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갑 지음

안방극장에서 한동안 사극 <태조 왕건>이 인기를 끌더니 얼마 전에 종영한 <주몽>이 뒤를 이었고 지금은 <대조영>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또 오는 5월에는 고구려 광개토대왕을 다룬 <태왕사신기>가 기다리고 있다. 우리 역사의 부흥기를 이끈 이들 제왕들을 한자리에 모아 비교해가며 읽을 수는 없을까.

기자 출신의 중견 소설가인 저자는 철저한 역사 고증과 현장 답사를 거쳐 독자의 그러한 갈증을 풀어준다. 덧붙여 실패한 왕들을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 의자왕 등의 일대기까지도 복원해낸다. 저자는 제왕들의 삶을 평면적으로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국리민복과 부국강병을 위해 그들이 어떤 고민을 해왔고 어떤 리더십을 보여주었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데 방점을 찍는다. 지도자의 리더십 부재로 표류하는 우리 사회에 12월 대선에서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역사를 통해 보여주는 셈이다. 마야 발행. 1만8.000원.

▲ 천재를 키운 여자들/ 잉에 슈테판 지음/ 박민정 옮김

<수학과 물리학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야심만만한 여성. 아인슈타인의 구혼을 받고 결혼. 2남1녀의 주부. 아인슈타인을 도와 상대성 이론 도출에 내조. 불화 끝에 이혼. 연구활동 접고 수학과외로 생계 유지. 둘째아들 정신병원 입원. 자신도 뇌졸중으로 쓰러져 사망. 존재의 흔적 지워짐.> 밀로바 마리치 아인슈타인의 생애다.

남편의 천재성에 가린 유능한 여성이 겪은 비운의 전형이다. 톨스토이, 헤세, 마르크스의 아내 등 이 책은 남성 파트너에 의해 이용당하거나 창의성이 파괴된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수동적인 여성 대신 남성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한 여성들을 주로 다루었다. 저자는 그래서 “시대와 관습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면 여성들 스스로가 노력해야 한다”고 결론맺는다. 그 점에서 책 제목은 ‘천재를 키운 여성들’보다는 ‘천재에 묻힌 여성들’로 하는 것이 더 정확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룸 발행. 1만3,500원.

▲ 조선의 프로페셔널/ 안대회 지음

한 분야에 빠져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경지를 구축한 사람을 우리는 프로라고 한다. 조선 시대에도 그런 이들이 있었다. 저자는 그중에서도 18세기에 국한해 그들을 발굴한다. “그래, 나는 종놈이다”고 외친 천민 시인 이단전, 검무(劍舞 )의 최고 춤꾼 밀양 기생 운심, 선비의 길을 걷다가 여행가가 된 양반 정란 등 옛 프로들의 출신도 다양하다.

신분이 미천했던 이들은 자신이 최고라는 자부심이 강했다. 평민 소년 정운창은 조선 제일의 국수가 되기 위해 10년간 바둑만을 두었다. 자부심을 꺾으려 할 때는 오기로 대응했다.

화가 최북은 아예 스스로 눈을 찌르기도 했다. 책은 문화의 정수인 기(技)와 예(藝)를 주도했지만 역사의 조명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이들의 삶을 복원해 ‘혼이 담긴’ 프로정신의 진수를 느끼게 한다. 문헌자료도 풍부하게 담아 시각적 즐거움도 곁들였다. 휴머니스트 발행.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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