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일자리를 구해 근무한 지 석 달째. 월급을 손에 쥐고 그것을 알뜰하게 쪼개 쓰면서 많은 풍경을 경험하게 됐다.

뉴욕 맨해튼의 월스트리트 거리에 가면 아침에 간이 음식 트럭(food truck)이 많이 서 있다. 거의 블록마다 한 대꼴로 서 있다고나 할까. 그곳에선 베이글이나 도너츠, 커피 등을 판다. 크림치즈 베이글은 1달러. 그 위에 계란과 햄을 얹으면 비용이 조금 더 추가된다.

세계의 금융중심지에 출퇴근하는 수많은 직장인들을 상대로 하기 때문인지 그토록 음식 트럭이 많아도 모두 장사가 잘 되는 것 같다. 점심 시간엔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메뉴 종류는 더 다양해진다. 가격대별로 고를 수 있다. 제일 싼 것은 할랄 푸드(halal food). 중동 음식으로, 볶음밥 같은 것에 닭고기 등을 볶아서 샐러드와 함께 나오는 런치 메뉴다. 가격은 2.45달러 정도 한다.

월스트리트에는 동양 음식점도 많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일식집도 있다. 덮밥과 스시 등을 테이크아웃하거나 앉아서도 먹을 수 있는 곳인데, 보통 덮밥이 7달러이고 덮밥 세트는 10달러에 판다.

스톤 스트리트(stone street)라고 하여 유럽 분위기를 본따 골목 전체에 식탁을 내어놓고 야외에서 먹게 하는 음식점들도 더러 있다. 그곳에선 피자가 유명하다. 주문하면 네모판에 나온다. 8조각쯤 되는데 18달러에 판다. 3명이 먹으면 적당하다.

일식집은 가격이 조금 비싸다. 런치 세트가 15달러이다. 메뉴는 온통 일어로 되어 있어 웨이터에게 설명을 해달라고 해야 한다.

물론 한식당도 있다. 레스토랑 2곳이랑 테이크아웃 형태의 음식점 한 곳이 있는 듯하다.

이처럼 월스트리트에서 한 끼를 해결하려면에선 보통 10달러 정도 든다. 1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친구들을 만나 저녁에 외식을 했다 하면 최소한 15~20달러를 지출해야 한다. 자연히 용돈 중에서 식비의 부담이 크다.

나는 추수감사절 다음날이었던 지난 11월 25일 블랙프라이데이 때, 백화점의 세일 유혹에 빠져 예상밖으로 많은 돈을 썼기 때문에 이후 계속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고 있다. 도시락이라고 해봤자 대단한 것은 아니고, 식빵에 샌드위치이다. 치즈, 햄, 마요네즈, 겨자를 넣고 싼 것이다. 먹기는 편하지만 야채가 없어서 좀 아쉽다. 더구나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면 왠지 입맛이 없어진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한국인의 식성에는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매일마다 밖에서 푸짐하게 사먹자니 돈이 너무 많이 들고, 도시락만을 먹자니 입맛이 떨어지니 그것을 어떻게 슬기롭게 조절할지 지금 고민 중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이렇다. 주말에 집에서 대충 요리를 해놓고는 냉장고에 보관해 주중 저녁에 와서 먹는 것이다. 내가 이곳에서 성공할 때까지는 입이 힘들어도 소박하게 먹기로 했다.

유지연 통신원 (미국 뉴저지주 거주)


● 일본의 美, 한국의 美

벌써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이다. 내가 사는 곳은 일본 가마쿠라시다. 관동에 눈이 내린 지역도 있지만, 이곳 가마쿠라는 아직 가을도 오지 않은 느낌이다. 몇몇 은행나무들이 노란빛을 띠는 것 빼고는 말이다. 삿포로에 며칠 머물다 관동에 오니 마치 겨울나라에서 가을나라로 온 듯한 기분이다.

어제 이곳 TV에서 ‘후지산이 아름답게 보이는 포인트?’ 에 대한 프로를 방영했다. 후지산. 높이도 높거니와 형태가 사방 어디서 보아도 뾰족하게 솟은 모양으로 유명하다. 그런 이유로 일본의 상징이 되었다. 일본인들이라면 누구나 후지산을 좋아하며 푹 빠진다. 일본의 미(美)라고 하면 ‘후지산 사쿠라’가 대표 선수가 될 정도다.

그런데 얼마 전 술자리에서 일본인 친구가 한국의 대표적인 미는 뭐냐고 물어온 적이 있었다.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까’ 곰곰히 생각했다. 일본의 미보다 더 아름답고, 한국인 누구나 알고 있는 그런 대표적인 것이 언뜻 머리 속에 떠오르지 않아서 상당히 속상했다. 물론 한복도 예쁘고, 기와집 지붕의 곡선도 우아하고, 고려청자의 화려함도 아름답기는 하다. 그러나,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설명할 수 있고 쉽게 납득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류의 영향인지 몰라도 한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갖는 일본인이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때로는 나도 잘 모르는 한글의 원리, 한글의 역사, 의미 등에 대해 물어오는 사람도 있다. 덕분에 일본에 살면서 오랜 만에 한국역사 책을 읽게 됐다. 또한 한국에 대해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도 됐다.

하지만 술자리에서 일본인의 질문에 당당하게 대답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생각할수록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린다.

박신영 통신원 (일본 츠쿠바 대학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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