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는 씹는 맛?… 입에서 살살 녹아요

서울 강남역에서 양재역 방향으로 가다 보면 대로변 왼쪽에 ‘Black Angus’란 글자가 눈에 들어 온다. 그리 크지 않지만 붉은색 네온사인으로 새겨진 영문자가 무척 인상적이다.

그런데 이국적인 이미지가 강렬한 이 간판을 바라보면 왠지 ‘소고기’가 생각난다. 왜 그럴까? 느낌 그대로 이곳은 스테이크 전문 레스토랑이다. 그러고 보니 영문자 바로 밑에 조그맣게 ‘스테이크 하우스’라고 쓰여 있다.

이름에서처럼 블랙 앵거스는 까만 털이 나 있는 소의 한 품종을 가리킨다. 육우 중에서도 제법 우수한 종자로 알려져 있다. 당연히 이 집은 호주산 블랙 앵거스 고기만을 사용한다.

스테이크 전문점이라면 시내의 고급 레스토랑이나 패밀리 레스토랑과는 무엇이 다를까? 무엇보다 주재료인 고기가 특별하다. 외국에서 소고기는 곡물을 먹이는(Grain-fed) 기간에 따라서도 등급이 매겨진다. 일반적으로 소는 풀보다 곡물을 먹이면 고기 맛이 더 좋아진다고 한다. 이때에는 소를 방목하지 않고 축사에 가둬 놓는데 적당히 살이 찌도록 만드는 비육기간인 셈이다. 그동안 소는 살점에 지방이 끼면서 미식가들이 선호하는 마블링(근내 지방도)을 형성한다.

이 집은 300일 이상 곡물을 먹고 자란 소고기를 사용한다. 웬만한 레스토랑 대부분이 100일 미만 곡물 먹인 소고기를 쓰는 것 보다 3배 이상 길다. 비육기간이 길면 물론 값이 더 비싸다. 300일 이상 비육된 소고기를 쓰는 집은 서울에서도 몇몇 특급호텔을 비롯, 그리 많지는 않다.

가장 잘나가는 메뉴는 뉴욕 스테이크다. 뉴욕에서 온 스테이크가 아니라 고기를 잘라 놓으면 모양이 ‘뉴욕주’ 같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마치 뉴욕주 지도처럼 고기 끄트머리에 지방 덩어리가 튀어 나올 듯 붙어 있는 것이 기본이다. 이게 없으면 뉴욕 스테이크가 아니라고. 두껍고 큼지막한데 메뉴판에 무게는 283g이라고 적혀 있다.

갓 구워 나온 스테이크는 표면에 윤기가 좌르르 흐른다. 얼룩말처럼 검은색 줄무늬가 쳐 있는 것은 그릴에서 구웠기 때문. 칼로 한 조각 썰어 보면 불그스레한 육즙이 흘러 내리며 따스한 열기를 내뿜는다. 씹히는 고기맛은 고소하면서도 부드럽다. 육즙이 나올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고기가 커다란 덩어리째로 반입되기 때문이다. 1인분 한 조각씩 포장된 고기가 아니라 매일 아침 원육을 잘라 쓴다.

고기 맛을 안다는 이들이 시키는 메뉴는 ‘프라임 립’이다. 소 등심 중 가장 마블링이 좋은 부위만을 잘라내 오븐에서 3시간 가량 낮은 온도로 구워내는 것이 특징. 부드럽고 연한 맛이 특징이어서 미디엄 정도로만 구워도 거의 생고기 수준이다. 가장 고급스런 종류의 스테이크로 꼽힌다.

블랙 앵거스는 1960년대 미국에서 처음 선보인 브랜드로 남서부에만 110여 개가 성업중인 스테이크 전문점이다. 때문에 입구에서 자리를 기다리는 고객 중에도 외국인들이 눈에 많이 띈다. 모두 본토에서 경험한 스테이크 맛을 다시 보려는 이들이다. 실내는 브라운 계통의 테이블과 의자, 희미한 조명이 호텔 라운지처럼 중후한 분위기를 낸다. 젊은이는 물론, 중장년, 노년층까지 두루 찾아 손님의 평균 연령대가 30대라고 한다.

메뉴 비즈니스 점심 세트 9,500원부터. 뉴욕스테이크 2만9,900원, 립아이스테이크와 대하, 치킨케밥 등 2가지 음식을 합친 콤보(2인분)는 3만9,900원부터. SK텔레콤이나 제휴된 신용카드 포인트로 30%까지 할인 가능하다.

찾아가는 길 강남역에서 양재역 방향 200m쯤 가다가 강남대로변 좌측. (02)565-2325




글ㆍ사진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