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인간을 파괴하는 것은 창조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쉬운 일도, 간단한 일도 절대 아니지만 독일인, 당신들은 그 일에 성공했다.” 2차대전 말, 이탈리아에서 반파시즘 저항운동에 나섰다 체포되어 아우슈비츠에 수용된 프리모 레비. 그를 가장 괴롭힌 것은 구타와 굶주림, 강제노동보다 빵 한 덩이를 더 먹기 위해 옆 동료가 죽길 바라고, 저항을 시도한 수용자가 처참하게 처형당하는 광경을 무기력하게 바라보는 ‘노예’로서의 수치심이었다.

‘내일’이라는 말이 결코 쓰이지 않는, 오로지 오늘의 삶을 위한 원초적인 투쟁에 나서야만 하는 강제수용소 생활에서 레비는 살아남아 전후 증언문학의 주요 작가가 되었고 이 책은 그가 쓴 첫 번째 저서이다. 레비는 책에서 아우슈비츠는 인간의 잘못된 인식이 초래한 참극임을 고발했고 20년 전 자살로 삶을 마감함으로써 다시 한번 인류에게 인간성 말살의 후유증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돌베개 발행. 1만2,000원.

▲ 세계 명화 100선이 담긴 그림 박물관/ 이러 지음/ 홍은경 옮김

명화란 역사를 기록하고 진실한 감정을 표현하며 때로는 심오한 사상까지 담아낸 매개체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세월이 지나도 명화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해하고자 한다. 미술사를 전공한 저자가 제안하는 ‘명화와 교류하는 법’은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명작 속에 흐르는 숨결과 아우라를 읽는 것이다.

‘명화’라는 평면적인 공간에 표출된 화가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림 전체에 대한 입체적, 심층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예컨대 벨라스케스의 ‘교황 인노켄티우스 10세’ 초상화에서 전체적으로 쓰인 붉은 색감과 시선 처리를 통해 예민하고 교활한 인물의 성격을 파악하는 식이다. 이 책은 구석기 시대의 알타미라 동굴벽화부터 보티첼리, 다 빈치, 미켈란젤로의 작품들을 지나 앤디 워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남긴 100선의 명화를 통해 어떻게 그림의 진면목을 읽어야 할지를 보여준다. 크레듀 발행. 1만9,000원.

▲ 조선의 화가/ 이준구, 강호성 편저

<조선의 선비>, <조선의 정승>, <조선의 부자>에 이어 조선을 움직인 위대한 인물 시리즈의 마지막 완결편이다. 사진이 없던 시절, 그림은 당대의 시대상과 흐름, 즉 역사를 반영하고 선조들의 정신세계와 생활모습을 담은 귀중한 문화 유산이었다. 나라별로, 시대별로 회화에 나타나는 특징이 다른 것은 그 때문이다.

이 책은 조선 후기의 화가와 작품을 집중 조명했다. 조선 후기는 문인과 화원뿐만 아니라 좀 더 폭넓은 계층이 문화, 예술 분야에 참여함으로써 미술분야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던 시기. 진경산수의 창시자 정선, 풍속화의 천재 김홍도, 광인 같은 삶을 살다 간 저항아 최북, 개화기를 이끈 천재화가 장승업, 남종화의 절정기를 열었던 김정희 등 대가들이 대거 배출되었다. 저자들은 조선 후기 대표 화가 10명의 파란만장한 삶과, 화풍, 작품 세계를 풍부한 그림을 곁들여 활자로 그려냈다. 아울러 복을 빌고 화를 막아주는 서민들의 그림인 민화들도 소개한다. 세계에 자랑할 만한 조상들의 빛나는 예술작품과 미적 감각을 만난다. 스타북스 발행.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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