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방송가는 유난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대형 사건은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방송가 내부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 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매스컴을 장식하며 화제를 양산해 갔다. 특히 2006년엔 방송가 시스템의 문제점을 돌아보게 하는 사건들이 많이 벌어졌다.

열악한 드라마 제작 현실을 반영한 사건이 연달아 터졌고, 아나운서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사안도 있었다. 연예인들의 결혼이 유난히 많았던 점에서 전반적으로 축제 무드에 젖어 있었지만 이와 반대로 어두운 그늘을 남긴 사건도 상대적으로 자주 눈에 띄었다. 반성의 계기가 된 점에서 새로운 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기대감을 낳기도 했다. 2006년 방송가 ‘7대 뉴스’ 선정해 봤다.

#1 MBC 미니시리즈'늑대' 방송 중단 사태

주연 배우의 부상으로 방영 중이던 드라마의 제작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는 열악한 드라마 제작 시스템을 여실히 드러냈다. 지난 1월 스턴트맨의 실수로 에릭과 한지민이 교통 사고를 당해 16부작이던 MBC 미니시리즈 ‘늑대’는 3회 만에 막을 내렸다. 방영 중이던 드라마의 제작이 중단된 점도 충격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연기자들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드라마 제작 현실에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연기자의 부상으로 방영 자체가 중단될 수밖에 없는 주먹구구식 드라마 제작 풍토도 비난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후 KBS 2TV ‘봄의 왈츠’도 서도영의 안면 부상으로 2회 중단되는 등 문제점은 계속해서 지적됐다. 사전전작제 정착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서서히 자리잡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2 '쌍춘년' 노총각 개그맨들의 '탈총각' 러시

입춘이 두 번 있는 ‘쌍춘년’ 2006년 연예계엔 결혼식이 유별나게 많았다. 그중에도 걸출한 노총각 개그 스타들의 릴레이 결혼 행진은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1월 김대희가 스타트를 끊고 김준호, 정종철 등이 연달아 뒤를 이으며 서막을 올렸다. 이후 5월 신동엽이 출연 프로그램의 담당 연출자인 선혜윤 MBC PD와 결혼해 뜨거운 화제를 모으더니, 강호동도 탈총각 대열에 합류했다.

이어 11월엔 유재석이 나경은 MBC 아나운서와 결혼 전제 열애 사실을 당당히 밝혀 화제를 모았다. 특히 유재석은 ‘아나운서가 이상형’임을 누누이 밝혀왔기에 나경은 아나운서와의 열애는 더더욱 화제가 될 법했다. 개그계에는 노총각 스타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 박수홍과 이휘재 2명만이 남게 됐다.

#3 개그맨 김형곤 돌연사, 이의정 뇌종양 투병

밝고 건강한 웃음을 선사하던 두 명의 연예인에게 닥친 갑작스러운 사건은 연예계를 안타깝게 했다. 개그맨 故 김형곤 씨는 지난 3월 헬스클럽에서 운동 중 쓰러져 유명을 달리했다. 개그개의 맏형격으로 50대에 접어든 나이에도 연극 무대와 코미디극장 등을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펼쳐온 김형곤 씨의 돌연사는 개그계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깜찍한 이미지의 탤런트 이의정은 지난 7월 뇌종양 진단을 받아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당시 케이블TV 드라마 ‘가족연애사 2’를 촬영 중이던 이의정은 촬영장에서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 진단을 받은 결과 뇌림프종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1개월여 치료를 받은 결과 완치에 가까운 회복을 보였고 최근 활동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4 현대가 며느리 노현정 아나운서의 신데렐라 스토리

노현정 KBS 아나운서의 ‘신데렐라 스토리’는 방송가뿐만 아니라 재계에서도 관심을 모은 이슈였다. KBS 2TV 오락 프로그램 ‘상상 플러스’, ‘스타 골든벨’ 등을 통해 아나운서계 최고 스타로 떠오른 노현정 아나운서는 지난 8월 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 정대선 씨와 화촉을 밝혔다. 한국을 대표하는 재벌 기업인 현대가의 며느리가 된 점에서 지난 1995년 배우 고현정이 삼성가의 며느리가 된 이래 가장 화제를 모은 결혼이었다.

노현정은 결혼식과 동시에 미국으로 떠나며 KBS에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미련 없이 방송가를 떠났다. 불과 1년 남짓 만에 스타로 떠오른 뒤 홀연히 떠났기에 팬들의 아쉬움은 짙기만 했다. 노현정 아나운서는 미국 보스턴에서 행복한 신혼 생활을 꾸리고 있다.

#5 사극 열풍과 미니시리즈의 침체

MBC ‘주몽’, SBS ‘연개소문’, KBS 1TV ‘대조영’ 등 고구려사를 다루는 사극들이 안방극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국내 사극으로는 처음으로 고구려사를 다룬 이들 세 작품은 중국의 동북공정과 관련해 시청자들의 애국심을 자극하며 인기를 모았다. 새로운 소재가 주는 신선함과 송일국, 최수종 등 연기자들의 호연, 그리고 완성도 등이 조화를 이루며 인기 고공행진을 벌였다.

이후 KBS 2TV 사극 ‘황진이’까지 가세하며 사극 전성기를 형성했다.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 사극들의 인기 앞에 멜로 드라마로 대표되는 미니시리즈는 지리멸렬을 면치 못했다. 상당수 미니시리즈가 시청률 10%도 넘지 못하는 부진을 보이며 ‘미니시리즈 위기론’과 ‘미니시리즈 무용론’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6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른 여자 아나운서

2006년엔 여자 아나운서들이 유난히 많이 논란에 휩싸였다. 9월 김경란, 김지연, 이정민 아나운서 등이 남성 잡지와 고혹적인 화보 촬영을 해 ‘품위 논란’을 일으켰고, 이어 10월엔 정지영 아나운서가 베스트셀러 ‘마시멜로 이야기’의 대리 번역 파문에 휩싸였다. 11월엔 강수정 아나운서의 프리랜서 선언과 관련해 KBS의 출연 규제 방침이 생겨나는 등 올해 하반기엔 거의 매달 여자 아나운서들을 둘러싼 화제가 양산됐다. 특히 여자 아나운서들의 인기가 급등하면서 ‘아나운서의 연예인화’에 대한 논란도 쉴 새 없이 불거지기도 했다.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여자 아나운서들의 위상에 대한 숙제는 2007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7 황수정 안방극장 복귀

지난 2002년 마약 복용 혐의로 구속 수감된 뒤 연예계를 떠났던 ‘예진아씨’ 황수정이 5년 만에 연예 활동 재개에 나서 연말 연예계의 화제가 됐다. 황수정은 가수 왁스의 뮤직비디오 출연을 통해 활동 재개를 위한 초석을 다진 뒤 1월 방송 예정인 SBS ‘소금인형’의 주인공으로 지난 2000년 MBC 사극 ‘허준’ 출연 이후 6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황수정의 복귀를 놓고 네티즌들은 물론, 연예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불붙었지만 일단 오랜 자숙의 시간을 가졌던 만큼 기회를 주자는 동정론에 더 큰 힘이 실렸다. 황수정의 연기 활동 재개를 둘러싼 논란은 내년 1월 ‘소금인형’이 방송된 뒤 다시 시작될 전망으로 아직 진행형인 셈이다.


이동현 스포츠한국 연예부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