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함께 읽기 / 여럿이 함께 씀

한국 지성사의 거목이자 이 시대의 올곧은 선비인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 그가 벌써 정년을 맞았다. 퇴임식은 8월 25일 교내에서 파격적인 ‘헌정 콘서트’ 형식으로 열렸다.

이 책 또한 선생과 직·간접으로 인연을 맺은 각계 63명의 지인들이 함께 숲을 이뤄 새로운 형식으로 쓴 정년기념 문집이다. 1부는 삶과 사유, 글과 예술, 신영복 다시 읽기, 신영복 깊이 읽기의 네 가지 주제로 선생의 사상과 사색의 세계를 짚었고 2부는 스승, 친구, 제자, 감옥 동료 등 지금까지 연을 맺은 사람들이 선생의 삶을 회고했다.

통혁당 사건으로 20년간 옥고를 치른 후 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등에 담긴 선생의 ‘인간해방적, 문명성찰적’ 사유는 깊은 울림으로 우리들의 영혼을 맑게 해줬다. 이 책은 그 연장에서 ‘처음처럼’ 변함없는 선생의 맑은 향기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돌베개 발행. 1만5,000원.

산에서 살다 / 최성현 지음

손바닥에 굳은 살이 없는 사람에겐 남이 먹다 남긴 찌꺼기를 주었다는, 톨스토이의 우화 바보 이반의 나라. 노장 철학을 전공한 학자인 저자가 20년 가까이 귀농 생활을 하고 있는 산 입구에는 ‘바보 이반 농장’이란 문패가 걸려 있다.

그는 또 다른 바보 이반이 되어 손수 농사를 지으며 벌레와 풀과 싸우지 않고 오히려 함께 나누는 자연농법을 실천하고 있다. 배추흰나비 애벌레와 토끼를 위한 배추밭을 따로 만들고 집에 들어온 말벌들과도 평화로운 공존을 꿈꾸는 그에게 농사는 무위(無爲)의 삶을 실천하는 수행처다.

“사람의 몫은 세 알 가운데 한 알이다. 대단한 양보다. 그렇게만 된다면 사람만이 아니라 새와 벌레까지,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서로 가진 것을 나누며 사이좋게 사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조화로운삶 발행. 9,800원.

창작과 비평 2006년 가을호

최근 찬반 논란에 휩싸였던 한미 FTA와 전시 작전통제권 반환 시기를 둘러싸고 한미관계가 우리 사회의 첨예한 이슈로 떠올랐다.

계간 ‘창작과 비평’ 가을호는 국내를 넘어 동아시아 지역질서에도 큰 영향을 끼칠 한미관계를 ‘특집: 미국이라는 우리의 난제’에서 다뤘다. 정치, 경제, 외교, 문화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미관계의 오늘과 내일을 진단한다. 특히 미국 코넬 대학의 마크 셀던 교수는 한반도 문제를 남북의 통합으로 풀어나가기 원하는 현 정부에게 ‘한미관계의 강화와 대북 문호개방 사이에서 계속 양다리 전략을 펼칠 것’을 조언하고 있다.

특집 외에 성장과 분배를 모두 놓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한 유종일 KDI교수의 글도 눈길을 끈다. 창비 발행.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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