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고전음악 여행 '쇼'와 '음악회' 간극은 어쩌고

“이팡지, 이팡지, 에나엔비~”

아이들이 신나게 소리쳤다. 쥐돌이 누나들과 음악상자 지킴이 형을 따라 음악여행을 떠날 때마다 함께 외친 주문이었다. 공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출연자들과 음악, 어린 관객들이 한데 섞인 ‘클래식 놀이터’였다.

어린이들을 위한 클래식 음악회 <비엔나의 음악상자>가 서울 브로딘 아트센터에서 펼쳐졌다. 이 공연은 종합형 에듀콘서트(Edu-Concert)란 이름 아래, 어린이 클래식 공연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한 작품이다. 신동일 총감독, 김지영, 유은지, 김슬기 출연에 피아노 우미영을 비롯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4중주단이 무대를 꾸몄다.

공연의 중심은 어린이들에게 서양 고전음악의 기초를 심어주는 데에 두면서, 전달 방법은 기존의 것과 달리했다. 연극과 영상, 마술, 마임, 조명 놀이 등을 다채롭게 활용해 아이들의 흥미를 꾸준히 자극했다. 어린이들에게도, 학부모들에게도 기실 새로운 장르체험이었다.

음악대회를 눈앞에 두고 갑자기 목소리를 잃어버린 서울 쥐와 시골 쥐가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마리의 쥐는 ‘노래랑’이라는 음악상자의 지킴이를 만나게 되고, 잃어버린 마술 지팡이를 찾아 함께 여행을 떠난다. 행선지는 비엔나. 클래식의 대가들이 대거 배출된 음악의 도시다.

“자, 여행을 떠나자-!”를 출발 신호로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명곡 <아름답고 푸른 다뉴브 왈츠>가 오프닝을 장식했다. 뒤를 이어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하트 무지크> 제1악장,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 제1악장 등 모두 8곡의 ‘교양 필수’ 음악이 연주되었다.

이들이 만든 어린이용 해설 버전이 재미있다. 하이든 교향곡 제94번 <놀람> 제2악장이 연주되기 전의 해설 일부. 작곡가 하이든으로 분장한 지킴이가 볼멘소리로 투덜거린다. “내 음악을 듣다가 또 사람들이 잤어!” 듣고 있던 쥐돌이가 묘안을 내놓는다. “그럼 연주 도중에 한 번씩 깜짝깜짝 놀라게 해봐. 그럼 못 잘 것 아냐?” 잠시 후 <놀람> 교향곡 연주가 뒤따라 흐른다.

클래식에 대한 거리감을 줄인다거나 통제불능 수준의 주의산만한 어린이들로부터 그만한 집중력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이 공연은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발생한 또 다른 딜레마와 충돌하기도 한다. 어린이들의 이해력에 맞춘 재미있는 스토리와 대사, 관련 영상 자료와 갖가지 마술, 그림자 쇼 등은 클래식에 대한 호기심을 돋우는 데 분명 적잖은 도움이 되었다. 문제는, 이것이 정작 본 음악 연주에 귀 기울여야 할 순간까지 침범해 아이들의 음악에 대한 몰입을 스스로 흩뜨려놓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이다.

공연자의 의도와는 달리, 아이들의 모든 관심과 촉각은 클래식 음악보다 무대 위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쇼’에 내내 쏠려 있었다. 주객이 바뀐 격이다. 본 연주 시간을 위한 또 다른 ‘스포트라이트’ 장치가 따로 준비돼 있었더라면 어떨까? 가장 중요한 무엇인가를 놓친 듯하다.

요한 스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을 마지막으로 공연이 끝났다. 네댓 살 개구쟁이들에겐 마냥 신나고, ‘고전음악 교육’을 기대한 학부모나 성인 관객들에게는 어딘가 허전한 시간이었다. 공연은 3월 3월까지 계속된다.


정영주 pinplus@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