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 / 박민규 지음

파격과 도발로 세상을 풍자하고 경직된 기성 문단을 마음껏 스매싱해온 신예 작가 박민규. <지구영웅 전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등으로 이미 문단의 주목을 받으며 문학상을 잇달아 수상한 그가 3년 만에 장편소설을 펴냈다.

‘세계가 깜박한’ 존재들인 두 명의 왕따 중학생들이 지구의 운명을 걸고 ‘핑! 퐁!’ 탁구 시합을 벌인다는 줄거리다. 단순히 탁구 이야기에만 머문다면 박민규의 톡톡 튀는 기발함을 모욕하는 것. 가볍고 작은 탁구공은 상상력의 담론을 통해 구체(球體)로, 세계로, 지구로, 우주로 거침없이 확장된다. 그리하여 그는 세계의 은폐된 폭력과 부조리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얻어 맞아서 정신이 일찍 늙어버린 주인공들이 점차 세계와 ‘나’의 관계에 눈뜨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땅의 비주류들에게 바치는 헌사인 이 소설에는 박민규 특유의 경쾌한 문체와 시적인 리듬, 본문 형식실험, 자신이 직접 그린 5컷의 일러스트가 담겨 이전의 소설처럼 단숨에 읽어 내려가는 재미를 선사한다. 창비 발행. 9,800원.

오리엔탈리즘 예술과 역사 / 존 맥켄지 지음 / 박홍규 외 옮김

원래 오리엔탈리즘이란 18세기부터 서양 예술에서 유행한, 막연하게 동양 세계를 동경하는 풍조를 뜻했다. 그러나 그 말에 서구 제국주의가 동양에 미개한 이미지를 덧씌워 식민 통치를 합리화하는 전략이 담겨 있다는 에드워드 사이드의 주장이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오리엔탈리즘은 줄곧 부정적인 시선을 받아왔다.

이 책은 둘 사이에서 무게 중심을 잡고 미술, 건축, 디자인 등 서양 예술에 끼친 동양의 이미지들을 통해 재구성, 오리엔탈리즘의 참된 의미를 복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클래식 음악에서 오리엔탈리즘은 단순한 이미지 차용 대상이 아니라 리듬과 선율, 작곡 철학에 이르기까지 음악적 지평을 넓히는 데 일조했다는 사실을 밝히는 식이다.

저자는 오리엔탈리즘이 제국주의 팽창의 원심력이 아니라 동양과 서양이 서로 예술적 영향력을 주고받는 구심력으로 작용했다는 주장을 펴면서 사이드의 명제에 흐르는 이분법적 시각을 비판하고 있다. 문화디자인 발행. 2만2,000원.

거대 중국을 경영하라 / 남상욱 지음

거대한 국토와 자원을 바탕으로 세계 최강국 미국을 위협하는 유일한 나라로 평가받는 중국. 그러면서도 우리와 지리, 문화적으로 결코 떨어질 수 없는 나라인 중국이 최근 동북공정으로 역사 왜곡을 시도해 그 의중을 놓고 국내에서 열띤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을 제대로 아는 것이 절실한 이 시점에서 주중대사관 총영사를 지낸 직업 외교관인 저자가 중국의 정치, 외교, 문화, 사회 등 각 분야를 날카롭게 분석한 책을 펴냈다.

저자는 5대열(집단열, 과시열, 해외진출열, 도박열, 향학열)을 비롯해 중국 사회 발전와 경제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들을 진단하면서 중국의 겉과 속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통해 한반도가 중국을 기회의 장으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일빛 발행. 2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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