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못생겨 슬펐나, 붉은 열매여

하필 그 많고 많은 이름 중에 ‘말오줌때’라니. 하긴 개불알꽃도 있고, 쥐똥나무도 그에 못지않다. 하지만 특별한 이름의 이런 식물들을 하나하나 알고 보면 아름답거나, 향기롭거나, 혹은 쓰임새가 유용하다. 물론 모든 식물이란게 어떻게 보느냐 나름이지, 세상에 사람에게 좋지 않은 식물들이 어디 있으랴. 중요한 것은 이름이 아닌 듯하다. 식물이든 사람이든.

이름 때문에 다소 무시했을지도 모를 이 나무의 매력을 한번 알아보자. 말오줌때는 고추나무과에 속한 낙엽관목으로, 높이가 약 3m의 중간키나무이다.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곳은 주로 남쪽이다. 하지만 해안을 따라 중부지방에까지 올라와 분포한다. 제주도 등 따뜻한 곳에서는 겨울이 되어도 다 지지 않은 잎들을 오래도록 볼 수 있기도 하다. 주로 산기슭이나 바닷가 숲에서 만날 수 있다.

잎은 깃꼴복엽이며 서로 마주 난다. 전체적으로 25cm쯤 되지만 작은 잎 하나하나는 달걀모양으로 손가락 길이쯤 된다. 꽃은 5월께 핀다. 아주 작은 꽃이 원추상으로 모여 꽃덩어리를 만들지만 연한 녹황색이어서 그리 쉽게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가장 특별한 것은 열매다. 가을이 되면 익어가는데 아주 맑고 아름다운 붉은색이다. 벌어져 보이는 열매의 속은 연한 분홍빛이며 까맣고 반질반질한 구슬 같은 씨앗이 드러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오래도록 지속된다.

말오줌때라는 이름은 이 나무의 줄기가 잘 휘어지면서도 부러지지 않아 말채찍으로 쓰인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거기에 구태여 그냥 말때가 아닌 말오줌때가 된 것은 나뭇가지를 자르면 약간 좋지 않은 냄새도 좀 날 뿐 아니라, 열매가 붉어 많은 이들이 말오줌나무와 혼동한 때문인 듯하다. 칠선주나무라고도 하고 딱총나무와도 비슷하다 하여 나도딱총나무라고도 불린다.

어린 순은 먹을 수 있으며 추위에 약하다. 겨울에 따뜻한 곳이라면 정원수나 공원수로도 아주 좋다. 키우긴 쉽다. 전정도 잘 되고 옮겨 심기도 쉽고, 무엇보다 쑥쑥 잘 자란다. 약으로도 쓰인다. 열매, 부리, 꽃 등을 약으로 먹는데 통증을 줄이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등 여러 효과가 있다.

남쪽의 한 수목원을 걷다가 이 나무를 한참 보고 있던 유치원선생님과 아이들을 만났다. 여전한 푸른잎에 붉고 까만 열매를 매달고 있는 이 나무에 대해 선생님은 말했다. “예들아, 이 나무 봐라. 와! 멋지다. 어? 이름이 말오줌때네. 에잇 딴 데로 가자.” 선생님이 사려 깊게 “나무가 너무 멋져서 사람들과 친해지라고 이렇게 재미난 이름을 붙였네”라고 말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제라도 이름이나 선입견, 혹은 외모에 가려 혹 지나쳐버릴지도 모를 우리 주변의 소중한 식물, 사람들과의 인연을 놓치지 않는, 그런 한 해를 보내야겠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fog.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