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태평양이 바라보이는 캐나다 벤쿠버에 온 지도 2주일이 넘었다.

날씨는 서울과 마찬가지로 선선하다. 초년생이 이곳 생활을 평한다는 것이 좀 이르다는 생각은 들지만 나름대로 느낀 점을 말해보고자 한다. 벤쿠버가 이상향이 아닌 바에야 이곳도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장점과 단점을 모두 지니고 있다. 먼저 장점은 4가지다(순전히 나의 주관적인 판단).

첫째, 벤쿠버는 인종의 용광로답게 세계화 도시이다. 많은 인종이 모여 살아 겉보기에 인종 차별과 성 차별이 적어 편안하다는 인상을 준다. 주민들도 친절함이 몸에 배여 있다. 뭘 물으면 귀찮아하지 않고 자세히 대답해준다.

둘째, 거리가 깨끗하다. 한국도 많이 나아졌지만 벤쿠버의 거리는 잘 정리되어 있고 다듬어진 것 같다. 다만 블록과 블록 사이가 좁은 게 흠이다.

셋째, 공기가 맑다. 주변에 나무가 많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잘 가꾸어 공기가 상쾌하다. 게다가 태평양이 가까워 조금만 걸어가면 바다를 구경할 수 있다. 이곳의 바다는 한국의 동해처럼 맑고 투명하다.

넷째, 요즘은 낮이 길다. 해뜨는 시각은 오전 5시 30분, 해지는 시각은 오후 9시 30분. 마치 백야 속에서 사는 것 같다. 그 때문인지 주민들은 일찍 자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 그러나 겨울이 되면 밤이 길고 낮이 짧아진다고 한다.

다음은 단점 4가지다.

첫째, 거리에 거지가 너무 많다. 아마 10여 분 동안 거리를 걷다보면 10명의 거지를 볼 정도이다. 담배 한 개비만 달라고 하거나 돈을 구걸하는 거지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둘째, 다운타운이 너무 작다. 아마도 한국의 하나의 '동(洞)'만한 크기이다. 벤쿠버는 대단히 넓지만 다운타운은 작아서 시내를 관광하고자 한다면 걸어서 2시간이면 족하다.

셋째, 술 마시기가 힘들다. 한국선 거리에서 술을 마셔도 행패를 부리지 않는 한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지만 벤쿠버에선 거리에서 술 마시면 그대로 체포된다. 물론 공원에서도 술을 마실 수 없다.

넷째, 인터넷이 느리다. 한국이 인터넷 강국이란 것을 이곳에 와서 비로소 실감했다. 벤쿠버의 인터넷 속도는 아마 한국의 10년 전 모뎀 수준이 아닐까 싶다. 당연히 온라인 게임을 하기 힘들다. 이곳에 올 때 노트북은 한국에서 사오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인영수 통신원 (캐나다 밴쿠버 거주)

'스위스 패스'로 누비는 알프스의 속살

알프스 산에는 햐얀 눈이 눈부시고, 푸른 초원 위에는 요들송이 들려오고, 쪽빛 호수에는 파란 하늘이 담겨 있는, 누구나 한번쯤은 가고 싶은 나라인 스위스를 장기간 여행할 생각이라면 꼭 ‘스위스 패스(Swiss Pass)’를 이용하라고 권하고 싶다.

스위스 패스가 뭐냐구? 지역 버스와 배, 기차를 15일간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교통카드다. 여행사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322달러. 하루 20달러꼴이다. 언뜻 생각하면 비싼 것 같지만 아름다운 스위스를 샅샅이 보고자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하다. 나도 지난달 스위스 여행 때 구입했는데 본전을 다 뽑고도 남을 정도로 알차게 사용했다.

사실 스위스는 유럽에서 교통비가 비싼 나라들 중 하나다. 그러나 이 스위스 패드만 있으면 여행하고 싶은 곳을 맘대로 갈 수 있다.

스위스가 어떤 나라인가. 나라 전체가 관광 명소인 유럽의 보석이 아닌가. 산에 가면 스키를 즐길 수 있고 산 아래로 눈을 돌리면 수영과 레저를 위한 공원과 호수가 지천으로 깔려 있는 나라이다. 그래서 스위스를 여행하다 보면 무작정 기차에서 내려 걷고 싶은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

그럴 때 스위스 패스가 효자다. 차창 밖으로 눈길을 끄는 곳이 있으면 그냥 역에서 내려 걷거나 버스를 타면 된다. 집집마다 과일나무가 있고, 화단에는 꽃이 만발하고, 아이들을 위한 놀이기구들은 정겹고, 젖소의 젖을 짜내는 스위스인들과 얘기를 나누고….

스위스의 아름다운 속살, 즉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싫증이 나면 다시 기차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 된다.

만약 어느 곳이 볼 만한 관광 명소인지 모를 경우엔 기차역 역무원에게 추천해달라고 부탁하면 지도에도 없는 작은 마을까지 자세하게 말해준다. 나도 그렇게 해서 스위스 여행 때 알토란 같은 관광 정보를 많이 얻었다.

박형숙 통신원 (미국 뉴욕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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