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극이 신세대 연기자들의 스타 도약의 장으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KBS 1TV와 MBC를 통해 매일 오후 8시대에 방송되는 일일극은 주부 등 성인 시청자를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기에 신세대 연기자들에게는 그다지 인기가 많지 않은 장르였다. 신세대 연기자들은 오후 10시대에 포진한 미니시리즈 출연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게 대세였다. 트렌디 드라마와 멜로 드라마로 대표되는 미니시리즈가 신세대를 주요 시청자층으로 삼았기에 신세대 연기자들은 미니시리즈를 선호하고 일일극이나 주말극은 뒷전에 미뤄 두는 경향이 주를 이루곤 했다. 그런 까닭에 일일극은 주로 30대 연기자들이 연기의 무대로 삼았고, 활약 또한 두드러지곤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신세대 연기자들의 일일극 활약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트렌디 드라마의 침체로 인해 미니시리즈에선 스타 탄생을 좀처럼 보기 힘들다. 대신 성인 시청자층이 주로 보는 일일극에서 스타 탄생이 이뤄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일일극 출연을 기피하던 신세대 연기자들이 속속 일일 드라마에 진출하며 새로운 스타 도약을 꿈꾸고 있다.

신세대 연기자들의 일일극을 통한 스타 도약의 시발점은 2004년 MBC ‘왕꽃선녀님’의 여주인공 이다해다. 당시 무명이나 다름없던 이다해는 ‘왕꽃선녀님’에서 호연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며 차세대 스타로 발돋움했고 이후 SBS ‘그린 로즈’, ‘마이 걸’ 등의 드라마를 통해 스타로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최근 MBC 사극 ‘주몽’에 소서노로 출연하며 최고 스타로 떠오른 한혜진도 일일극을 통해 스타로 급부상한 신세대 연기자다. 한혜진은 2005년 MBC ‘굳세어라 금순아’에서 타이틀롤 금순이 역으로 출연해 5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견인하며 확고부동한 스타 연기자로 자리매김했다. ‘굳세어라 금순아’에 출연하기 전 한혜진은 고만고만한 신세대 연기자 중 하나에 불과했지만 이후 드라마 캐스팅 1순위로 손꼽히는 연기자로 위상이 격상됐다.

MBC 일일극을 통해 스타로 도약한 이다해와 한혜진의 뒤는 KBS 1TV 일일극의 주인공들이었다. 김아중과 고주원은 2006년 ‘별난 여자 별난 남자’의 주인공 커플로 등장해 인기를 높인 뒤 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김아중은 최근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여주인공으로 출연해 5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확고부동한 스타가 됐다. 고주원 또한 KBS 2TV 주말극 ‘소문난 칠공주’의 남자 주인공으로 발탁돼 인기 여세를 이어갔다. 지난 12일 종영한 ‘열아홉 순정’의 구혜선과 이윤지 또한 시청률 40%를 넘나든 작품의 성공과 함께 스타 대열에 합류한 사례다.

이처럼 일일극이 스타 배출의 창구로 각광 받는 배경엔 일일극이 지닌 긍정적인 요소들 덕분이다. 일일극에는 오랜 경력을 지닌 연기 베테랑들이 대거 등장하기에 신세대 연기자들에겐 생생한 연기의 배움터가 된다. 또한 많은 연기자들과 비교적 장기간 호흡을 맞춰야 하기에 폭넓은 인간 관계를 통해 한층 성숙해지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결국 일일극은 연기력을 배양하고 동료 연기자와 친분을 넓히는 무대가 되기에 신세대 연기자들이 얻을 게 많은 셈이다.

또한 최근 들어 미니시리즈의 퇴조 기미가 역력하고 일일극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이를 선호하는 신세대 연기자도 많아지고 있다. 예전엔 일일극 출연이 CF 등의 부가 수익을 창출하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일일극의 인기와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CF 대박’으로 연결되는 사례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일일극이 연기자들에게 명분과 실리를 모두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15일 첫 방송된 KBS 1TV 일일극 ‘하늘만큼 땅만큼’에는 신세대 연기자 ‘군단’이 등장한다. 박해진, 한효주, 강정화, 홍수아 등 주인공이 모두 신세대로 채워지는 이례적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일일극을 선호하는 신세대 연기자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동현 스포츠한국 연예부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