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 귀기울이면 들린다. 가만가만 나뭇잎을 스치며 가을이 다가오는 소리가. 덩달아 날씨가 제법 선선하다. 미국의 동부는 아침, 저녁으로 바람에 찬기운이 느껴진다.

얼마 전에 아내용으로 중고차 한 대를 더 샀다. ‘1가구 2차’인 셈이다. 차일피일 미뤄오다 고민 끝에 구입했는데 그때의 경험을 적는다.

차를 사려고 맘 먹었으면 우선 자신의 경제적 형편에 맞는 차 형태와 크기를 결정해야 한다. 차종을 몇 가지 정하고 각 차마다 옵션이나 특징을 사전에 알아둬야 한다.

가격대(‘Window price’라고 차 밖에 붙어 있는 가격과 ‘Invoice price’라고 딜러샵이 차를 제조회사나 차주인으로부터 인수한 가격)를 정확히 조사하는 것도 필수다. 차 가격은 두 가격 사이에서 결정된다. 중형차 이하의 경우 윈도우 가격보다 3,000달러 정도 낮게 사면 대개 성공한 것으로 본다.

사전 조사가 끝났으면 판매업소(딜러샵)에 전화해 약속 날짜를 잡아 방문한다. 차 흥정은 인내력 싸움이다. 즉 누가 먼저 OK하느냐를 겨루는 심리전이다.

첫째, 절대로 딜러에게 이 차가 마음에 든다든가 사고 싶다는 눈치를 주면 안 된다. 딜러들은 판매 프로들이다. 우리 같은 풋내기 외국인이 상대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이 차는 인기가 많아 오늘 계약하지 않으면 당신이 원하는 색상의 차를 살 수 없다" 등의 감언이설에 속아서는 안 된다. 돈이 없어서 차를 못 사지 차가 없어서 못 사는 경우는 결코 없으니까.

둘째, 되도록 연말이나 월말에 사면 유리하다. 딜러는 자신의 연말 목표가 있고 매달마다 실적을 점검 받기 때문에 이 시기를 택하면 고객이 나은 입장에서 흥정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흥정하는 게 중요하다.

셋째, 시운전은 별로 필요 없다. 흥정할 때까지는 그냥 이런 사양의 차량 가격이 얼마인지, 요즘 무슨 차가 잘 나가는지 등을 물어 주변부터 서서히 공략해 나가야 한다. 결국 딜러가 제시하는 몇몇 차량이 나오고 그중에 마음에 드는 차가 있으면 본격적으로 흥정을 시작한다.

살 때는 전액 현찰을 주거나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후자의 겨우 별도로 신용을 평가(Credit Check)받는다. 자신의 SSN(Social Security Number, 사회보장번호)만 알려주면 바로 결과가 나온다. SSN이 없으면 보증(co-sign)해줄 사람을 데리고 가야 한다.

지불 방법을 결정했으면 대략 지불 기간(5년 혹은 3년)과 매달 할부금(payment)을 정한다. 이자율은 개인의 신용도에 따라 달라진다. 보통 6.9% 이하인데 드물지만 세일기간엔 연리 0~1.9%도 적용한다. down payment라고 하여 선금을 많이 내면 그만큼 할인해준다. 2,000달러를 선금으로 내면 보통 5년 계약에 매달 20달러의 할부금을 할인받지만 흥정하기에 따라 그것보다 더 유리한 조건을 따낼 수 있다.

아무튼 딜러가 제시한 할부금보다 최소한 50달러 정도 낮춰야 적절하다. 이게 안 되면 연락처나 명함을 주고 집으로 가라. 그러면 대개 3일 내 딜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온다. "내가 그때 말한 가격보다는 좀 낮춰줄테니 일단 다시 딜러?乍?와서 이야기 하자"고. 이후 원하는 가격에 접근하면 계약서에 사인하고 그날로 차를 가지고 와 몰면 된다.

만약 두 번째 흥정에서도 가격이 맞지 않으면 다른 딜러샵에 가라. 갈 때 이전 딜러?乍【?받은 견적서를 챙기고 가서 그 이하로 해달라고 하면 의외로 흥정이 쉬워진다. 중고차는 개인끼리 직거래하면 싸다. 다만 보증을 받을 수 없는 게 단점이다.

나는 딜러와 흥정 끝에 HONDA civic LX sedan (창문 가격표는 18,000달러)를 구입했다. 5년 계약에 매달 290달러 할부금과 3,000달러 선금으로 최종 합의했다.

염건웅 통신원 (미국 뉴저지 LD Foods 근무)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