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갈비와 김치가 찜통에서 만나면…

유명한 식당 중에 상호하고 잘 나가는 메뉴가 다른 경우가 더러 있다. 간판에는 ‘○○설렁탕’이라고 씌어 있는데 실제 많이 팔리는 음식은 생태찌개인 집도 있고, 이름난 함흥냉면집인데 만두가 더 맛있다고 소문난 곳도 있다.

서울 강남 신사역에서 논현역 못 미쳐 좌측 골목에 자리잡은 ‘논현 곰국시’도 그러하다. 역시 이름만으로는 ‘국시’나 수육만을 전문으로 하는 집 같다. 하지만 실상 가장 잘 팔리는 음식은 돼지갈비 김치찜이다. 식당 상호만으로는 전혀 예상하기 힘들다.

돼지갈비 김치찜, 별로 들어 보지 못한 메뉴군에 속한다. 그럼 두 가지 다른 식재료가 어떻게 매치됐을까?

안주인 신영미 씨는 어릴 때 어머니가 해주던 돼지갈비찜을 즐겼다. 어머니의 특기는 돼지갈비와 김치를 같이 넣고 찌는 것. 집에서 맛있게 먹었던 그 맛을 기억해 식당 메뉴로 선보이기로 결심했다.

그렇다면 맛은? 돼지갈비의 부드러운 살점은 씹어 보면 다르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구웠을 때와 비교해 훨씬 연해진 것이 가장 큰 차이. 거기에 김치 국물 맛까지 배어 있다. 더불어 돼지갈비와 한 찜통의 열기 속에서 어우러진 김치찜은 시큼하면서도 구수하다. 역으로 김치에는 돼지갈비의 육수 맛이 스며있다.

조리법은 그리 간단치 않다. 김치와 갈비가 서로 익는 시간이 달라 적당히 시간차를 두고 함께 쪄내야만 한다. 너무 오래 쪄 김치나 갈비가 물러버리게 해서도, 덜 찌는 바람에 설 익는 것을 허용해서도 안 된다.

미리 돼지갈비에 갖은 양념을 해 어느 정도 숙성시킨 것도 맛을 내는데 큰 역할을 한다. 참기름과 된장, 마늘 등으로 돼지에서 날 수 있는 잡내를 완전히 제거하고 양념 맛이 배도록 하기 위해서다. 김치 또한 일정 기간 숙성한다.

안주인 신씨 어머니는 원래 집에서 이 음식을 술안주로 많이 냈다. 손님으로 온 아버지 친구들 사이에 ‘맛 있다’고 난리였는데 이 식당에서도 역시 처음엔 술안주용으로 선보였다. 하지만 식사 메뉴로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지금은 점심 때에도 제공된다. 저녁 때 작은 냄비 소자 돼지갈비 김치찜은 1만8,000원. 하지만 점심 때는 2인분짜리가 비슷한 크기인 데도 1인분에 6,000원씩만 받는다.

그렇다고 간판에 쓰인 글자를 무시할 수는 없다. 상호에서처럼 이 집 수육 또한 내놓을 만하다. 소 양지를 비교적 얇게 썰어 내는데 제법 쫄깃하다. 원래 양지는 살이 ‘퍽퍽해’ 살코기용으로는 인기 없는 부위. 여기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한우만을 들여와 사골국물에 삶아내는데 육수를 너무 많이 뽑아내지 않는 것이 비결이라 한다. 그래서 그런지 굳이 수육과 국시에 들어가는 국물 중에 고르라면 수육이 더 나은 편이다.

뽑아낸 국물은 곰국시용 육수로 사용된다. 또 떡만두국이나 육개장도 마찬가지. 조그마한 크기의 자연산 생굴은 탱기 있는 신선도로 특히 자신있게 내놓는 음식이다.

메뉴 돼지갈비 김치찜 6,000원(점심), 2~3인용 소자 1만8,000원(저녁). 곰국시와 떡만두국 각각 5,000원, 수육 2만3,000원(적은 양을 원하면 반으로도 준다).

찾아가는 길 서울 강남 논현역 8번 출구 국민은행 옆골목 (02) 516-4955


글ㆍ사진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