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에서 숙성, 고기 맛이 향긋

돼지갈비는 보통 양념을 해서 먹는다. 돼지 특유의 냄새가 제거될 뿐만 아니라 양념이 배이면 구워 먹을 때 더 맛있다. 그런데 양념 돼지갈비를 시키면 돼지 살점 색깔이 진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그냥 간장을 비롯한 양념이 진하게 배인 탓이라고 생각해 버리곤 만다.

경기도 군포 신사거리 인근 한성갈비촌의 돼지갈비는 연한 붉은 색을 띤다. 돼지고기 특유의 색깔과 크게 다르지도 않다. 그렇다고 양념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비결은 항아리에서 양념과 함께 돼지갈비를 숙성시킨 데 있다.

주인 김인기 씨는 어릴 적 어머니가 돼지고기를 된장과 함께 항아리에 넣어 보관하는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땅 속에 묻어 놓은 항아리 속의 돼지고기는 이상하리만큼 오래 보관할 수 있고 맛도 좋았다. 지금도 그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김 씨는 양념 돼지갈비에도 같은 방법을 시도했다. 신기하게도 결과는 마찬가지. 항아리에서 숙성된 돼지갈비는 여전히 신선하고 고기 살점도 탱탱했다. 연한 핑크빛 색깔에서만 아니라 고기에서 보여지는 질감도 마찬가지다.

항아리 숙성 돼지갈비의 맛은 구워서 먹을 때 확연히 드러난다. 씹을 때는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이 전해지고 코 끝으로는 향긋함도 묻어난다. 적당히 굽힐 때의 고기 색깔도 연한 브라운 색에 가깝다.

양념을 무엇으로 만들었는지도 궁금해진다. 맛이 그리 짜지 않은 것 같은데 간장 베이스로 만든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한약재를 비롯, 20여 가지 재료로 만든다. 하지만 주인 김 씨는 좀처럼 말해주려 하질 않는다. 다만 연육제나 조미료 같은 일체의 화학 물질은 들어가지 않는다고.

신선한 고기 질감이 느껴지는 만큼 숙성 기간은 오래 걸린다. 보통 양념 숙성이 2~3일 걸린다면 항아리 숙성은 두 배 이상 시간을 필요로 한다. 물론 항아리를 땅에 파묻을 수 없기 때문에 대형 냉장고에 넣어 둔다. 이 집에는 사람 키보다 높은 대형 냉장고가 4개나 된다.

고객들은 고기를 먹고 난 후 밥을 시키면 조금 놀라게 된다. 돌솥밥이 모든 손님에게 제공되기 때문.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알에는 윤기가 좌르르 흐르고 솥바닥에는 누룽지가 깔려 있다. 워낙 뜨거워 밥을 공기에 덜어 놓고 물을 부어 놓으면 식사를 마칠 때쯤 눌은 밥이 되어 있다. 밥은 시간이 자동으로 조절되는 가스레인지에서 짓기 때문에 밥 맛이 항상 일정하다.

무엇보다 이 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다 보면 실내에 고기 냄새가 별로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테이블 밑으로 바깥의 공기를 흡수하고 불판 옆에 내놓은 둥그런 틈새로 배기 가스를 바로 내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내 공기가 고깃집치고 맑은 편이다. 입구에 좌우로 줄지어 늘어 놓은 화분들의 화초 잎들이 여전히 푸른 것도 이 덕분이란다.

메뉴 항아리 숙성 돼지갈비 7,000원. 생삼겹살 7,000원, 소고기영양탕 6,000원.

찾아가는 길 군포신사거리에서 군포구사거리 방향 육교 지나자마자 우측 국민은행 옆. (031)457-6666




글ㆍ사진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