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암동 자하문 터널 위. 북악스카이웨이로 들어서는 초입에 ‘손만두’라고 쓰인 조그만 간판이 하나 눈에 띈다.

시내에서 멀진 않지만 비교적 외진 자리인 데도 식사 시간이 되면 드나드는 사람들이 결코 적지 않다. 이름에서 짐작될 수 있는 것처럼 모두 ‘손으로 빚은’ 손맛 나는 만두를 맛보려는 이들이다.

만두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냉면이나 불고기 등 다른 음식을 메인으로 내세우면서 더불어 만두를 파는 곳은 많아도 식당의 주메뉴로 만두가 인기 높은 것은 아니다.

일반 주택이었던 이곳이 만두집이 된 것은 1993년. 안주인 박혜경 씨는 당시 인왕산이 개방되면서 집 앞을 지나치는 등산객들을 보며 만두를 떠올렸다. ‘어릴 적 먹던 어머니의 만두를 만들어 내놓아 보면 어떨까’.

앞마당에 파라솔을 세우고 놓은 테이블은 단 3개. 올케와 함께 재미 삼아 시작한 일이다. 어릴 적부터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만두를 많이 만들어봐 맛이라면 자신 있었다.

헌데 ‘큰일’이 돼버렸다.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뒷마당에도 파라솔을 세웠고 다음은 마루, 큰방 하나, 건넌방, 그리고 2층방과 다락방, 또 옥상까지 공간을 늘려 지금은 집 안팎 전체가 전문 식당으로 변해버렸다.

처음 내놓은 음식은 만두국과 빈대떡. 이제는 만두 종류만 5가지나 된다. 속이 다른 만두국과 만두 모양까지 치면 실제로는 총 7가지다.

종류가 여러 가지인 만큼 고루 맛보길 원하는 건 인지상정. 손님들도 종류별로 묶어 시킨다. 부추와 소고기, 돼지고기가 들어간 물만두는 한 입 크기로 부드러워 애피타이저로 인기 높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당면과 배추가 들어간 찐만두는 속이 푸짐하다. 투박한 듯 씹히는 맛이 나는 데다 당면이 들어 있어 아이들이 많이 찾는다.

‘편수’라는 비교적 낯익지 않은 메뉴도 눈길을 끈다. 편수는 개성에서 만두를 부르는 용어인데 서울에서는 여름만두를 가리키기도 한다. 그래서 편수에는 더운 날 상하기 쉬운 돼지고기를 넣지 않는다. 소고기와 표고버섯, 오이를 속으로 넣었는데 만두피 모양도 보자기처럼 네모로 접어 놓은 것이 독특하다. 여름에는 차갑게 식혀 새콤하게 간을 입힌 양지육수가 깔려 나온다.

만두에 고기가 들어가는 것이 싫다면 소만두가 어울린다. 표고버섯과 오이, 숙주, 두부만으로 속을 채워 채소만두라 할 수 있다. 김장김치에 고기를 버무려 속을 만드는 김치만두는 겨울철 최고 인기메뉴로 꼽힌다.

이 집에서는 식사 또한 국물이 있는 2가지 만두 요리로 배를 채운다. 만두국에 들어 있는 만두는 고깃살과 숙주 두부로 속을 채웠고 떡만두국의 만두는 시금치와 당근, 비트로 즙을 내 색을 낸 만두피가 사용된다. 빨강, 노랑, 녹색 등 알록달록 색이 입혀진 둥그런 모양의 만두는 조랭이떡과 함께 색뿐 아니라 맛에서도 조화를 이룬다.

진한 만두 국물 맛은 소 양지살을 푹 삶아 우려낸 육수에서 나온다. 고기 자체가 맛있지 않으면 국물 맛도 안 난다고 고기를 살 때부터 안주인 박 씨는 부쩍 신경쓴다. 육수건 다대기건, 만두 속이건 일체의 조미료 없이 국간장과 소금으로만 간을 하는 것도 그가 한결같이 지켜오는 철칙이다.

▲ 메뉴 물만두 6,000원, 8개들이 찐만두 소만두 김치만두 편수는 8,000원씩(만두 한 알에 1,000원꼴이다). 만두국 8,000원.

▲ 찾아가는 길 서울 부암동 자하문 터널 위 북악스카이웨이 초입, (02)379-2648. 명동 신세계10층 분점 ‘자하’는 (02)310-5024.


글ㆍ사진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