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준 지음

일본인들이 열어봐서는 안 되는 ‘판도라 상자’가 있으니 만세일계(萬世一係)라는 일왕가의 뿌리이다. <속일본기(續日本記)에는 50대 일왕 칸무(桓武, 780-806년 재위)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후손이라고 전한다. 오죽 했으면 아스카 고분 등 왕릉들을 발굴하고 유물을 공개하는 것을 금지했을까.

요동과 요서, 일본 열도를 둘러싼 5~6세기 한·중·일 고대사는 이처럼 수수께끼 투성이다. 소아마자에서 소아입록까지 150년간 열도를 실질적으로 지배한 소아가문의 시조인 목만치.

<일본서기>에 따르면 그는 일본으로 건너간 백제장군이다. 작가는 우리나라 사서에서 기록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목만치를 소설로 복원한다. 또한 당시 백제는 일본에 문화를 전파했을 뿐 아니라 열도를 지배했다는 주장도 펼친다.

한 편의 사극을 보는 듯하여 어디까지 사실(史實)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적지 않다. 하지만 목만치라는 존재를 알린 것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둔 듯하다. 역사 고증 문제는 사학자의 몫이니까. 예담 발행. 각권 9,800원.

▲ 모짜르트 1~4권/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성귀수 옮김

한 인물의 일대기를 소설로 쓸 때 작가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날아갈 수 있을까. 1997년 국내에 번역된 <람세스>를 통해 고대 이집트의 신비한 영적 세계로 한국 독자를 안내했던 크리스티앙 자크. 그는 그 연장선상에서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의 삶과 음악의 근원으로 날아간다.

“창조를 하려면 어디까지나 정신 속에 자리하고 있어야 한다”는 모차르트의 말에 영감을 받고. 작가는 모차르트의 창작 정신의 모태를 고대 이집트의 이시스와 오시리스의 비전(秘傳)에서 찾는다. 실제로 모차르트는 28세 때인 1784년 신비주의 성향의 비밀결사체 프리메이슨에 가입했다.

작가는 그것에 바탕하여 모차르트를 신비주의 예술가, 대마법사로 간주해 우리가 알고 있는 모짜르트에 대한 상식을 전복한다. <마술피리> 등 4대 오페라에 담긴 신비감도 프리메이슨적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일지 쓰듯 날짜별로 세세하게 풀어내는 작자의 상상력이 신비(?)롭다. 문학동네 발행. 각권 1만500원.

▲ 일본 부활/ 빌 에모트 지음/ 유강은 옮김

제로 금리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도 불황의 늪에서 헤어날 길이 없던 일본 경제가 최근 예전의 활력을 되찾고 있다. 이유는 뭘까. 일본이 미국의 부동산을 마구 사들이며 미국인들을 질리게 했던 1989년, 'The Sun Also Sets (태양은 다시 진다)'로 오히려 버블 붕괴를 예측했던 저자가 이번엔 'The Sun Also Rises(일본은 다시 떠오른다)'로 15년 불황에서 벗어난 일본 경제의 비결을 분석한다.

저자는 그 이유를 정치, 경제, 행정, 문화, 교육 등 사회 전반에 걸쳐 효율성 위주로 개혁한 데 있다며 구체적 근거를 제시한다. 물론 일본은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아직도 불안한 요소가 없지는 않지만 향후 세계 경제는 동아시아가 주도할 것이므로 일본의 미래를 낙관한다.

반면에 한국 경제는 지금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여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부동산 버블, 국가부채 급증, 양극화 심화 등은 10여 전의 일본과 판박이다. 탈출의 길은 이 책에도 있는 듯하다. 랜덤하우스 발행.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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