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눈치 안봐도 되는 고깃집이네"

언양식 불고기
소고기가 생각나 큰맘 먹고 고깃집에 가려 들면 아무래도 망설여진다. 무엇보다 요즘 소고기 가격이 만만치 않아 주머니 걱정이 앞선다. 또 고기굽는 냄새가 옷에 배일 각오를 해야 된다. 물론 왁자지껄하게 먹는 분위기 속에 나름대로 가족애를 확인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깔끔한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생겨난 곳이 한국식 고기구이 전문 레스토랑을 표방한 ‘불고기브라더스’다. 지난해 말 처음 문을 연 이곳은 가격이 비교적 싼 데다 양도 많으며, 게다다 분위기도 쾌적하다.

고깃집에서 제1 관심사는 1인분의 양. 보통 150g내외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200g이 1인분이다. 어떤 부위, 어떤 메뉴를 시켜도 똑같다. 갈비는 뼈가 붙어 있기 때문에 280g으로 늘어난다. 그래서 여자 손님들 중에는 3명이서 2인분, 2명이서 1인분을 주문하기도 한다.

가격도 크게 비싸지 않다. 대표적인 메뉴인 눈꽃등심 1인분 200g이 2만6,900원. 120~150g 1인분에 4만~5만원 하는 다른 집과 비교한다면 거의 절반 수준이다. 이처럼 고기를 싸고 양도 많이 내놓을 수 있는 비결은 오랫동안 거래해온 도매처로부터 질 좋은 호주산 소고기를 저렴하게 납품받기 때문이다.

레스토랑 주인인 정인태, 이재우 씨는 20년 전 롯데호텔에서 같이 근무한 인연으로 이후 TGI프라이데이스와 아웃백스테이크를 거쳐 지금까지 한솥밥을 먹고 있다. 공동 창업자인 두 사람은 스테이크 메뉴를 20년 넘게 다뤄본 경험을 살려 이 집을 개업했다. 때문에 값싸고 질 좋은 고기 거래처 확보는 자신한다.

등심이나 갈비, 일반 불고기도 있지만 이 집에서 돋보이는 메뉴는 언양식불고기와 광양식불고기다. 신라 시대 언양에서 왕에게 진상했다는 메뉴인 언양식은 쇠고기를 얇게 저며 양념에 버무린 뒤 석쇠에 구워 낸다. 동그랑땡처럼 나오는데 워낙 찰져 쉽게 흐뜨러지지도 않는다.

달콤짭짤한 불고기 양념 맛에 다진 고기라 부드러워 씹기도 편하다. 광양식은 등심에 가까운 부위를 작지만 두툼하게 썰어 역시 양념에 절여 나온다. 언양식보다 고소하다.

이 집에선 고기를 구워도 연기가 거의 스며나오지 않는다. 테이블 가운데 놓여진 로스터 안쪽 윗부분에 구멍들이 촘촘히 파여 있는데 여기로 연기가 곧바로 빠져나간다. 불판 밑으로는 벌집 모양의 방열판이 보이는데 고기는 이 방열판의 열기로 굽힌다. 가스불 직화가 아닌 방열 방식이어서 고기 속까지 잘 굽히는 편이다.

식사 메뉴 중에서 냉면이나 찌개에 브라더스란 이름이 붙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물냉면과 비빔냉면,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혹은 콩비지찌개를 동시에 두 가지 맛을 볼 수 있도록 함께 제공된다.

총각무나 배추김치 콩나물, 호박, 양배추, 땅콩 절임 등 반찬은 5가지 정도가 매일 다르게 나오는데 특히 백김치는 상큼한 맛으로 인기 최고다. 식사 전 테이블에는 조그만 고구마와 감자, 콩깍지가 놓이는데 ‘환영 전채(웰컴 애피타이저)’라고 부른다.

메뉴 불고기 등 구이류는 1만7,800원부터. 갈비만 600g에 양지 수육 130g까지 들어가는 진갈비탕은 8,200원, 양을 줄인 370g짜리는 5,900원. 식사 메뉴 중 2인 분량인 냉면 브라더스 7,300원, 찌개 브라더스 7,900원.

찾아가는 길 서울 로얄호텔 옆 명동점 (02)319-3351. 강남, 사당, 일산, 목동점도 있다.


글ㆍ사진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