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다대기 곁들인 특별한 맛 '크아~'

한국전쟁이 끝나고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햄과 소시지 등이 밑천이 돼 개발됐다는 메뉴, 바로 부대찌개다.

햄과 소시지를 넣고 다대기와 국물로 끓여 내는 부대찌개는 재료가 소박하다. 그렇다면 맛은 어떻게 차별화될까.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떡이나 라면, 아니면 국물 맛으로?

서울 수서에 자리한 부대찌개 전문점 ‘두꺼비집’은 프리미엄급 부대찌개를 내놓는다. 재료도 맛도 엇비슷할 듯싶은 부대찌개에 무슨 프리미엄이랴마는 이 집은 다른 곳의 부대찌개보다 더 ‘고급스러움’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언뜻 부대찌개가 더 호사스러워 보이려면 부대적인 식재료가 더 많이 들어가야 할 것이다. 떡이나 당면, 혹은 다른 특이한 재료들이라도. 그럼에도 이 집 부대찌개는 단순하다. 일반적인 재료 그대로다. 하지만 “재료의 질이 다르다”고 주인 정익수 씨는 강조한다. 재료들 중 가장 비싼 축에 든다는 햄과 소시지도 비교적 많이 들어간다.

주문하면 나오는 찌개 냄비를 보면 조금은 이해가 간다. 우선 길다랗게 썰어 놓은 소시지가 냄비 표면을 거의 덮어 버린다. 양도 양이지만 일반 소시지보다 육질 함량이 높아 ‘가격도 더 비싼’ 프리미엄급 소시지라고 한다.

채 썰듯 잘게 썰어진 햄도 눈에 띈다. 흔히 부대찌개집에서 햄이 커다란 덩어리째 나오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잘게 썬 이유는 씹어 보면 확인할 수 있다. 한마디로 쫀득쫀득한 햄이기 때문. 지방 함량 비율이 높아 부드럽기만한 덩어리 햄과는 다른 종류다. 잘게 썰어 놓아 양이 얼마 안 될 것 같지만 모아 보면 평균 이상 된다고 한다.

냄비 가운데 놓인 납작한 노란 치즈 또한 고급을 지향한다. 가끔 역한 향이 나는 종류가 있지만 국물에 치즈 냄새가 거의 배이지 않을 정도로 치즈 향이 은은하다.

이 집에서 부대찌개 맛을 결정하는 가장 큰 부분은 김치 다대기가 차지한다. 김치에 고춧가루를 넣어 숙성시킨 다대기를 사용해 얼큰하면서도 개운한 맛을 담고 있다. 육수는 매일 사골과 잡뼈 등을 하루종일 고아 뽑아낸다.

다대기의 주성분이 되는 김치와 동치미는 이 집에서 직접 담근다. 김장하듯 100포기씩 한 달에 두 번 담근다고.

떡이나 당면을 넣지 않는 이유는 육수를 빨아들여 국물을 쫄게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대신 밥은 미리 공기에 담아 놓은 것을 내놓지 않고 손님이 올 때마다 밥솥에서 바로 퍼 준다. 그래서 점심 시간에 많게는 밥을 세 번이나 할 때도 있다.

주인 정 씨는 3년 전 이 집을 열었다. 오래되고 유명하다는 부대찌개집들은 다 다녀봤는데 결론은 현재의 맛이 최고라고. 가격도 보통 부대찌개의 5,000원보다 2,000원이나 더 비싸게 받는다. 빌딩과 사무실들이 밀집해 있는 오피스타운에 있는 것도 아닌데 손님의 90% 이상은 단골들로 3년 넘게 꾸준히 찾아 온다고 한다.

메뉴 부대찌개 7,000원 한 가지. 우동이나 라면사리 1,000원, 오뎅이나 두부 사리 2,000원.

찾아가는 길 지하철 3호선 수서역 로얄프라자 204호 (02)2226-1177


글ㆍ사진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