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의 음악이 흐르면 어디선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아련한 기억들이 떠오른다. 수만 가지의 꿈과 사랑, 그리고 낭만이 숨쉬었던 그때의 일들이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되살아난다. 1970~80년대 대중가요를 엮어 만든 공연을 보면서 옛 시절의 그리운 향기에 취해보자.

▦ 뮤지컬 '달고나'

PMC프러덕션이 대학로 소극장에서 3년간의 숙성기간을 거친 뮤지컬 ‘달고나’를 11월 1일부터 12월 25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 새롭게 올린다.

‘달고나’는 추억의 가요들이 가득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뮤지컬.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 전영록의 ‘불티’, 김현식의 ‘골목길’, 만화주제가 ‘은하철도 999’ 같은 중장년의 귀에 익숙한 7080시대 유행가에 젊은 날의 꿈과 사랑 이야기를 풋풋하게 녹였다.

작품은 추억의 물건을 판매하는 인터넷 홈쇼핑의 PD ‘세우’가 자신의 가장 소중한 기억이 담긴 ‘구식 타자기’를 매개로 잃어버린 첫 사랑 ‘지희’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설탕이 녹아 든 달고나처럼, 달콤하고 애틋한 감정을 되살려준다.

무대는 3배나 커졌지만 추억의 골목길과 가로등, 옥상이 있는 낡은 집 등 공간은 여전히 정겹고 따뜻하다.

‘난타’의 제작자이자 PMC프로덕션의 대표인 송승환이 26년 만에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탤런트 박형준이 주인공 세우 역을 맡아 뮤지컬 무대에 도전하며, 여주인공 지희 역에는 그룹 쥬얼리의 조민아가 캐스팅됐다. 개그맨 손헌수도 삼촌 역으로 출연한다. (02) 738-8289

▦ 노래극 '개똥이'

▲ 노래극 '개똥이'

‘지하철 1호선’의 연출가인 김민기 극단 학전 대표가 노래극 ‘개똥이“를 10월 24일부터 11월 19일까지 학전블루 소극장에 올린다. 1995년(예술의전당 토월극장)과 1997년(문예회관 대극장) 두 번의 공연에서 한국평론가협회 음악극 부문과 백상예술상 기술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개똥이’는 그러나 흥행 면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이번이 세 번째 야심찬 도전인 셈. 대극장에서 소극장으로 무대 규모를 대폭 줄이는 대신, 젊은 감각의 무대와 영상 등 소극장이라는 공간을 새로운 상상력으로 활용해 과감하고 실험적인 공연을 선보인다.

인간들의 쓰레기로 삶의 터전을 침략당한 벌레마을에서 누구의 애벌레인지 모르고 태어난 ‘개똥이’가 자신을 찾아가는 성장 동화로 풀어간다는 설정. 현대 산업 문명의 위기를 인간이 아닌 자연의 위치에서 바라본다. 진지한 주제를 편안하게 전달하려 한 접근법이 돋보인다.

특히 ‘날개만 있다면’ ‘도대체 사람들은’ ‘제발 제발’ 등 김민기 특유의 서정적인 명곡들을 무대 위에서 다시 들을 수 있어 기대를 모은다. 이외에도 판소리, 민요, 록, 클래식, 랩 등 동서양을 넘나드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4인조 라이브 밴드 ‘살충제’의 연주로 한 무대에서 감상할 수 있다.

권형준, 이학민, 임은영, 박은영 등 ‘지하철 1호선’으로 연기력을 검증 받은 학전 단원들과 국악인 김소연이 등장, 구음과 국악 장단을 맡는다. (02) 763-8233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