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동백 처연한 아름다움에 젖어 진홍빛으로 물든 봄길을 걷는다

동백은 한겨울에 피어나는 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동백꽃은 깊은 봄날 뚝 하고 떨어진 뒤 땅바닥을 붉게 물들였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 처연하게 목이 꺾인 뒤에도 오랜 동안 시들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동백 꽃길을 걷기엔 요즘이 가장 좋다. 또한 춘백이라 불리는 늦동백은 요즘 한창 만개하는 시기다. 전국의 대표적인 동백꽃 감상지 5곳을 소개한다.

다산 선생도 반했을 강진 백련사 동백림

붉은 동백과 푸른 차밭이 잘 어우러진 남도 고을 강진의 만덕산(409m) 자락엔 고려 말 천태종 부흥의 본산이었던 백련사(白蓮寺)가 있다. 절집 주변엔 수백 년 묵은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1,500여 그루나 자생한다. 이 동백림(천연기념물 제151호)을 밝히는 동백꽃은 강진만 바다, 그리고 단아한 절집과 조화를 이룬다.

백련사 동백은 보통 3월 중순쯤이면 만개한다. 따라서 4월 초순에 들르면 숲속 땅바닥을 붉게 물들인 동백꽃을 실컷 감상할 수 있다.

백련사와 가까운 다산초당 주변에도 동백꽃이 많다. 조선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 선생은 강진에서 보낸 18년 귀양살이 가운데 10년쯤을 이 다산초당에서 지냈다. 천일각 뒤로 난 오솔길은 다산 선생이 고개 너머 백련사의 혜장선사와 만나기 위해 오가던 길. 동백나무와 차나무가 잘 어우러져 있어 이런 봄날에 사색하며 산책하기엔 더 없이 좋다.

여행정보

숙식 강진 읍내의 여관이나 식당, 다산초당 입구 근처의 민박집을 이용한다.

교통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나들목→ 2번 국도→ 강진읍→ 18번 국도(해남 방면)→ 1.7km→ 추도삼거리(좌회전)→ 6km→ 백련사 입구→ 1km→ 다산초당 입구.

바다 위에 떠있는 '동백꽃의 왕국', 여수 오동도

여수의 봄은 오동도를 뒤덮은 붉은 동백꽃 춤사위로 시작한다. 오동도 동백꽃은 보통 3월 중순쯤에 절정을 이루고 4월 말까지도 간다. 따라서 섬의 땅바닥이 온통 붉게 물들어 있는 요즘이 산책하기엔 적기다.

오동도 동백 꽃길을 산책한 뒤에는 돌산대교를 건너 돌산도 남쪽 끝에 자리한 향일암(向日庵)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다. ‘해를 향한 암자’라는 이름답게 일출 광경이 좋다. 기암절벽 사이에 동백나무가 자라고 있어 동백꽃 구경은 덤이다.

여행정보

숙식 오동도 입구에 숙박시설과 식당이 아주 많다. 또 향일암 입구에도 일출모텔(061-644-4729) 등 숙박시설과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 많다.

교통 호남고속도로→ 순천 나들목→ 17번 국도→ 여수 시청→ 오동도.

3만 그루의 동백나무가 군락 이룬 거제도 동백림

예전 거제도는 섬 전체가 동백 천지였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거제도엔 학동마을과 거제 동쪽의 새끼섬인 지심도를 비롯한 몇몇 군락지 외에는 동백이 별로 남아있질 않다. 이유는 싱싱한 꽃봉오리 채로 뚝 하고 떨어지는 동백꽃이 마치 죄인의 목이 잘리는 형상이라 조선시대 유배 온 사람들이 꺼려해 주변의 동백나무를 마구 베어냈기 때문이라나.

해금강에서 20리쯤 떨어진 학동 몽돌해안 절벽 위에 군락을 이룬 동백림은 거제도의 자랑. 우리나라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야생 동백림 중 하나로 인정되어 천연기념물(제233호)로 지정되어 있다. 약 38㏊의 면적에 3만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군집하고 있다.

해금강 갈곶마을 부근 언덕의 동백숲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맛도 유별나다. 호젓하게 동백꽃을 즐기고 싶다면 장승포항에서 뱃길로 15분쯤 거리에 있는 지심도로 간다. 오솔길을 따라 2~3시간 정도 걸으면서 동백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여행정보

숙식 거제도 학동마을과 해금강 지역에 숙박시설이 많다. 지심도엔 김용찬씨(055-681-7183)집 등에서 민박을 친다.

교통 대전·통영간고속도로→ 통영 나들목→ 14번 국도(거제 방면)→ 거제대교→ 장승포→ 학동마을.

시인은 못보고 돌아갔던 늦동백, 고창 선운사

늦동백, 곧 춘백이라 불리는 고창 선운사의 동백은 한겨울이 아니라 성미 급한 봄꽃들이 시들어가는 4월 초에 들어서야 피어나기 시작해 무려 5월 중순까지 선운사 골짜기를 붉게 물들인다.

선운사 대웅전 뒤 산기슭에서 자라고 있는 500~600년 생 3,000여 그루의 동백나무들은 제각각 붉은 꽃송이들을 무더기로 피워내며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하지만 보호 철망 때문에 동백의 붉은 꽃그늘을 걷지 못하는 게 조금 섭섭하다.

여행정보

숙식 선운사 입구에 호텔, 펜션 등 숙박시설과 풍천장어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아주 많다. 1인분에 1만5,000원.

교통 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산 나들목→ 22번 국도(선운사 방면)→ 13km→ 삼인리 삼거리(좌회전)→ 2km→ 선운사 주차장.

주꾸미 한 입에 늦동백꽃 활짝, 서천 마량포

서천의 마량포는 봄날의 시각과 미각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곳이다. 우선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주꾸미 집산지로서 3월 24일부터 열린 ‘동백꽃주꾸미축제’는 4월 6일까지 이어진다.

주꾸미를 맛본 뒤 곁들이는 동백정 산책은 마량포 필수 답사 코스. 동백정 둘레에 있는 동백나무는 80여 그루로 그다지 많지는 않지만 500년 수령이라 제법 아름다운 꽃터널을 이룬다. 동백정에서 감상하는 저녁노을은 인근에서 최고.

여행정보

숙식 홍원항과 마량포 일대에 주꾸미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 많다. 승용차로 5분 거리의 춘장대해수욕장엔 펜션 등 숙박시설이 많다.

교통 서해안고속도로→ 춘장대 나들목→ 21번 국도(비인 방면)→ 4km→ 비인 검문소 사거리(우회전)→ 12km→ 홍원항→ 마량포.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