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의 특징 중의 하나가 내실보다는 겉모습, 이름, 명분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학교를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다. 대학이든 고등학교이든 명문인지 아닌지 유난히 많이 따진다. 학력, 동문을 중시하는 세태 탓이다. 사교육이 극성을 부리는 것도 무조건 명문학교에 들어가고 보자는 사고방식이 낳은 비싼 대가이다. 마치, 명문학교에 들어가면 자신도 자동으로 ‘명품’학생이 되는 줄로 착각하는 것 같다.

내가 미국에서 공부한다고 하니까 한국에 사는 지인들로부터 전화나 이메일로 자녀를 좋은 사립 중고교에 보내고 싶은데 추천해달라는 요구를 많이 받는다.

사실 미국의 중고교의 랭킹을 매긴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명문의 기준이 애매하기도 하거니와 그 기준의 가중치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다르게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 크기와 학생 수 대비 교사 비율 등 양적인 요소도 제각각이라 점수로 계량화한다는 게 어렵다. 그래도 지인들이 자꾸 묻기에 할 수 없이 자료를 찾아봤는데 다행히 최근 미국의 사립 중고교의 랭킹을 보여주는 자료를 입수하게 되었다.

그중 기숙사를 갖춘 사립중고교 중 SAT 시험 성적이 미국 내 공립학교 평균점인 1,020점을 넘는 곳 중 특히 1,200점 이상인 명문학교 40곳을 소개한다. 그것을 100% 믿을 건 못 되고, 또한 잣대에 따라 순위는 뒤바꿀 수도 있음을 감안해 참고해야 할 것이다. 자료 출처는 www.boardingschoolreview.com이다.

미국 내 사립 중고교(기숙사 구비)의 순위는 다음과 같다. 1. Phillips Exeter Academy(뉴햄프셔) 1361점 2. Groton School(메사추세츠) 1360점 3. Phillips Academy Andover(메사추세츠) 1358점 4. St. Paul's School(뉴햄프셔) 1345점 5. Milton Academy(메사추세츠) 1340점 6. Deerfield Academy(메사추세츠) 1335점 7. Indian Springs School(알라바마) 1333점 8. Choate Rosemary Hall(코넷티컷) 1332점 9. Lawrenceville School(뉴저지) 1328점 10. Thomas Jefferson School(미주리) 1320점 11. Hotchkiss School(코넷티컷)1300점 12. Cate School(캘리포니아) 1300점 13. Concord Academy(메사추세츠) 1300점 14. St. Andrew's Schoo(델라웨어) l129점 15. Thacher School(캘리포니아) 1290점 16. Emma Willard School(뉴욕) 1290점 17. St. Anne's-Belfield School(버지니아) 1290점 18. Taft School(코넷티컷) 1289점 19. Hockaday School(텍사스) 1280점 20. Woodberry Forest School(버지니아) 1280점

21. Middlesex School(메사추세츠) 1270점 22. Loomis Chaffee School(코넷티컷) 1265점 23. Saint James School(메릴랜드) 1260점 24. Episcopal High School(버지니아) 1260점 25. Salem Academy(노스캐롤라이나) 1250점 26. St. Mark's School(메사추세츠) 1238점 27. St. George's School(로드아일랜드) 1234점 28. Webb School(테네시) 1231점 29. San Domenico School(캘리포니아) 1230점 30. Westover School(코넷티컷) 1230점

31. Stevenson School(캘리포니아) 1226점 32. Miss Porter's School(코넷티컷) 1222점 33. Western Reserve Academy(오하이오) 1220점 34. Mercersburg Academy(펜실바니아) 1219점 35. Stony Brook School(뉴욕) 1215점 36. Kent School(코넷티컷) 1201점 37. Hill School(펜실바니아) 1200점 38. Hun School of Princeton(뉴저지) 1200점 39. Subiaco Academy(알칸서스) 1200점 40. Masters School(뉴욕) 1200점

정민철 통신원(미국 인디애나 대학 재학)


● 새해에 겪은 황당한 사건

새로운 희망으로 들떠야 할 새해에 나는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남편이 3박4일간 집을 비운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집에서 딸과 함께 놀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었더니 경찰관이었다. 헉! 덜컥 겁이 났다. ‘혹시 내가 뭘 잘못하기라도 했나’ 순간적으로 불안감이 스쳤다.

"아파트 출입구 앞에 주차되어 있는 차가 당신 차 맞습니까?" 경찰관이 물었다.

"제 차가 맞는데요"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조사할 것이 있으니 밖으로 나와보세요.” 영문도 모른 채 경찰관 뒤를 따라 나갔다.

경찰관이 밖으로 부른 이유를 말했다. “당신 차 옆에 금색의 밴이 있었는데, 당신이 주차하면서 긁었다고 그 차 주인이 신고했습니다”

‘아하 그랬구나’ 그제서야 나는 전후 사정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내 차 앞 범퍼 오른쪽에 노란색 물체를 긁은 자국이 있었던 게 화근이었다. 하지만 그 자국은 내가 차를 사서 얼마 안 지나서 어디선가 긁힌 자국이었다.

경찰관은 대뜸 "이 긁힌 자국이 뭡니까? 전에 알고 있었습니까?"라고 물었다.

"알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아주 오래 전에 생긴 자국입니다." 알리바이 자신감으로 큰 소리로 응수했다. 사실 언뜻 봐도 내 차의 긁힌 자국의 색깔과 밴의 색깔이 확연히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벌써 경찰차가 2대나 와 있었다. 다른 경찰차의 경찰관이 물었다. "저 자국, 언제 생긴 겁니까?"

"1년 전쯤에 생긴 거고, 내 차가 아침에 주차할 때 주차장에 다른 차들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경찰이 사태의 전후 사정을 수긍했는지 나보고 그만 가보라고 해서 아파트로 돌아왔다.

신고한 사람은 우리 아파트 1층에 사는 미국인이었다. 그런데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점이 있었다. 만약 내가 밴을 긁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면 우선 내게 와서 이야기하면 되지, 경찰관을 불러 공연히 일을 복잡하게 하는지 약간 괘씸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거기다가 내가 경찰관과 이야기할 때 아파트 주민들이 나를 동물원의 원숭이 대하듯 쳐다보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다.

경찰관이 돌아간 후 그 밴이 어디에, 얼마나 심하게 긁혔는지를 자세히 보았더니, 긁힌 밴이 내 차의 색깔과 비슷해도 긁힌 높이나 방향이 많이 달랐다. 그런 것도 알아보지 않고 나를 신고했던 이웃사람들이 야속했다.

이번 일을 통해 나는 미국이란 나라가 어떤 곳인지를 깨닫았다. ‘미국인들은 이런 사소한 것까지도 신고하는구나. 내게 먼저 와서 자초지종을 알아보지도 않고 무조건 경찰에 신고부터 하는구나.’

법대로 분쟁을 해결하려는 합리적 사회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이웃을 의심하는 삭막한 사회라고 해야 할지 헷갈린다. 결과적으로 내게 아무런 일이 없었으므로 한 해의 액땜을 치렀다고 자위하고 싶지만 그래도 찝찝함을 끝내 지울 수 없었다.

김주성 통신원(미국 뉴욕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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