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가 핫라인]

‘2006년 가을, TV는 고구려 역사 교과서가 된다.’

방송가가 고구려 역사 바로 세우기에 힘을 모으고 있다. 중국이 범국가적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역사 왜곡인 동북공정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방송가가 이에 대한 반박의 대공세에 함께 나선 것. 드라마, 오락 및 교양 프로그램 등 방송 전 분야에 걸쳐 고구려사를 새롭게 조명하고, 동북공정의 허상을 제대로 지적하는 거센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일부 프로그램들은 민족주의의 상업화나 허술한 역사 고증에 대한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한민족 역사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가장 두드러진 방송가의 고구려사 바로 세우기 움직임은 사극에서 발견할 수 있다. MBC ‘주몽’을 필두로, SBS ‘연개소문’에 이어 KBS 1TV ‘대조영’까지 고구려사를 소재로 한 사극들이 연이어 등장하며 시청자들에게 고구려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주몽’은 극적인 작가적 상상력이 가미되며 재미를 극대화한 결과, 40%를 넘나드는 높은 시청률로 고구려사를 안방극장에 안착시켰고, ‘연개소문’은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역사 이해를 높이고 있다. 16일 첫 방송된 ‘대조영’은 한민족의 잃어버린 만주사인 발해의 건국 과정을 다루며 고구려사의 대미를 장식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특히 ‘대조영’은 고조선에서 발해까지 중국사에 편입시키는 등 한민족 역사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철저한 반박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중국은 최근 발해의 건국 주도세력이 말갈족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대조영’은 고구려의 후예 대조영이 말갈족을 복속시키고 발해를 건국하는 과정을 그려 역사 의식 고취에 힘을 쏟는다.

‘연개소문’ 역시 고구려를 중국의 지방 정권이라는 중국의 주장의 허구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탄탄한 고증 속에 펼쳐진다. 이환경 작가가 2년간 중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역사 자료를 토대로 고구려가 확고부동한 한민족의 역사임을 강조하게 된다.

오락 프로그램의 움직임은 의미를 더하는 부분이다. MBC ‘!느낌표’의 우리 역사 지키기 프로젝트 ‘깨어나라! 고구려의 후예들이여!’를 통해 동북공정의 허구성을 입증하고 있다. 고구려의 옛 영토를 직접 찾아가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 정권이었다’라고 적힌 고구려의 성산산성 비문 등 역사 왜곡의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고구려 역사 지도와 책자를 만들어 시청자에게 배포하는 작업도 벌이고 있다.

다큐멘터리 등 교양 프로그램들은 무게감 있는 역사의 현장과 분석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고구려사의 의미를 되새길 계기를 마련해 준다. KBS 1TV ‘KBS 스페셜-동북공정, 중국은 무엇을 노리나’와 케이블 채널 아리랑 TV의 ‘백두산에서의 약속’ 등은 보다 진지하게 동북공정에 대한 반박에 접근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다. 이외에도 고구려사 관련 프로그램은 지속적으로 준비되고 있다.

동북공정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분노’ 그 자체로 집약될 수 있다. 국민들의 분노 이면엔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도 한몫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아직 뚜렷한 대응책은 세워지지 않고 있다. 물론 이 또한 다소 늦은 감이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동북공정에 맞서는 논리 무장이 중요한 시기에 방송가가 먼저 나서 고구려사의 의미를 고취하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대중 문화의 힘이 국가 간 갈등에 대항하는 거대한 힘이 되는 점 또한 의미를 더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동현 스포츠한국 연예부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