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하얀거탑'
2007년 새해 안방극장에 메디컬 드라마 바람이 불어온다.

병원과 의사의 세계를 심도 있게 조명하는 메디컬 드라마들이 1월 초부터 연달아 방영되며 시청자들을 의학의 세계로 안내할 분위기다.

6일 첫 방송된 MBC 특별 기획 ‘하얀거탑’(극본 이기원ㆍ연출 안판석)을 시작으로 17일엔 SBS 수목 미니시리즈 ‘외과의사 봉달희’(극본 이정선ㆍ연출 김형식)가 뒤를 잇는다. 이후에도 ‘다모’, ‘패션 70’s’ 등 화제작을 연출한 이재규 PD가 개성 강한 의사 집단을 그리는 ‘이발사들’을 들고 나오고, ‘주몽’의 최완규 작가는 ‘종합병원 2’를 집필 중이다. 90년대 중반 ‘종합병원’, ‘해바라기’, ‘의가형제’ 등이 인기를 모은 뒤 안방극장에서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던 메디컬 드라마가 2007년을 맞아 한꺼번에 밀려나오는 셈이다.

특히 이들 메디컬 드라마들은 기존의 메디컬 드라마가 보여주던 두드러진 특징인 ‘병원에서 사랑하는 이야기’와 확실한 차별화를 추구한다. 그저 병원이 멜로의 배경이 되기보다 병원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의사들의 삶을 고스란히 재현해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병원에서 의술을 펼치는 이야기’인 본격 메디컬 드라마를 표방한다. ‘카디악 탐폰’, ‘테이블 데쓰’, ‘산호포화’ 등 시청자들에겐 생소하기만 하고 위압감마저도 느껴지는 의학 전문용어들이 스타들의 입을 통해 생명력을 얻게 되는 셈이다. 이를 위해 ‘하얀거탑’, ‘외과의사 봉달희’ 등은 실제 병원을 배경으로 촬영이 이뤄지는 동시에 수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병원 세트를 별도로 만들기까지 했다.

‘하얀거탑’은 일본에서 세 차례나 제작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동명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는 작품이다. 병원을 배경으로 의술이 펼쳐지는 생생한 현장과 의사로서 성공을 위해 정치적 행동을 서슴지 않는 의사 세계를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안판석 PD는 “병원을 배경으로 한 정치 드라마다”라고 ‘하얀거탑’을 정의하고 있다. 김명민이 냉철한 천재 외과 의사로 등장하고 이선균이 이와 대립되는 인간미 넘치는 의사로 등장한다.

완벽한 의술(醫術)과 조금은 부족하지만 인간미가 느껴지는 인술(仁術)이 대립되는 가운데 진정한 의미의 성공을 거두는 의사는 누구인지에 대한 숙제를 남겨주는 작품이다. 톱스타 차인표가 이들 사이에서 번민하는 의사로 조연급으로 출연하는 점도 볼거리다.

‘외과의사 봉달희’는 풋내기 의사들이 성장해 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레지던트들이 힘겨운 의료 과정을 거치면서 어엿한 의사의 면모를 갖춰가고 정신적으로 성숙하는 모습을 그린다. 그 과정에 동료 의사들 간의 엇갈린 사랑은 양념처럼 작품에 재미를 더한다. 이요원이 좌충우돌 레지던트 봉달희로 등장하고 이범수, 김민준, 오윤아, 최여진 등이 동료 의사로 등장해 긴박한 수술 장면을 연기하는 등 병원 세계를 생생하게 펼쳐 보일 예정이다.

5월께 SBS를 통해 선보일 예정인 ‘이발사들’(극본 민효정ㆍ연출 이재규)은 의사의 하얀 가운을 이발사에 비유한 독특한 설정으로 의사 세계를 조명한 작품이다. 지나치게 강한 개성 때문에 병원의 비주류가 된 의사들이 마치 외인부대처럼 새로운 의술의 세계를 펼쳐나가는 내용을 다루게 된다. ‘종합병원 2’는 90년대 중반 큰 인기를 누린 드라마 ‘종합병원’의 속편 격인 작품이다. 레지던트와 인턴 등의 힘겨운 수련 생활 속에서 싹트는 우정과 사랑을 중심 소재로 삼는다.

새해를 맞아 국내 안방극장에 메디컬 드라마가 한꺼번에 밀려드는 점은 일단 새로운 소재와 기획이라는 점에서 반갑다. 그러나 메디컬 드라마는 의학에 대한 세밀한 기초 공부가 필수적으로 따라야 하는 점에서 분명히 쉽지 않은 장르다. 자칫 무늬만 메디컬 드라마인 채 실상은 일반적인 멜로 드라마의 재탕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또한 최근 해외 시리즈들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 소개된 수준 높은 메디컬 드라마를 통해 눈 높이가 높아진 시청자들을 얼마나 만족시킬 수 있는지도 숙제로 남아 있다.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 ‘하우스’, ‘E.R’, ‘닙턱’ 등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이 나오면 자칫 시청자의 외면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 외화 시리즈의 경우 수십 명의 작가가 투입돼 철저한 자료 조사를 거치는 만큼 생생한 현실 반영은 국산 메디컬 드라마보다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적인 색깔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가야 하는 점 또한 ‘하얀거탑’, ‘외과의사 봉달희’, ‘이발사들’ 등의 제작진이 염두에 둬야 할 숙제들이다.

SBS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

이동현 스포츠한국 연예부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