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데서부터 높은 이상으로 상승하고 지류를 소급하여 근원을 탐구하는 것이 배우는 사람의 일임에야, 산놀이의 가치는 새삼 다시 말할 것이 없으리라.” 홍인우의 <관동록>에 나오는 구절이다.

지자요수(智者樂水)요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 옛 사람들이 산에 오르는 것은 세상에 대한 욕심인 기심(機心)을 잊으려는 ‘청유(淸遊)’의 한 방편이었고, 자기 수양이요, 도를 배우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저마다 ‘마음의 때를 닦을 산’을 찜해 두고 틈만 나면 산을 찾았다. 단순히 놀이에 그친 것이 아니라 산에서 느낀 감흥과 깨달음을 시와 산문으로 엮었으니 바로 유산록(遊山錄)이다. 이 책은 전국의 35개 명산을 소재로 옛 선비들 54명이 쓴 산행기를 모은 현대판 와유록(臥遊錄)이다.

빨리빨리 걸으며 정상을 정복하는 희열만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등산의 참뜻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한다. 이가서 발행. 2만9,800원.

▲ 빠꾸와 오라이 / 황대권 지음

일본 총리의 위안부 망언에 분개하는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왜색이 물씬 풍기는 다음의 글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오뎅을 입에 물고 쓰레빠난닝구 차림으로 돌아다니다 쿠사리 듣고 야구 빠따로 얻어맞았다. 반까이 하려고 곤색 와이샤쓰 입고 가오다시 재다가 무데뽀빠꾸하는 구루마에 받혀 이미지 기스났다.’ 대충 무슨 말인지 안다고 하면 우리는 알게모르게 일본말에 크게 오염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언어는 민족의 얼과 문화의 집합물. 우리말과 문장체계에 일본말의 잔재가 아직도 많다면 그만큼 정신의 광복은 요원한 것이며 독창적 문화를 만들어내는 데도 한계가 있다.

<야생초 편지>로 널리 알려진 저자가 유학생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수감 중 일상에서 익숙하게 쓰는 일본말 240여 개를 추려내 쓴 이 책은 우리말이 얼마나 일본말에 물들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1960, 70년대의 추억을 버무려 어린 시절의 향수도 느끼게 한다. 오두막 발행. 9,800원.

▲ 괴테와 다산, 통하다 / 최종고 지음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까지는 동서양 공히 근대정신이 발아되던 질풍노도의 시대였다. 당시 서양과 동양이 낳은 최고의 지성인이 독일의 괴테와 조선의 정약용이다.

괴테는 다산보다 열세 살 위. 괴테는 <파우스트>를 통해 진리와 인간성에 대하여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고 정약용은 실학사상을 통해 기존의 성리학체계를 흔들었다. 저자는 이 두 사람을 공간의 거리를 뛰어넘어 지상 만남을 주선해 두 삶을 비교한다. 괴테와 정약용은 천재성과 지적인 사유는 닮았지만 여성관, 가족관 등에서는 다른 점이 많다고 한다. 괴테는 또한 평생을 화려하게 살았고 사후에도 세계에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정약용은 말년에 박해를 당했고 서양인들은 그의 학문에 대해 잘 모른다. 저자가 ‘무관계의 관계성’을 추적한 이유다. 즉 정약용은 괴테에 못지않은 위대한 사상가였지만 우리조차도 그를 알려는 노력을 등한시했음을 자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수밭 발행.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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