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재산상속 풍경 / 이기담 지음

고려 시대에 아내는 남편과 별도로 자신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었고 균등하게 상속받은 재산은 죽을 때까지 자신의 소유로 유지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소송도 불사했다.

장자, 차자, 남녀 차별 없는 ‘상속 재산 균분제’는 조선 시대에도 계속됐다. 남귀여가혼(男歸女家婚)이라 하여 남자는 결혼 후 자녀가 클 때까지 처가살이를 했고 장인이 죽으면 처남들과 동등하게 재산을 상속받았다. 그래서 이황, 이언적, 김종직 등 대유학자들도 처가 덕에 재산을 크게 불렸다. 제사는 남녀가 번갈아 가며 지냈다.

이것이 조선 시대의 풍경이었다는 사실(事實)이 믿겨질까? 그러나 엄연한 사실(史實)이다. 저자는 현존하는 조선 시대 분재기(分財記, 재산 상속을 기록한 문서) 550여 편을 분석해 이것을 조목조목 증명해낸다.

중국과 일본에도 없었던 남녀 균등 상속, 여성 평등은 17세기 때까지 조선 시대에서 꽃피웠다는 것. 그러나 아쉽게도 평등 상속은 17세기 이후 예법의 정착으로 제사가 많아지고 장자 중심으로 제사를 지냄에 따라 차등 상속으로 변했고 여성은 출가외인의 그늘에 갇혔다고 한다. 김영사 발행. 9,900원.

명창들의 시대 / 윤석달 지음

‘문학이면서 음악이며 동시에 연극인’ 판소리는 그 독창성과 예술성으로 우리 민족이 세계에 자랑하는 문화유산이다. 그러나 판소리를 계승해온 명창들에 대한 대우와 관심은 여전히 보잘 것 없다. 그들의 발자취를 기록하는 데조차도 소홀했던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 책은 그렇게 잊혀져온 ‘소리광대’들의 생애를 추적해 수백 년 이어온 전통문화의 역사를 더듬는다. 양반 출신인 ‘비가비 명창’으로 활약한 권삼득, 천부적인 목소리로 고종으로부터 정3품 통정대부 벼슬을 제수받은 명창 이동백, 소설가 김유정에게 집요한 짝사랑을 받은 여류 명창 박록주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소리꾼들의 열정적인 삶과 민중을 울리고 웃긴 예술혼의 깊은 울림을 책 속에서 들을 수 있다. 작가정신 발행. 1만2,000원.

거대한 뿌리 / 김중미 지음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친숙한 저자가 펴낸 첫 장편소설. 지역사회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는 주인공이 친동생처럼 여겼던 ‘정아’가 네팔 출신 이주 노동자의 아이를 임신한 것을 계기로 회상에 잠긴다.

주인공에게 ‘정아’의 모습은 동두천에 살던 어린 시절, 흑인 병사의 아이를 낳고 주위의 차가운 시선을 견디다 못해 미국으로 떠난 6촌 언니, 운동을 잘하는데도 혼혈이란 이유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첫사랑 소년 등과 겹쳐져 있다.

유년 시절을 동두천에서 보낸 저자의 자전적 체험을 바탕으로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혼혈에 대한 차별 문제를 아프게 그려냈다. 검둥소 발행.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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