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첫사랑 찾아나선 탐정 봉변 소동… 웃음 뒤 청량감은 미흡

2년 전, <마파도>의 성공은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전성기를 지난 중년 여배우들을 무더기로 캐스팅한 신인감독의 데뷔작이, ‘쌈마이’라고 폄훼당하는 코미디 영화가, 보기 좋게 300만 명이 넘는 대박 흥행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제작단계까지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마파도>는 군더더기 없는 탄탄한 드라마와 추창민 감독의 안정감 있는 연출, 캐릭터 코미디의 소소한 재미, 주·조연 배우들의 찰진 연기 덕분에 깜짝 흥행을 거두었다. 스타의 이름값에 기대기보다 소재의 참신성과 이야기의 재미라는 기본을 좇아 의외의 성공을 거둔 <마파도>는 중년배우들의 활동영역을 한 뼘쯤은 넓혀 놓았다는 가외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영화의 내적 가치를 뛰어넘는 성취를 이룬 <마파도>는 ‘남자판 마파도’로 불린 <무도리>라는 아류작까지 탄생시켰다. 이쯤 되면 속편이 만들어지는 건 조금도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 재벌 회장의 첫사랑을 찾아라 <마파도2>는 1편의 성공 이후 즉각적으로 기획됐다.

'오지게 빡센 섬'에 온 '부실한 놈'의 고생기는 속편에서도 이어진다. 형사를 그만두고 사립탐정으로 직업을 바꾼 나충수(이문식)는 ‘마파도에서의 끔찍한 한 철’을 잊고 여전히 한탕으로 인생역전을 노린다. 병석에서 첫사랑 꽃님이를 애타게 찾고 있는 재벌 회장(주현)의 부름을 받은 충수는 새 임무에 착수한다.

꽃님이에 대한 정보는 단 하나. 그녀가 동백섬에 살고 있다는 것. 거액의 사례비를 노린 충수는 청년 작가 기영(이규한)과 동백섬행 배편에 동승하지만 풍랑을 만나 의도하지 않았던 곳으로 쓸려간다. 정신을 차린 충수는 자신이 조난당한 곳이 악몽과 추억이 공존하는 섬, 마파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섯 할머니들과 재회한 충수는 우여곡절 끝에 마파도가 동백섬의 다른 이름이라는 걸 확인한다. 다섯 할머니 중 꽃님이가 있다고 확신하게 된 충수, 온갖 꾀를 짜내어 회장님의 첫사랑 색출작업에 돌입한다. <마파도2>의 비기는 역시 엽기 할머니들과 지지리 운 없는 사내의 좌충우돌 소동극이다. 연출자가 바뀌고, <마파도> 성공의 일등공신이었던 김수미가 노배우 김지영으로, 군 복무 중인 이정진 대신 이규한이 새롭게 합류했지만, ‘불온한 목적을 위해 평화로운 섬에 잠입한 이방인들과 원주민 간의 기싸움’이라는 이야기 구도는 변함이 없다.

저마다 하나씩의 주무기를 가지고 있는 마파도 할머니들의 면면은 조금씩 달라졌다. 회장댁(여운계)은 세월의 흐름을 어쩌지 못해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치매기를 보이고, 비교적 영계(?) 축에 속하는 섹시한 마산댁(김형자)의 행동과 차림은 사뭇 도발적이다.

여수댁(김을동)의 원기는 더욱 충천해 웬만한 장정이 배겨내지 못할 정도가 됐고 과묵한 제주댁(길해연)은 숨겨 둔 타짜의 솜씨를 한껏 발휘해 충수를 곤경에 몰아넣는다. 새로 선보이는 영광댁(김지영)은 걸진 입담으로 좌중을 제압했던 진안댁(김수미)의 바통을 이어받아 화려한 욕설의 퍼레이드를 벌인다.

'캐릭터 코미디'라는 조건은 속편 기획에는 유리했을지 모르지만 함정도 있다. 기존 캐릭터의 특성만을 반복하거나 섣불리 캐릭터의 성격을 바꾸는 것 모두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 <마파도2>에도 그런 고민의 흔적이 묻어있다. 엽기 할머니들이 모인 빡센 섬에 들어가 죽도록 고생하는 건 여전히 이문식이 연기하는 충수다. 뜨거운 닭국물에 얼굴을 담그고, 똥물을 뒤집어 쓰고, 가마솥에 얼굴을 파묻는 등 충수의 수난기는 더욱 강하고 세졌다. 웃음의 뇌관을 건드리기 위해 성적 농담과 화장실 유머, 패러디 등 모든 수단이 동원된다.

사라진 ‘웃음의 페이소스’ 웃음의 빈도와 강도를 높이려는 다양한 전략들은 그 자체로 문제가 없지만 드라마의 밀도를 약화시키고 만다. 회장님의 첫사랑 찾기라는 이야기의 중심 줄기는 종종 간과되거나 폭소를 위한 에피소드의 뒷전으로 밀린다. 일부 출연진의 얼굴이 바뀌고 기존 캐릭터에 변화를 준 간소한 차이 외에도, <마파도>와 <마파도2>가 극명하게 갈리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마파도>의 성공은 적재적소에서 터지는 타이밍 좋은 웃음 탓이기도 했으나, '로또'로 상징되는 일확천금의 꿈이 허망하게 사라져 버리는 순간을 보여줌으로써 여운을 남겼기 때문이다. 오로지 땀에 의한 가치만이 살아 숨쉬는 노동의 낙원 마파도와 그 안에서 정직하게 일하는 할머니들의 모습은 진한 웃음 뒤에 페이소스로 남는다.

'마파도'라는 가상의 섬이 존재하는 이유도 거기 있었다. <마파도2>는 원작에 있었던 이 호소력 있는 페이소스를 누락시켰다. <돈텔파파>를 연출한 이상훈 감독은 전작이 지니고 있던 인간 냄새와 공간의 정취를 살려내는 데는 무심하다. 더욱 강화된 구토와 배설, 가학-피학 개그로 충수의 고생기를 돋보이게 할 뿐이다.

규모도 커졌고 일부 장면에서는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허전함이 남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웃지 않을 수 없는 몇몇 장면들에도 불구하고 <마파도2>는 웃음 뒤에 청량함을 주었던 원작의 느낌을 다시 체험하게 하는 경지에까지 이르지는 못한다. 오리지널 생각이 나지 않는 참신한 속편을 만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동어반복이나 우려먹기가 되지 않기 위해 신경쓸 일들은 더욱 많아진다. 속편을 고대한 관객들의 기대심리 때문에 잃어버리기 쉬운 것들도 있다. <마파도2>는 그 사라진 것들의 가치를 생각나게 하는 속편이다.


장병원 영화평론가 jangping@film2.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