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의 땅, 아프리카의 혼을 만나다

검은 돌풍이 밀려온다. 아프리카의 혼을 담은 뮤지컬 <우모자(Umoja)>가 4월 5~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7~18일 김해 문화의전당에서 공연된다.

공연은 어두운 역사를 딛고 일어선 아프리카인 특유의 신명을 만끽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자리다. 디즈니의 인기 뮤지컬 <라이언 킹>, <아이다> 등이 아프리카 음악과 리듬을 잘 살려 인기를 얻었다면, <우모자>는 접근이 다르다. ‘리듬이 곧 삶 그 자체’인 아프리카의 음악과 열정을 날 것 그대로 전해준다.

초연 당시 출연진 대부분은 정식 교육을 받지 못한 거리의 아이들.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그들이 지니고 있는 천부적인 재능과 끝없는 에너지는 <우모자>를 진짜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작품은 원시 부족사회에서부터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ㆍ인종분리)의 세월을 지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남아프리카인들의 역사를 음악과 춤에 실어 옴니버스식 일대기로 다룬다.

아프리카 드럼의 강한 울림과 특유의 에너지가 가득한 민속춤, 근대 요하네스버그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스윙재즈, 요즘 젊은이들의 그루브 리듬과 힙합, 콰이토에 이르기까지 아프리카 춤과 음악의 종합선물세트라 할 만큼 구성은 다양하고, 화려하다.

40명의 건장한 흑인 남녀가 뿜어내는 노래, 춤, 연주가 신들린 듯하다. 특히 출연자 전원이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과 함께 노래하는 가스펠 합창 장면은 공연의 백미로 꼽힌다. 핍박받던 시절 영혼을 지탱해 준 종교가 남아프리카인들의 사고와 일상에 어떤 의미였는지를 느끼게 해주는 가슴 뭉클한 장면이다.

1990년 <바오밥(Baobab)>이라는 제목으로 초연됐다. 2001년 뮤지컬의 본고장인 런던 웨스트엔드에 성공적으로 입성한 뒤 호주, 덴마크, 이스라엘, 일본, 미국 등 26개국의 나라에 아프리카의 문화를 톡톡히 전파했다. 2003, 2004년에는 전회 기립 박수 속에 국내에서도 공연됐다.

<우모자>는 스와힐리어로 ‘함께하는 정신’이라는 뜻. 아프리카의 흙먼지 날리는 거리에서 출발한 이 작품이 백인사회를 거쳐 한국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관객들의 가슴과 영혼을 하나의 감동으로 묶는 것은 변치 않는 예술의 ‘진정성’에 있다. (02) 548-4480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