방식을 공유할 때 비로소 자연스러운 성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어느 한쪽이라도 성에 대하여 부담을 느끼고, 부부 사이에 신뢰와 애정이 없다면 기대한 만큼의 성생활을 할 수 없다. 노년의 원만한 성생활은 전적으로 부부의 공동 의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인의 성은 '생활의 질'과 직결된 문제

노년기의 성생활 장애는 대부분이 자연스러운 성욕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여 부부 간에 정신적, 육체적 갈등이 생겨난 데서 비롯된다. 그러나 노화에 의한 신체적인 변화로 인해 성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라면 여러 가지 치료 방법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여성의 경우, 호르몬 보충 요법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으며, 남성의 경우 발기 장애에 대해 약물치료와 주사요법, 보형물 수술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노년 들어 성생활을 계속 즐기고자 하는 부부 간의 의지만 있다면 성기능 장애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할 수 길이 있는 셈이다.

남성의학 전문병원 아담스 클리닉의 이무연 박사는 “성생활 횟수는 60대가 되면 감소할 수 있겠지만, 성적 만족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과 같은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의 성욕을 인정해주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마련되는 것이 급선무”라며 말했다.

이 박사는 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행복의 요소가 쾌성(快性)에 있는 만큼 우리 사회 전체도 이젠 단지 ‘양적인 장수’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노후생활의 ‘질적인 만족’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강섭 차장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