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새로워진 ‘궁 시즌2’가 ‘궁’의 영광을 이을 수 있을까.

2007년 초 방송 예정인 MBC 미니시리즈 ‘궁 시즌2’(연출 황인뢰)가 최근 캐스팅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출발을 위한 채비를 갖추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궁 시즌2’는 인기 가수 세븐을 주인공으로 깜짝 발탁하고, 연기 경력이 거의 없는 신예 탤런트 허이재와 듀엣 자두 출신의 가수 강두 등 신인들에게 주요 배역을 맡겼다. 그나마 SBS 미니시리즈 ‘천국의 나무’에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박신혜 정도만이 연기자로 나름대로 입지를 굳힌 연기자일 뿐이다. 이처럼 전작 ‘궁’과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스타트를 끊게 될 ‘궁 시즌2’에 대해 우려와 기대가 동시에 모아지고 있다.

‘궁 시즌2’는 올해 초 방송돼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MBC 미니시리즈 ‘궁’의 속편으로 국내 드라마 사상 처음으로 ‘시즌제 드라마’를 표방해 화제가 됐다. ‘궁’은 윤은혜, 주지훈, 김정훈, 송지효 등 신선한 연기자들을 앞세워 현대에도 황실이 존재한다는 설정을 아기자기하게 그려 많은 사랑을 받았다. 종영을 아쉬워하는 열혈 시청자들의 요청 덕분에 4부 연장되기도 했기에 시즌2가 제작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반응은 환영 일색이었다. 물론 기존 출연진인 윤은혜, 주지훈, 김정훈, 송지효 등이 고스란히 출연해 전작의 재미를 고스란히 이어가는 진정한 의미의 시즌2 탄생에 대한 기대를 담은 환영이었다.

그러나 ‘궁 시즌2’는 시청자들의 기대와 달리 주요 출연진을 전면 물갈이 했다. 제작진은 스토리 전개만큼은 전작의 연장선상에서 출발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아무래도 새로운 이야기로 펼쳐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궁 시즌2’가 ‘궁’을 계승하는 진정한 의미의 시즌2가 되리라는 점에 있어서는 다소 비관적인 시각이 많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이에 ‘궁’의 열혈 시청자 중엔 실망 섞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제법 눈에 띈다. 진정한 의미의 ‘궁 시즌2’ 탄생에 대한 기대를 제작진이 저버렸다는 실망이다.

‘궁 시즌2’는 전편의 윤은혜 황실 입성기를 성별만 바꿔 남자판 윤은혜의 이야기를 다룬다. 혜명공주(이윤지)가 황위에 오른 뒤 모계승계가 금지된 법규에 따라 혜명공주의 뒤를 이을 황위 계승자를 찾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황실의 피를 이어 받았다는 사실을 모른 채 살던 궁이라는 중국 음식점 배달부가 뜻하지 않게 황위 계승자로 선택돼 궁에 들어가 벌이는 에피소드들이 ‘궁 시즌2’를 채우게 된다.

평민으로 살던 주인공이 알고 보니 왕실의 대를 이을 후손이었다는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처럼 평범한 여고생의 공주 만들기를 연상시키는 ‘왕자 만들기’가 ‘궁 시즌2’의 핵심 줄거리가 되는 것이다. 황인뢰 PD는 “조선 시대 철종 임금의 ‘강화도령’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단순히 전작의 복제가 되지 않도록 노블리스 오블리주(사회적 신분에 맞게 행하는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는 왕가의 모습을 통해 코믹한 성격이 진했던 전편과 달리 사회적 메시지도 담아낼 생각이다”라고 연출의 변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궁 시즌2’의 향후 행보가 순조로워 보이지만은 않는 게 사실이다. ‘궁’의 열혈 시청자들은 완전히 새로워진 출연진에 항의하는 성명서를 제작진에 전달하기도 했고 향후 제작 과정에 있어서도 비판적인 눈길을 보내고 있다. 새롭게 발탁돼 합류한 세븐, 허이재, 강두 등의 연기자들이 짊어져야 할 부담감도 만만치 않은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아직 촬영도 시작되기 전 불거지는 캐스팅 논란은 자칫 연기자들의 위축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물론 ‘궁 시즌2’가 전작의 출연진을 끌어 안지 못한 데에는 현실적인 여건이 작용했다. ‘궁’을 거치면서 위상이 높아진 4명의 연기자를 다시금 한자리에 모으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고, 이들의 몸값 또한 급등했다. 이들 중엔 제작진의 합류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한 이도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결국 출연진 물갈이는 필연적이었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궁 시즌2’가 시즌제를 표방한다면 그에 걸맞은 무언가는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 전작의 높은 인기를 활용하기 위해 이름만 빌린 것이라면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전작과의 분명한 연결고리를 보여줌과 동시에 완성도도 추구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이뤄낸다면 ‘시즌제 정착’이라는 한국 드라마사에 남을 성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동현 스포츠한국 연예부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