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러벅 지음 / 노지양 옮김

우리는 왜 고전을 읽을까. 단순히 지적인 목마름을 채우기 위해서? 아니면 현학을 뽐내기 위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고전은 고금의 시간을 초월하여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보편적인 힘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19세기 영국의 지성을 이끈 저자가 말하는 삶의 지혜는 지금 읽어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작은 집에 살면서 화려한 성을 보고 감탄하는 것이 화려한 성에 살면서 감탄할 것이 없는 사람보다 행복할 수 있다.” 부란 무엇인가를 성찰한 부분만 하더라도 그렇다. 인격, 자기 계발, 건강, 베풂 등 17개의 질문으로 나눠 삶을 성찰한 저자는 수많은 철학자들이 남긴 어록과 동서고금의 격언들을 버무려 인생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짚어 나간다.

하루에 한 주제씩 읽는다면 17일 뒤 어떻게 될까. 아마도 우리는 가슴 속의 빈 여백에 뭔가 채워져 있음을 느낄 것이다. “지혜가 제일이니 지혜를 얻으라. 네가 얻은 모든 것을 가지고 명철을 얻을지니라.” 저자가 말하는 고전을 읽는 이유이다. 21세기북스 발행. 1만5,000원.

▲ 대화/ 박완서-이해인, 방혜자-이인호

우리의 삶은 하루하루가 대화의 연속이다. 그러므로 책 제목을 <대화>라고 정하면 밋밋하여 무슨 눈길을 끌까 싶지만 대화의 당사자가 우리 시대의 원로라면 달라진다.

살아가면서 이 땅에 남긴 족적만큼이나 남다른 아우라가 행간에 있을 터. “진정한 관심이란, 사랑이란, 가만히 지켜봐주고 기다려주는 것이죠”(이해인) - “사실 이웃에 대한 작은 관심의 출발이 사랑이에요”(박완서). “요즘은 늙었기 때문에 생기는 자유를 느낍니다”(이인호) - “나이 먹어 슬픈 게 아니라, 깨어 있는 눈과 마음을 가져 기쁩니다”(방혜자). 그래서 같은 말이라도 그들의 입을 빌면 무게가 더 느껴진다.

이 책은 종교, 문학, 역사, 예술 분야의 여성계 지성 4명이 2명씩 대담하는 형식으로 꾸며졌다. 그들은 인연, 사랑, 슬픔 극복, 나이듦 등에 대해 담백하게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특히 연륜의 원숙함 이외에 여성 특유의 따뜻한 모성이 느껴져 경쟁에 찌든 우리들에게 다가오는 울림의 진폭은 더 큰 듯싶다. 샘터 발행. 1만1,000원.

▲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 윌이엄 브로드·니콜라스 웨이드 지음/ 김동광 옮김

“연구실의 선배들은 유명 저널에 논문을 실을려고 연구하는 것 같고 뛰어난 과학자가 아닌 대학의 교수가 되는 게 목표였다.” 올해 포스텍(옛 포항공대)을 수석 졸업한 과학 재원이 끝내 이공계를 포기하고 서울대 의대로 편입하면서 말한 이적의 변이다. 그녀의 말처럼 지금 대학 연구실은 출세주의, 성과주의, 엘리트주의에 빠져 있다.

그 영향으로 지금 과학계는 논문 조작, 다른 사람 연구 표절, 제자의 연구 성과 가로채기 등 기만행위를 저지를 수 있는 유혹에 노출되어 있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가까이는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조작사건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심지어 갈릴레이 갈릴레오, 아이작 뉴턴, 그레고르 멘델조차도 일부 부절적한 행위를 저질렀다고 말한다.

뉴욕타임스 과학전문기자들이 쓴 이 책은 과학계에서 벌어지는 기만행위의 역사와 구조적 원인을 파헤친다. “과학은 진리만을 추구하는 학문이지만 오늘날에는 과학은 하나의 직업일 뿐이며 돈과 출세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그들의 주장에 일면 수긍이 간다. 미래M&B 발행. 1만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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