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훈민정음

훈민정음의 기원과 관련 여러 가지 가설이 있다. 보통 남한에서는 세종대왕이 집현전 학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글창제를 지시하고 주도했다는 게 정설. 그러나 북한에서는 다르게 본다. 성삼문 등 집현전 학자들이 주도했고 세종대왕은 큰 방향만 제시했을 뿐 한글 연구에 직접 뛰어든 것이 아니라는 것.

북한 역사소설인 이 책은 작가의 상상력을 발휘해 한글 창제 과정을 새롭게 해석했다. 박춘명 지음. 이가서 발행. 9,500원.

사체의 증언

피살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범인의 범행 수법 등을 온몸으로 증언한다. 법의학자는 시신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다.

이 책은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 사건 현장에서 법의학자가 결정적 단서를 찾는 과정을 다룬 과학 수사 스릴러물이다.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 예측불허 반전, 서로를 의심하는 인간 군상의 나약함이 얽혀 시종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사이먼 베킷 지음, 남명성 옮김. 대교베텔스만 발행. 9,800원.

유대 상인 vs 원저우 상인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유대 상인과 새로 무섭게 떠오르는 중국 원저우(溫州) 출신의 상인. 특히 윈저우 상인들은 '동양의 유대인'이라 불리며 다양한 업종에서 막강한 부를 축적해가고 있다.

양대 상인들이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저자는 한마디로 '성실과 신용'이라고 단언한다. 크게 10개의 법칙으로 나눠 다양한 사례를 소개했고 군데군데 대화체 형식과 격언을 담아 지루하지 않게 구성했다. 이앙쥔마오 편저, 김종호·박흥수 옮김. 한티미디어 발행. 1만3,000원.

호루라기

1986년 등단한 최영철 시인이 3년간의 침묵을 깨고 여덟 번째 시집을 냈다. 그의 시에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도시적 일상에서 고통받고, 남루하고, 약한 이웃들과 연대해 희망을 찾기 때문이다.

그는 죽음조차도 '이승에서 저승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나아가 '이제 좀 홀가분해 팔기지개를 켜는' 일로 밝게 바라본다. 작지만 가슴을 울리는 호루라기 소리다. 최영철 지음. 문학과지성사 발행.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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