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융 지음/ 유소영 옮김

곤충 세계의 킬러이자 숲속의 무법자인 사마귀의 일생을 그린 전기다. 사마귀는 채 1년도 살지 못하는 생애 동안 생존을 위해 어려서 형제들을 잡아먹고, 킬러로 혹독한 수련기를 거치고, 신혼 첫날밤 남편을 먹어치우고, 이후 2세를 낳고 쓸쓸한 최후를 맞는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곤충 관찰기에 그치지 않는다. 사마귀의 삶 묘사 중간중간에 동서고금의 인간 역사를 곁들여 설명함으로써 사마귀의 몸짓 하나하나에서 세상의 이치를 읽어내고 삶의 지혜를 던져준다. 따라서 이는 냉혹한 처세서이다. 경쟁은 살아 있는 모든 존재의 숙명이자 본능이기에 누군가를 이기지 않으면 내가 죽어야 하는 운명을 직시하라는 것. “상생과 상극의 이치, 강한 자와 약한 자의 운명. 이런 법칙과 운명을 깨달은 후에야 사람은 편안하고 달관한 삶을 살 수 있다.”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세상의 이치’이다. 푸른숲 발행. 1만원.

대한민국 50대의 힘 / 탁석산 지음

젊은 시절, 유신체제의 압제 아래 민주화 투쟁에 열정을 바쳤고 이후 정보화 시대에 밀려 세대교체의 대상이 된 이 땅의 50대. 그들은 이제 변변히 가진 것 없이 노령화 사회를 대비해야 하는 낀세대요, 슬픈 세대다. 그렇다고 무기력하게 하염없이 밀릴 수는 없는 일. 50대는 말보다 실천이 앞서며, 인간에 대한 속 깊은 이해력을 지니고, 더불어 살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세대이다. 비인간적인 경쟁과 개인주의가 판을 치는 시대에 오히려 50대는 모든 세대와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고리이자 시대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 50대의 저자가 쓴 이 책은 그동안 외면받아온 50대의 저력과 가능성을 다시 일깨워준다.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요즘, 저자는 “앞으로 20년간은 당당하고 원숙한 지금의 50대가 한국사회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랜덤하우스 발행. 9,800원.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 / 서경식 지음 / 박광현 옮김

‘이성적인 사람, 증인으로서 살아갈 의무를 스스로에게 부여한 사람, 항상 삶을 긍정하던 사람, 조용한 낙관주의자’ 유태계 이탈리아인 프리모 레비(1919-1987)는 아우슈비츠 생존자 중 한 사람으로 전후 증언문학의 중요한 작가였다. 그러나 그는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평등하다는 신화가 얼마나 공허한지”를 뼈저리게 느꼈던 수용소 생활에서 벗어난 지 40년도 더 지나서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이 책은 재일조선인인 저자가 레비의 일견 이해할 수 없는 삶을 더듬는 여정의 기록이다. 레비가 겪었을 ‘유태인’이라는 소수 민족의 아픔, 시대의 폭력에 희생당한 경험은 일본 사회 속의 소수자인 저자 자신의 체험, 유신 시대 옥고를 치른 두 형(서승, 서준식)의 이야기와 묘하게 오버랩된다. “인류는 나아지지 않았다”란 불안감에 시달렸던 레비의 삶은 전쟁과 폭력에 무감각해진 오늘날에 저자가 던지는 경고의 메시지로 되살아난다. 창비 발행.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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