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의 진주' 속살에 들면 봄바다 손짓에 마음 '싱숭생숭'숲·폭포·호수·바다 어우러진 '산해절승', 낙조대서 바라보는 풍광 압권

월명암에서 봉래구곡으로 내려서는 산길. 조망이 아주 좋다
우리나라 최고의 산해절승(山海絶勝)으로서 ‘서해의 진주’라고도 불리는 변산반도를 제대로 즐기려면 반드시 변산을 올라야 한다. 최고봉인 의상봉(508.6m)은 군시설물 보호를 위해 접근이 금지돼 있으나 가운데 위치한 부안호 남쪽 일원에 한해 산행이 가능하다.

이 중에서 사자동매표소~직소폭포 코스(왕복 2시간 소요)는 산행이라기보다는 일반 여행객들이 짧은 시간에 내변산을 감상하기에 적당한 탐승로.

그러나 걷는 데 자신 있는 여행객이라면 내변산의 3대 명소인 내소사, 월명암 낙조대, 직소폭포를 모두 볼 수 있는 남여치~내소사 코스(총 5시간 소요)를 추천한다. 바다와 호수, 그리고 내변산과 외변산의 절경을 모두 둘러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코스는 봄철산불방지를 위한 입산통제기간(3월 초~4월 말)에도 산길을 막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으나 원점 회귀 산행이 어려워 승용차를 이용하는 등산객의 경우 내소사 앞에서 택시를 이용해 다시 남녀치로 가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남여치에서 산행 시작

736번 지방도가 지나는 남여치 고갯마루 입구엔 차를 몇 대 댈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여느 때 같으면 매표소에서 입장료(1,600원)를 받고 있었을 테지만, 올해부터 국립공원입장료가 없어졌기 때문에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매표소 건물을 지나자마자 숲길이 펼쳐지고, 작은 개울 하나를 건너면 오르막이 시작된다. 30분쯤 땀을 흘리면 산길이 평탄해지면서 관음약수터가 나온다. 약수터를 지나 몇 분 오르면 능선. 곧장 가는 넓은 길은 월명암으로 들어서는 길이고, 왼쪽은 쌍선암, 오른쪽은 낙조대를 가는 길이다. 아쉽게도 낙조대 가는 길은 생태 보호를 위해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낙조대 북쪽 아래에 자리잡은 월명암(月明庵)은 변산 조망이 아주 빼어난 암자다. 692년(신라 신문왕 12) 부설거사(浮雪居士)가 창건했는데,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진 것을 진묵대사(震默大師)가 중건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당우 하나만 소박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나 최근 불사를 일으키면서 대웅전과 몇 개의 전각이 들어서면서 제법 규모가 커졌다.

관음봉 바위지대를 지나는 가족 산행객 너머로 곰소만이 펼쳐져 있다. / 내변산의 상징이라 할 만큼 오래전부터 사랑을 받아온 직소폭포 / 관음봉에서 내려서대 바라본 내소사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폭포수 쏟아지는 소리

월명암을 지나 평평한 길을 5분쯤 걸어가면 ‘직소폭포 2.5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서있는 삼거리. 직소폭포 가는 왼쪽 길은 널찍한데, 낙조대로 이어진 오른쪽 길은 좁은 데다가 역시 입산금지 팻말이 붙어있다.

직소폭포 방향의 완만한 산길을 얼마쯤 걸으면 시야가 툭 트이며 변산 일대의 산군이 한눈에 들어온다. 관음봉과 세봉으로 둘러싸인 능선에 산중 호수인 직소보가 눈길을 끈다. 내리막길은 바윗길이지만 아이들도 손을 붙잡고 걸으면 크게 위험하지 않을 정도다.

흔히 변산반도를 일컬어 산과 바다가 어울린 경치가 빼어나 산해절승이라 한다. 변산반도 드라이브만 하다보면 산절승(山絶勝)이란 말이 조금은 과장처럼 느껴지겠지만, 이곳에 서게 되면 정말로 그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호수 아래 삼거리에서 직소폭포로 가기 위해 오른쪽 호숫가 길을 따르다 선녀탕 구경하고 경사진 짧은 산길을 넘어서면 직소폭포 조망대에 닿는다. 30m 높이의 직소폭포는 주변 산세와 잘 어우러져 있어 외변산의 채석강과 함께 변산반도의 양대 명소로 손꼽힌다.

폭포 오른쪽 가파른 산길을 따라 직소폭포를 넘어서면 산길은 거짓말처럼 널찍하고 평탄하게 바뀐다. 누가 가파른 암벽이 빚어낸 폭포 너머에 이토록 평탄한 땅이 있으리라 생각할 수 있겠는가.

콧노래 절로 나오는 아늑한 산길을 걷다가 계곡 최상류의 물길을 건너 얼마쯤 오르면 재백이재 삼거리. 내소사 쪽으로 가려면 여기서 왼쪽의 능선길을 따라야 한다. 바위턱을 지나자 곰소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조망이 아주 좋다.

이곳을 지나면 드디어 관음봉 삼거리. 오른쪽은 내소사로 직접 내려가는 길이다. 내소사로 내려서는 산길은 암봉으로 되어 있어 역시 전망이 아주 좋다.

특히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내소사 전경이 일품이다. 이렇게 내소사를 바라보며 쉬엄쉬엄 내려서면 문득 넓은 공터가 나타나고 그 뒤로는 유명한 내소사 전나무 숲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전나무 숲길 너머엔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변산반도를 지켜온 내소사가 자리하고 있다.

내소사 지구 문화재 관람료는 어른 16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400원. 주차료는 최초 1시간 1,000원, 이후 10분당 200원씩 추가. 남여치는 입장료와 주차료 없다. 변산국립공원 전화 063-582-7808

(여행정보)

▲ 숙식

내소사 입구에 정든민박(063-582-7574), 마당바위민박(063-582-7582) 등 10여 집이 민박을 친다. 숙박료는 2만5,000원 내외. 내소사 입구에 초원식당(063-581-1077) 등 음식점이 여럿 있다.

남여치엔 숙식할 곳이 전혀 없다. 곰소항 어시장엔 횟집이 많은데, 싱싱수산(063-581-4801)이 푸짐한 편이다.

▲ 교통

△서해안고속도로 부안 나들목→ 30번 국도→ 변산면 소재지→ 736번 지방도→ 남여치<수도권 기준 3시간30분 소요> △서울→ 부안=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매일 5회(07:40~17:40) 운행. 4시간 소요, 요금 1만2,900원. 강남터미널에서 매일 50~60분 간격(06:50~19:30) 운행. 3시간10분 소요.

전주공용터미널(15회), 대전서부터미널(4회)에서도 운행한다. △부안→ 남여치= 시외버스정류장에서 수시(06:25~21:30) 운행하는 격포행 직행버스 이용해 변산면 소재지(지서리) 하차. 남여치까지 도보 40분 소요, 택시비는 3,000원. 남여치~내소사 택시비는 1만7,000원. 변산개인택시 063-582-7132, 곰소 개인택시 063-582-7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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