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뮤지컬이 쏟아진다. 어느 때보다 풍성한 뮤지컬 풍요 속에 브라운관 스타들도 속속 영역을 넘어온다. 개그맨 정준하는 스트립쇼가 인상적인 뮤지컬 ‘풀 몬티’에, 가수이자 탤런트 홍경민은 그룹 동물원의 서정적 음악으로 꾸민 ‘동물원’으로 뮤지컬 팬들과 첫 만남을 갖는다.

▦ 뮤지컬 '풀 몬티'

개그맨 정준하가 11월 25일부터 2007년 2월 25일까지 연강홀에서 막을 올리는 ‘풀 몬티’로 뮤지컬에 도전한다. 영국 속어로 ‘몽땅 벗는다’는 뜻의 ‘풀 몬티’란 공연 명과 같이, 화끈하고 과감한 무대를 선보인다.

데이브는 실직으로 인해 자신감을 상실하고 뚱뚱한 몸에 대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인물. 친근하고 대중적인 이미지로 사랑 받아온 정준하에게 맞춤양복처럼 제법 잘 어울린다.

작품은 히트한 동명의 영국 영화를 원작으로 했다. 주제는 심각하지만 톡톡 튀는 대사와 상황 설정이 익살스럽다. 뉴욕 버팔로를 배경으로 돈을 벌기 위해 스트립쇼를 벌이는 실직한 철강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 재기 발랄하게 풀어놓는다. 큰 돈을 벌 수 있는 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끈 팬티까지 벗어버리는 풀 몬티를 감행한 주인공들은 오히려 자기 자신을 소중히 하고, 우정을 쌓아간다. 창조적이고 대담한 발상으로 시대의 아픔을 전달하려 한 시도가 돋보인다.

더불어 듣는 것만으로도 흥에 겨워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발끝으로 리듬을 두드리게 만드는 경쾌한 음악과, 쾌활하면서도 활력 있는 안무는 무대와 객석을 단숨에 열광과 환호의 도가니 속으로 이끌어간다. (02) 516-1501

▦ 뮤지컬 '동물원'

락 발라드 가수이자 연기자로도 주가를 높이고 있는 홍경민이 12월 1일부터 31일까지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동물원’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서 신고식을 치른다. 30대 후반의 회사원 철수 역으로, 우연히 NGO활동을 하고 있는 첫사랑 연희를 만난 후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는 인물이다.

“언젠가 뮤지컬을 해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하게 됐다”며 떨리는 감정을 숨기지 않는 홍경민은 담백하고, 집중력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20대의 우정과 사랑,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시대의 평범한 샐러리맨과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준다.

같은 배역으로 포크 가수 이정열이 더블 캐스팅됐다는 것도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부드러운 호소력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홍경민과 따뜻하지만 흡입력 있는 음색의 이정열의 무대를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작품은 특히 ‘거리에서’, ‘변해가네’, ‘널 사랑하겠어’ 등 80~90년대 우리들의 지친 심신을 따스하게 감싸주던 그룹 동물원의 감미로운 음악으로 관객들의 마음과 귀를 사로잡는다. 그룹 동물원이 직접 뮤지컬 ‘동물원’의 음악을 맡았다. (02) 542-5903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