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양념 간이 밴 꼼장어가 밥도둑이네

간장, 소금, 양념 장어구이와 참숯
서울 신림동 복개천 대로변의 자갈치꼼장어숯불구이집. 10년 전 꼼장어 전문점으로 문을 열면서 일대 ‘꼼장어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부근에 우후죽순으로 장어집들이 들어선 것도 이때부터다. 그런데 소문을 듣고 멀리서 온 손님들의 주인에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꼼)장어 먹으려고 여기까지 와야 되나? 강남에도 하나 차리쇼!”

결국 잠실에도 하나 더 들어섰다. 지난 봄에 문을 연 ‘꼼쭈’. 꼼장어에 쭈꾸미 메뉴를 더했다고 해서 이름도 달라졌다. 하지만 주인은 신림동집 주인 고희정 씨 그대로다.

같은 장어집이지만 차이가 있다. 여기서는 참숯을 사용한다. 참나무를 태워 만든 숯은 원적외선이 나와 음식을 맛있게 구워낸다고 알려져 있다. 숯이 돼서도 나무 모양과 결이 살아 있는 것이 육각 혹은 팔각형 모양의 일반 숯과 보기부터 다르다.

꼼장어 전문이기도 하지만 여느 장어집처럼 이곳 또한 세 가지 맛을 내놓는다. 간장구이와 소금구이, 그리고 양념구이.

간장구이에 사용되는 소스는 특히 남다르다. 보통 간장소스를 장어에 한 번만 발라도 금세 색깔이 거무튀튀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서는 그렇지 않다. 하얀색 장어를 굽고 뒤집는 과정을 10여 번 반복해서야 갈색 빛깔을 띠기 시작한다. 소스 때문이 아닌 숯에서 나오는 연기와 열기의 영향이다.

장어의 깊은 맛을 내는 간장소스는 그냥 간장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광어뼈를 각종 야채와 함께 굽고 끓이고 졸여내는 과정을 복잡하게 거친다. 주인 고 씨가 신주쿠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일본인 장어요리사로부터 배운 비법을 그대로 쓰고 있다.

손님들이 가장 즐겨 먹는 메뉴 중 하나인 양념구이는 제법 맵다. 고추장 때문이냐고 물어보는 이들이 많다는데 대답은 ‘아니다’이다. 고춧가루와 파, 마늘 등을 다지고 묻혀서 만든 생양념을 쓴다. 물론 익힌 고추장이 약간 들어가지만 매운 맛의 대부분은 생양념에서 배어 나온다. 고추는 청송의 친척이 재배하는 고추를 해마다 첫 수확 때 가져와 1년 내내 쓴다.

마지막으로 소금구이는 담백하고 깔끔하면서 쫄깃하다. 생양념 간이 밴 꼼장어구이는 오돌오돌 씹히는 맛에다가 입에 넣으면 얼얼해진다. 쌈에 한두 점 올려 놓고 밥까지 얹어 먹는 것이 요령. 이 맛 때문에 한 공기 이상 먹는 손님이 많다. 구이 전문점인데도 일반 밥집보다 밥이 더 잘 나간다고.

장어를 굽다 보면 가끔은 숯을 뒤집어 줘야 한다. 참숯은 열기가 약해질 때쯤 뒤집어 주면 밑에 살아 있던 불길이 또 오래 지속된다. 불판을 들어 젓가락 손잡이 부분으로 참숯을 솎아 주는 것은 숯에 대해 조금 안다는 이들이 ‘한번쯤 잘난 체’ 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공기밥이 아니라면 김치냄비우동(3,000원)도 식사 메뉴로 인기 높다. 대신 곁반찬(쯔끼다시)는 별로 없다. 고추와 오이, 마늘, 상추와 깻잎, 오이피클 정도가 전부. 하지만 “제대로 하는 장어전문점치고는 가장 값이 쌀 것”이라는 자부심이 깔려 있다. 빨간 드럼통과 제법 감각적인 모양의 푹신한 통의자 등 모던한 풍으로 인테리어를 꾸며 놓은 것 또한 서민적인 분위기의 신림동집과는 다르다.

메뉴 꼼장어 8,000원, 쭈꾸미 1만원, 장어류 1만2,000원.

찾아가는 길 잠실역에서 올림픽공원 방향으로 송파구청 건너편 아우디 매장 골목 우측. (02) 416-0592




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