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하 사극 ‘주몽’(극본 최완규 정형수ㆍ연출 이주환)의 연장 여부를 놓고 작품 안팎으로 뜨거운 논란이 전개되고 있다.

MBC가 ‘주몽’의 연장 방영 방침을 확고하게 굳힌 가운데, 이를 둘러싸고 외주제작사와 작가, 출연진 간 내부 의견이 쉽사리 일치하지 않고 있다. 시청자들 또한 ‘주몽’의 연장 방영 여부를 놓고 찬반 격론을 벌이는 등 ‘주몽’의 연장 방영과 관련한 외부의 논란도 거세다.

일반적으로 인기 드라마의 연장 방영을 둘러싼 논란은 연장의 타당성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난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올해 초 무려 60부 이상을 연장해 ‘고무줄 드라마’의 전형을 보여줬던 SBS ‘하늘이시여’, 30부 이상 연장한 SBS ‘사랑과 야망’, KBS 2TV ‘소문난 칠공주’ 등은 인기에 편승한 무리한 늘리기로 느슨하고 억지스러운 전개를 유발했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물론 이 같은 비난과 논란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이들 작품의 인기 행진은 오히려 상승 추세였다. 어쨌든 이들 작품은 내부적 결속을 다진 상황에서 연장 방영에 돌입했고 논란은 외부적인 부분에 그쳤다. 그러나 ‘주몽’은 내부적인 논란이 더 부각되고 있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내부 논란에 발맞춰 시청자들의 논란이 뒤를 쫓고 있는 형국이다.

출발점은 최완규 작가의 연장 방영 불가론에서 비롯됐다. 최 작가는 연장 방영에 관한 소문이 솔솔 풍겨 나오던 지난 9월 말 “연장은 절대 안하고 예정대로 60회까지 집필하겠다”고 못박았다. 공동 외주제작사인 초록뱀 미디어와 올리브 나인도 최 작가의 연장 방영 불가 방침에 동의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방송사인 MBC가 확고한 연장 방영 의지를 보이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방송사의 강력한 요구에 상대적으로 약자인 외주제작사가 동의하면서 연장 방영이 대세가 돼버린 것이다. 최완규 작가는 끝까지 연장 방영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MBC측은 ‘최완규 작가를 배제하고 정형수 작가만으로 연장 방영하겠다’는 초강수를 던지며 20~25부의 연장 방영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제 남은 것은 출연 연기자의 동의였다. 그러나 타이틀롤인 송일국 등 일부 주요 연기자들이 예정된 종영 이후 스케줄 등을 이유로 연장 방영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내부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에 ‘주몽’의 시청자들은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연장 방영의 타당성과 필요성 등을 놓고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일부 시청자는 무리한 늘리기가 작품 완성도에 미치는 악영향을 지적하며 반대 의견을 내세우고, 일부는 작품의 재미있는 소재가 여전히 있다는 이유로 찬성 의견을 보내고 있다.

‘주몽’은 40%를 웃도는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며 안방극장 최고 인기 드라마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작품이다. ‘하늘이시여’, ‘사랑과 야망’, ‘소문난 칠공주’ 등 인기 드라마가 모두 연장 방영을 하는 등 최근 방송가 경향이 ‘인기 드라마=연장 방영’ 추세가 굳어지고 있기에 ‘주몽’의 연장 방영 또한 일견 당연해 보인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높은 시청률로 안정된 광고 수익을 올려주는 동시에 주변 프로그램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작품이 좀더 오래 방송되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주몽’의 기획자인 정운현 MBC 드라마국장은 “다른 드라마 연장 때엔 별다른 논란이 없더니 왜 ‘주몽’ 연장엔 이렇게 민감한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고 있다.

결국 ‘주몽’의 연장 방영 관련 논란은 연장 방영의 본질에 관한 부분으로 귀결된다. 높은 인기를 활용한 방송사 수익 극대화를 이어가는 부분과 시청자에게 완성도 높은 작품을 좀더 오래 선보이며 시청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안겨준다는 조건이 충족된다면 연장 방영은 타당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주몽’의 경우 첫 번째 조건은 물론 충족된다. 그러나 두 번째 조건에 있어서는 충족 여부는 미지수다. 작품의 핵심 축인 작가가 빠진다는 점에서 완성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송일국 등 연기자들의 스케줄 문제도 완성도 저하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무리한 늘리기로 전개의 긴박감이 떨어질 수도 있다. ‘주몽’의 경우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점에서 후대 역사를 추가하면 되기에 이 점에 대한 염려는 비교적 적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기획 당시 포함되지 않은 내용의 추가는 자칫 기존 전개와 불협화음을 일으킬 수도 있다. 제작진 입장에선 연장 방영으로 인한 수익 증대보다 더 많은 고민 거리를 짊어지고 있지만 이는 뒷전에 밀린 듯한 인상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주몽’의 연장 방영 여부와 연장 이후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이동현 스포츠한국 연예부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