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인 뮤지컬 '라롱드'
추색에 물든 무대가 바람났다. 평온한 호수에 잔물결을 일으키는 소슬한 가을 바람을 타고 ‘일탈한 사랑’이 무대를 달구고 있다. ‘추악한 외도’와 ‘애절한 사랑’이라는 각기 상이한 시선으로, 진정한 사랑과 인간 본성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 성인 뮤지컬 라롱드

웅진씽크빅아트홀에서 공연중인 에이콤의 ‘라롱드’는 원색적 사랑을 다룬 성인 뮤지컬이다.

전라의 여배우가 등장하고 극 전체가 성 행위를 의미하는 몸짓과 직설적인 대사로 가득하다. 사랑을 찾아 떠도는 우리 시대 남녀 이야기를 질펀하게 풀어놓는다. 때문에 뮤지컬로는 이례적으로 19세 이상 관람이라는 파격적인 등급 제한을 두었다.

거리를 헤매며 몸을 파는 창녀와 끓어오르는 정욕을 해소하려는 군인의 만남으로 극은 시작된다. 다시 장면이 바뀌면서 군인과 하녀가 등장하며 섹스가 이어진다. 이렇게 군인과 하녀, 창녀, 젊은 신사와 숙녀 등 출연 배우는 모두 10명인데, 매번 파트너를 바꿔가면 섹스를 벌인다.

“남편 몰래 바람 피우는 여자와는 차원이 틀리죠”라고 말하는 젊은 부인과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된다”는 남편. 몸의 자본으로 신분상승을 꿈꾸는 여인과 생물학적 욕구를 위해 감언이설을 마다 않는 남성들. 그들의 섹스 파티를 통해 겉과 속이 다른 인간의 이중성을 꼬집는다.

압권은 화가와 어린 모델의 누드 스케치 장면. 어린 모델이 2~3분간 전라의 모습을 드러내면, 화가는 능글 맞은 눈빛으로 소녀의 몸을 보며 찬미의 노래를 부른다.

오스트리아 작가 아서 슈니츨러의 희곡이 원작. 1998년 영국에서는 니콜 키드먼 주연의 연극 ‘블루 룸’으로 공연돼 화제가 됐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장소영이 음악을, ‘겨울나그네’의 이란영이 안무를 맡았다. 9월 15일 정식 무대를 연 이후, 마지막 날을 정하지 않은 오픈 런(Open Run) 방식으로 공연된다. (02) 575-6606

▦ 연극 그녀를 축복하다

▲ 연극 '그녀를 축복하다'

10월 29일까지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그녀를 축복하다’는 주부의 ‘바람’에 대해 유쾌하고 신선한 시선을 부여하는 감성 연극이다.

“가슴이 두근거렸어.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해준 그가 고마워.” 엄마와 아내라는 역할이 고정된 한 여자에게 다가온 젊은 무용 선생과의 로맨스. 들켜서는 안 되는 비밀이지만, 자유로운 본능에 설렌다.

‘사랑, 지고지순하다’, ‘담담담’으로 섬세한 감성을 보여줬던 연출가 최진아가 이번에는 결혼한 후의 로맨스는 죄일까? 축복일까?라는 아리송한 물음을 무대 위에서 풀어낸다.

안정 속의 평온을 지키고자 하는 욕구, 일상의 공허함을 벗어나고픈 충돌, 미묘한 여성의 심리 사이사이를 파고드는 음악이 감미로움을 더한다. 나이 들어도 영원한 소녀적 판타지를 꿈꾸는 여성의 입맛에 맞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연극은 판타지로 끝나지는 않는다. 정적 속에서 서로 뺨을 때리는 남편과 아내의 모습을 통해 관객에게 발산하는 분노보다 더 지독한 현실을 보여준다.

‘사랑공감 연극시리즈’의 일환으로 차지성 연출의 연극 ‘사랑합니다’와 한데 묶어, 한 장의 티켓으로 두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원티켓 투 플레이’로 공연된다. (02) 762-9190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