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해 맞으러 그곳에 가고 싶어라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매일 뜨고 날마다 바라보는 태양이건만 연말연시만 되면 왠지 색다르게 다가오는 게 해돋이다. 어둠을 뚫고 솟아나는 해돋이를 바라보면 한 해 동안 얽히고설킨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묵은 감정을 훌훌 털어버리고 밝은 태양을 닮은 여유로운 마음을 꿈꾸게 된다. 우리 땅 곳곳에 널려있는 해돋이 명소 다섯 군데를 소개한다.

동해 추암 - 애국가 배경 화면으로 나온 '일출 명품'

촛대바위, 칼바위 등의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강원도 동해 추암은 애국가 첫 소절의 일출 배경으로 등장하는 곳이다. 추암에서 일출을 감상하기 가장 좋은 포인트는 뾰족한 추암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갯바위. 부서지는 파돗소리에 귀 기울이다보면 촛대바위 너머 어둡던 수평선이 붉게 변하면서 문득 붉은 햇덩이가 솟아오른다. 누구라도 감탄사를 흘리게 마련이다.

추암은 새해 첫날엔 바닷가 언덕은 물론이고 백사장 주변에도 일출을 감상하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이 들어찬다. 만약 사람이 너무 많아 추암 일출 포인트로 오를 수 없다면 해안가에서 구경해도 괜찮다. 일출 감상 후 고운 모래밭에 발자국을 내면서 허연 거품을 물고 쉬지 않고 달려드는 파도를 희롱하는 맛이 좋다.

추암은 조선조 강원도 관찰사로 왔던 한명회(1415-1487)가 관동팔경을 돌다가 이곳의 경치에 반해 능파대(凌波臺)라는 이름을 따로 지었다는 내력이 말해 주듯이 경관이 아주 빼어나다. 언덕 뒤쪽으로 돌아가는 해변엔 바위들이 공원의 조각들처럼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 볼 만하다. 그 앞에 자리한 해암정(海岩亭)이라는 정자는 고려 공민왕 때 삼척 심씨의 시조인 심동로(沈東老)가 벼슬을 버리고 내려와 풍류를 즐기던 곳이다.

한편, 새해를 맞이해 ‘2007 해맞이 축제’ 행사가 추암해수욕장 일대에서 펼쳐진다. 12월31일 오후 6시부터 민족의 통일을 기원하는 대형 태극기 달기와 TV영상으로 함께하는 보신각 종소리 타종식을 시작으로 품바 각설이 공연, 우리 민요부르기, 촛불축제, 소원성취 축원 글쓰기·소지올리기 등이 준비되어 있다.

동해의 또 다른 일출 명소인 망상해수욕장에서도 일출행사가 있다. 새해 첫날 오전 6시 기원제를 시작으로 모듬북, 장구춤, 불꽃쇼, 천년학춤 등과 일출시간에 맞춰 촛불행사와 애국가를 함께 부르는 시간을 갖는다.

▲ 여행정보

숙식 추암 근처에 동해파크장(033-522-4189), 추암바다횟집민박(033-521-6167)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자가운전 영동고속도로→ 동해고속도로 동해 나들목→ 7번 국도(삼척 방면)→ 추암동→ 촛대바위.

삼척 해안 - 해풍이 빚은 풍광… 해맞이 축제도 풍성

삼척도 일출 명소를 여럿 거느리고 있는 고을이다. 삼척항 북쪽의 새천년 해안도로, 맹방 해수욕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한재, 장호항 안쪽의 갯바위, 그리고 해신당이 있는 신남항 등은 모두 해변 경치뿐만 아니라 일출도 아름다운 곳으로 꼽힌다.

호젓한 맛이 일품인 삼척 장호항 일출 / '바다를 바라보는 절' 항일암의 일출 / 포항 호미곶
삼척 시내와 가까워 인기 있는 관광지는 새천년 해안도로다. 삼척 해수욕장과 정라동을 잇는 이 해안도로는 해풍이 다듬은 갯바위와 넘실대는 바다가 한 폭의 풍경화처럼 펼쳐진다. 12월31일과 1월1일 이틀 동안 새천년도로 소망의 탑 일원에서 열리는 해맞이축제에는 아듀행사 및 일출 전 행사와 일출 후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되어 있다.

2006년 한해를 마무리하는 아듀행사는 31일 밤 10시 지역출신 가수와 각종 대회 수상자들, 에어로빅댄싱 및 청소년댄싱팀이 출연하는 송년라이브콘서트를 시작으로 카운트다운과 함께 불꽃놀이가 열린다. 이어 1일 오전6시30분부터 통기타 및 관악연주, 여명전 불꽃놀이와 사물놀이 공연, 시립합창단 공연의 일출 전 행사가 열리며, 일출행사로 해맞이 징치기와 신년축하메시지, 소망기원 풍선날리기가 이어지고, 일출 후 행사로 소망의 탑과 비치조각공원 구간에서 소망기원 연날리기가 대미를 장식한다.

하지만 이곳은 해맞이 축제가 열릴 때 너무 많은 인파가 몰린다. 따라서 번잡한 게 싫다면 새천년 해안도로 남단에서 삼척 오십천을 건너 7번 국도를 타고 남진하다 한재 고갯마루 근처에서 잠시 차를 멈추고 동쪽을 바라보자. 삼척 10경에 꼽히는 ‘맹방 명사십리’의 끝 모르게 이어진 백사장이 장관으로 펼쳐진다. 이곳에서의 일출도 좋다.

용화·장호항 해변 전망대도 괜찮다. ‘고래 무덤’이라 알려진 장호항 안쪽의 갯바위는 풍광이 좋은 곳이다. 이곳에서는 일출을 호젓하게 감상할 수 있어 더 좋다. 해안을 달리면서 공양왕 무덤, 남근(男根) 봉헌제의 특이한 전통이 남아 있는 해신당(海神堂) 등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 여행정보

숙식 삼척, 맹방, 덕산, 궁촌, 용화, 장호, 임원, 월천해수욕장 등 유명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모텔이나 여관 등 숙박시설이 많다. 그러나 해맞이 행사를 앞두고 전망이 좋은 숙박업소는 이미 예약을 마친 상태. 장호항 근처에는 용화 관광랜드 모텔(033-573-6321), 모텔 민박(033-572-9888) 등이 있다.

자가운전 영동고속도로→ 동해 고속도로 동해 나들목→ 7번 국도→ 동해→ 삼척.

여수 향일암 - 한겨울 동백보다 더 붉은 해돋이 장관

오죽 하면 암자 이름이 ‘해를 바라보는 암자’라는 향일암(向日庵)일까. 향일암은 경내의 건물들이 모두 해가 뜨는 쪽을 바라보고 있어 건물 주변 어디에서나 일출을 볼 수 있다. 일출 감상 최고의 포인트는 대웅전 앞마당. 대웅전엔 세 분의 부처가 모셔져 있는데, 동쪽에서 태양이 떠오르면서 퍼진 햇살이 세 부처 중 한 곳에 바로 비친다고 한다. 이는 계절에 따라 해 뜨는 위치가 조금씩 다른 것을 감안한 것이다.

대웅전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바위틈을 이리저리 돌아 올라가면 널따란 바위 위에 관음전이 자리잡고 있다. 향일암은 새해 첫날이나 동백 피는 계절은 물론이고 늘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좀 더 호젓하게 일출을 보려면 대웅전보다 이 관음전이 낫다. 앞이 탁 트여 있어 대웅전에 뒤지지 않는 일출 포인트로 꼽힌다.

여심(女心)을 닮은 붉디붉은 동백꽃은 보통 3월 초순쯤이면 제법 많이 피어나기 시작해 중순쯤에 절정을 이루지만 한겨울에도 한두 송이 피어난다. 일출 감상 후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동백나무를 감상하는 일도 잊지 말자.

매년 12월 31일부터 1월 1일까지 ‘향일암 일출제’가 열린다. 올해 향일암 일출제 역시 다양한 행사와 함께 이틀 동안 진행된다. 31일 행사에는 해넘이 감상을 시작으로 길트기마당놀이, 식전행사, 개막식, 인기가수 축하 공연, 불꽃놀이, 팔도품바 각설이 공연, 남도국악 한마당, 추억의 포크송, 어울마당, 새해 카운트다운, 제야의 종 타종, 캠프파이어, 덕담나누기, 레크레이션, 일출가요제, 일출 제례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임포마을엔 나라 안에 유명한 ‘돌산 갓김치’를 현지에서 직접 담가 파는 가게가 많다. 돌산 갓김치는 부드러우면서 톡 쏘는 매운맛이 적고 갓김치만의 독특한 향을 지니고 있다. 임포마을에서 향일암까지는 걸어서 15분쯤 걸린다.

▲ 여행정보

숙식 향일암 입구인 임포마을에 다도해모텔 등 전망 좋은 여관과 민박집이 여럿 있으나 이날은 방을 잡기 어렵다. 여수 시내의 숙박 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새해 첫날 새벽엔 향일암 가는 도로가 많이 막힌다.

교통 수도권에선 호남고속도로와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한다. 순천 나들목→ 17번 국도→ 여수 시청→ 돌산대교→ 향일암.

포항 호미곶 - 가장 먼저 해뜨는 곳 …과메기 겨울별미

포항 구룡포의 겨울은 과메기가 익어가는 계절이다. 멀리 시베리아에서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파돗소리 요란한 바닷가 덕장은 과메기를 손질하는 어부의 손길로 바빠진다. 이윽고 야들야들 숙성된 과메기를 마늘, 쪽파 등과 함께 생미역에 얹어 돌돌 말아먹으면 구룡포의 겨울은 어느덧 훈훈한 계절이 된다. 구룡포에서 정통 과메기를 맛본 뒤엔 호미곶에서 일출을 감상하며 가족의 건강과 행복도 빌어보자.

구룡포 과메기축제와 매년 12월31일부터 1월1일까지 이틀 동안 열리는 호미곶 해맞이는 하나의 겨울 여행 코스로 엮인다. 호미곶 광장에서 열리는 해맞이 행사엔 매년 무려 5만 명 이상의 해맞이 인파가 몰려 대성황을 이룬다. 특히 호미곶 광장의 둘레 10m짜리 대형 가마솥에는 1만여 명분의 떡국을 끓여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면서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또 난타 공연, 청사초롱 전통무용, 국악공연, 불꽃놀이, 인기가수 축하공연, 외국인 장기자랑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가장 큰 행사는 아무래도 해돋이 감상일 터. 파도 너머 망망대해에 떠있는 고기잡이배의 집어등 불빛이 희미해질 무렵이면 발그스름하게 타오르던 수평선에서 붉은 햇덩이가 불쑥 솟아오른다. 호랑이 꼬리는 남한 해안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르는 곳일 뿐만 아니라, 동해에서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일출을 자랑한다. 해맞이광장 앞바다의 ‘상생의 손’ 조형물이 인기 있는 일출 포인트다. 그러나 이곳에 사람이 많을 땐 가까운 등대 방파제 등으로 옮기면 비교적 호젓이 즐길 수 있다.

호미곶은 볼거리도 많다. 1903년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건립된 장기곶등대와 1985년 우리나라 최초로 세워진 등대박물관이 여기에 있다. 건축미도 뛰어나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등대로 꼽힌다. 등대박물관에는 빛을 비추는 등명기, 등명기를 돌리는 회전기 등 등대에 사용된 구식 시설물과 등대 발전의 역사 등을 알 수 있는 총 700여 점의 소장품이 전시되어 있다.

▲ 여행정보

숙식 구룡포에 아쿠아모텔(054-284-6900), 이어도모텔(054-284-6555) 등이 있고, 호미곶 대보해수탕 옆의 해수장모텔(054-284-8044), 호미곶에서 구룡포방향으로 2km 떨어진 지점의 해송모텔(054-284-8245) 등 구룡반도를 따라 숙박업소가 드문드문 자리하고 있다.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여주분기점→ 중부내륙고속도로→ 김천 분기점→ 경부고속도로→ 금호분기점→ 도동분기점→ 익산포항고속도로→ 포항 나들목→ 31번 국도→ 포항→ 동해면→ 구룡포.

태백산 - 능선 설경과 어우러진 산상일출 황홀

태백산(1567m)은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는 주목이 군락을 이룬 능선의 설경이 아주 좋다. 적설량도 많고 내린 눈이 잘 녹지 않아 언제든 수월하게 눈꽃을 감상할 수 있는 산이다. 또 산세도 험하지 않아 초등학교 상급생 정도면 정상까지 넉넉히 다녀올 수 있다.

2,0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천제단(天祭壇)에서 감상하는 동해 일출은 주목의 눈꽃 감상과 쌍벽을 이를 정도로 감동적이다. 매서운 추위에 아랑곳 않고 밤새워 천제단에서 기도를 올리던 무인(巫人)들이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합장한 채로 기도하는 광경은 태백산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한 장면이다.

해넘이 축제와 해맞이 축제가 오는 31일과 새해 1월1일 황지연못과 태백산 도립공원 등지에서 벌어진다. 31일 오후 5시30분부터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연못에서 개막돼 초청가수 축하공연 등의 이벤트가 펼쳐진다. 해맞이 축제는 새해 1월 1일 새벽 3시부터 당골과 백단사 유일사 등산로 등 태백산 일대에서 벌어져 천제단 해맞이를 위한 반디 산행과 사물놀이를 비롯한 각종 민속놀이 등이 이어진다.

일출 및 눈꽃산행은 당골~반재~망경사~천제단 코스로 천제단에 오른 뒤, 다시 당골로 되짚어 내려가는 회귀코스가 일반적이다. 30분만 더 투자하면 장군봉 부근의 주목 군락지를 다녀올 수 있다. 총 4~5시간 소요.

산행 후에는 오전 8시부터 태백산 당골광장에서 열리는 신년 토정비결 보기와 소망의 연과 희망 풍선 날리기, 제기차기, 투호놀이 등 민속놀이에도 참가해 새해 행운을 빈다. 태백산 관리사무소 (033) 553-5647

▲ 여행정보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서제천 나들목→ 38번 국도→ 제천→ 송학→ 영월→ 석항리 삼거리(우회전)→ 31번 국도→ 11km→ 중동면→ 30km→ 화방재→ 8km→ 태백산 당골광장.

숙박 태백산 입구에는 태백산민박촌(033-553-7440)을 비롯해 여러 민박집과 스카이호텔(033-552-9977), 우진모텔(033-553-6448)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산채비빔밥, 황기백숙 등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많다.

주목과 어우러진 태백산 일출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