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공룡화석지이자 임진왜란 당시 왜군 무찌르던 호국의 현장

경상남도 남부 중앙에 자리한 고성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룡발자국 화석지다. 지난해 공룡엑스포가 열리면서 매주 토요일이면 수만 명의 인파가 이곳 고성을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엑스포 주행사장이었던 고성 북동쪽의 당항포관광지에는 해안에 남아있는 공룡발자국 화석을 비롯해 지구의 역사와 생명의 진화, 조류 및 파충류 등의 자료 1,700여 점을 전시한 자연사박물관,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자연석 수백 점을 전시한 수석전시관 등의 볼거리가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곳은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앞세우고 두 차례에 걸쳐 왜군을 무찌른 호국의 현장으로서 공룡과 더불어 당항포해전에 관련된 볼거리가 많아 좋은 사람과 함께 거닐다보면 시간이 너무 짧다.

임진왜란 당시 두 차례 왜군 무찌른 현장

당항포관광지 매표소를 지나면 길 오른쪽으로 당항만이 보인다. 바다답지 않게 너무도 잔잔해 마치 내륙의 자그마한 저수지라 해도 믿을 수밖에 없을 정도다.

맑은 공기를 깊게 들이쉬며 바닷가로 이어진 산책길을 천천히 걷다보면 왼쪽 언덕으로 전승기념탑이 보인다. 계단 입구에는 조선 수군 조형물이 보초를 서고 있는데, 제법 사실감이 풍긴다. 20m 높이의 이 대형탑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들의 호국정신을 기리기 위하여 제작된 것이다.

전승기념탑 뒤쪽에 있는 당항포해전관은 임진왜란 당시 이곳 당항포에서 이순신 장군 이하 조선 수군들이 왜군을 무찔렀던 두 차례의 당항포해전 상황을 디오드라마로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당항포해전관 주변에는 직접 들어가서 살펴볼 수 있는 실물 크기(길이 22m, 폭 7.2m)의 거북선도 있다. 역시 아이들이 매우 좋아하는 공간이다. 또 초대형 투구로 조성한 충무공디오드라마관에서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도 살펴볼 수 있다.

그 뒤쪽에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모신 숭충사(崇忠祠)가 있다. 장군께 참배하고 돌아보면 바로 그날 장군의 호령소리 쩌렁쩌렁 울리던 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당항포 제1경이다.

당항포 언덕에 세워져 있는 전승기념탑. / 충숭사에서 내려다 본 당항포. / 자연사 박물관.(왼쪽부터)
여기서 잠깐 당항포해전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자. 당항포해전은 제1차 당항포해전과 제2차 당항포해전으로 나뉜다. 제1차 해전은 임진왜란이 일어나던 해인 1592년(선조 25) 6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 동안에, 2차 해전은 2년 뒤인 1594년 3월 4일과 5일에 치러졌다.

제1차 당항포해전은 이순신 함대를 주축으로 한 조선 수군의 연합함대가 제2차 출전에서 사천·당포해전에 이어 세 번째로 치른 해전. 이순신의 전라좌수영 전선 23척을 비롯해 모두 51척이 참가하였다.

6월 2일 통영의 당포에서 왜선 21척을 격침시킨 연합함대는 당포에 정박해 전략 회의를 하던 중 거제도 주민들로부터 고성 당항포에 왜선이 피신해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연합함대는 6월 5일 아침 안개가 걷히자마자 당항포로 진격했다. 포구에는 왜선(대선 9척, 중선 4척, 소선 13척)들이 모여 있었다.

조선 수군은 왜군의 육지 탈출 봉쇄와 주민 보호를 위해 왜군을 바다 한가운데로 유인한 뒤 왜선을 공격했다. 왜선 대부분은 여기서 격침되었고, 도주하는 나머지 왜선들도 모두 추적해 불살랐다. 이때 작전상 도망친 패잔병들이 타고 나갈 배 한 척은 남겨 두었는데, 이 역시 이튿날 새벽에 조선 수군에 의해 불태워졌다.

기생 월이의 기지에 속아 넘어간 왜군

그런데, 당시 왜군이 입구만 있고 퇴로가 전혀 없는 당항포에 머물렀던 까닭과 관련해 이 지역에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1년 전인 1591년 가을, 남해안 일대에서 정보를 수집하던 일본인 첩자가 있었다. 그의 정체를 알아챈 고성 무기정의 기생 월이는 그를 술에 취하게 한 다음 그의 지도에 현 고성 읍내의 수남리와 당항포가 바다로 연결되는 것처럼 조작했다는 것이다.

이곳 노인들은 당항포 일대를 아직도 ‘속싯개’라 하는데, 이는 기생 월이의 기지로 왜군을 속여 승리한 곳이라는 데서 유래한 지명이다. 배둔리 남쪽 해안의 ‘잡안개’는 왜군들을 잡았다는 ‘잡은개’가 바뀐 지명이고, ‘도망개’는 왜군이 도망간 길목을 뜻한다. 당항리 동쪽에 있는 ‘핏골’은 당시 그곳이 왜군의 피로 물들었다고 해서 지어졌다.

제2차 당항포해전은 수륙 병진책이 무산된 왜군이 거제도 내륙을 오가며 살인과 납치, 약탈 등을 일삼던 1594년 3월4일에 벌어졌다. 이는 조선의 연합함대 124척이 참가한 대규모 해전. 여기서 연합함대는 왜선 31척을 격파하는 전공을 올리며 또 다시 압승을 거두었다.

당항포관광지 입장료(일반 4,000원, 청소년 2,400원, 어린이 1,000원)를 내면 관광지 내 모든 시설을 무료로 둘러볼 수 있지만, 공룡엑스포주제관은 따로 입장료(일반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500원)를 내야 한다. 주차료 승용차 기준 1,500원. (055) 670-2800~2

▲ 여행정보

숙식 당항포관광지 주변에 오아시스여관(055-672-3383), 리베모텔(055-673-3441), 청록장모텔(055-673-4230), 썬프라자여관(055-673-9060), 대호프라자(055-673-8181), 청기와여관(055-673-6161)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제2주차장 근처에 황토랑민박(055-672-9533), 히딩크민박(055-673-4965) 등이 있다. 관광지 입구에 횟집이 여럿 있다. 관광지 내에 있는 월이주막에서 백반(1인분 5,000원)을 차린다.

교통 △경부고속도로→ 대전·통영간고속도로→ 고성 나들목→ 14번 국도(마산 방면)→ 회화면→ 당항포. 수도권 기준 4시간30분 소요. △서울 남부터미널(13회), 부산 사상터미널(20분 간격) 등에서 시외버스가 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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