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과 열기로 채워진 금요일 밤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갑자기 객석이 술렁거렸다. 마치 파도타기를 하듯 관객들이 모두 움직이며 의자를 앞으로, 옆으로 밀착시켜 무대 앞으로 바짝 모여들었다. 누구의 지시도, 부탁도 없던 일이었다. 공연 후반에 무대로 초청된 이해인 수녀는 “그 광경을 보면서 함께 가슴이 뭉클했다”고 했다.

데뷔 21년째를 맞는 록밴드 ‘부활’이 서울 서교동의 홍대 롤링홀 무대에서 또 부활하고 있다. 지난 3월23일 공연을 시작으로 한 달간 매주 금요일마다 펼치는 ‘금요 콘서트’다.

수없이 많은 팀들이 모이고 해체하기를 반복하는 가요계의 현실에서, 꿋꿋이 20년 넘게 제자리를 지켜온 끈기만으로도 그룹 부활의 저력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이승철을 비롯해 박완규, 김종서, 김재기 등 많은 실력파 스타들을 배출해 온 전력만으로도 부활의 존재는 든든하다.

이번 콘서트에는 기타 김태원, 드럼 채제민, 키보드 엄수환, 베이스 서재혁, 보컬 정동하가 호흡을 맞추고 있다. 특히 김태원은 부활의 데뷔 시절부터 함께 해온 중심축이자 부활의 명곡들을 탄생시킨 작곡가이기도 하다.

게스트로 초청된 신인가수 베이지의 감미로운 노래들로 분위기를 예열한 뒤, 본 공연은 부활의 등장과 함께 ‘아름다운 사실’, ‘네버엔딩 스토리’, ‘친구야 너는 아니?’, ‘비와 당신의 이야기’ 등 20여 곡의 명곡들로 꾸며졌다. 보컬 정동하의 가창력과 잠재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무대였다.

다소 거칠면서도 거슬림이 없는 독특한 음색, 감미로움과 슬픔, 젊은 패기와 폭발력 등을 너무나 유연하게 표현해냈다. 자신의 음색과 매력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프로의 모습이었다. 부활의 9집 앨범 타이틀 곡이었던 ‘아름다운 사실’은 첸 카이커 감독의 중국 드라마에 삽입곡으로 쓰이면서 일본 NHK방송에까지 진출한 화제작이기도 하다.

애잔한 발라드 위주로 선곡된 전반부 공연과는 달리 후반부는 비트가 강하고 경쾌한 곡들로 객석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Lonely Night’, ‘너뿐이야’ 등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해인 수녀의 시를 노랫말로 옮겨 한때 세간의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김태원 작곡 ‘친구야 너는 아니?’는 마치 새봄의 나뭇가지에 돋은 여린 새순을 보는 것처럼 잔잔하고 아름답다. 부활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대표곡 ‘사랑할수록’은 정동하의 노래로 과거의 명성과 감동이 전혀 빛바래지 않았다.

공연이 끝났지만, 관객들은 요지부동으로 앵콜을 외쳤다. 이에 대한 답가로 ‘희야’가 흘러나왔고, 그래도 열기는 계속됐다. 또다시 앵콜 시위에 마침내 부활이 들고 나온 선물은 ‘마지막 콘서트’. CD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이 곡의 실제 작곡자 김태원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노래한 것이다.

정동하가 함께 이어받아 부른 ‘마지막 콘서트’는 과거 부활 시절의 이승철이 보여준 원조 버전과는 다른 감흥과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공식적인 공연시간이 2시간30분. 하지만 그칠 줄 모른 앵콜 요구로 실제 공연은 3시간을 넘기고서야 겨우 끝이 났다. 매번 공연 때마다 벌어지는 일이란다. ‘금요 콘서트’는 13일과 20일, 두 차례 공연만 남겨두고 있다.


정영주 객원기자 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