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가지 치즈, 골라먹는 재미 '듬뿍'
그럼 다양한 종류의 치즈들을 내 맘대로 골라 맛볼 수 있는 곳은 없을까? 물론 백화점 치즈 매장에서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앉아 먹을 수 없어 집으로 가져 와야 된다. 그러고 보니 레스토랑에서 주문하면 나오는 치즈도 막상 우리 스스로 골라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저 주는 대로 먹을 뿐, 업소마다 내놓는 치즈 종류나 등급도 천차만별이다.
서울 여의도 KBS별관 뒤 롯데캐슬 아이비 1층. ‘치코 비노(CHIKO VINO)’라고 영문으로 쓰인 세련된 간판 하나가 눈에 띈다. 다름 아닌 국내에서는 거의 찾아 보기 힘든 ‘치즈 카페’다. 원하는 종류의 치즈를 맘껏 골라 사 가거나 테이블에 앉아서 직접 맛볼 수도 있는 치즈 전문 숍&카페인 셈이다.
실내 입구에 자리한 냉장 진열대에는 여러 가지 치즈들이 가득하다. 치즈의 모양과 색상, 맛, 숙성기간 등에 따라 대략 30여 가지. 모두 유럽의 대표적 낙농국가 중 하나인 네덜란드산 치즈다. ‘브리’나 ‘까망베르’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치즈가 부드러운 소프트 치즈가 대부분이라면 이들 네덜란드산은 비교적 딱딱한 하드 혹은 세미 하드 치즈가 많다.
우선 골라야 할 치즈는 고다(혹은 가우다)와 에담 치즈. 둘 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치즈로 둥그런 바퀴 모양으로 빚어져 있는 것부터 인상적이다.
이 중 외부 겉면이 진한 노란색을 띠고 있는 것이 고다 치즈. 고다는 네덜란드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진다는 치즈로 맛이 부드러우면서도 말랑말랑하다. 같은 고다 치즈인데 좀 더 딱딱하게 느껴진다면 그건 더 오랜 기간 숙성시킨 치즈다. 당연히 더 깊은 맛이 난다.
반면 에담 치즈는 외부에 빨간색 코팅이 입혀져 있다. 수분이 달아나고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역시 고담처럼 잘라 보면 안쪽은 밝은 노란색을 띤다. 그래도 고담보다는 진한 편. 작은 구멍들이 여기저기 나 있는 것도 비슷하다. 부드러운 맛에 고담보다는 맛이 강하고 깊은 편이다.
치즈 중에 특히 큰 구멍이 나 있는 것도 있다면 그건 마스담 치즈다. 스위스의 유명한 에멘탈 치즈와 비슷하다. 치즈치고 단 맛이 나는 데다 향이 넘친다. 특히 인도산 매콤한 고추를 잘게 썰어 넣은 치즈인 ‘레드핫 더치’는 매콤한 뒷맛 때문에 한국 사람들 입맛에도 딱 맞다.
이 밖에 치즈를 참나무로 훈제한 소시지 모양의 스모크드 치즈, 에담 치즈에 천연 색소를 입혀 슬라이스로 만든 미몰렛, 지방 함량을 20%로 낮춘 저지방 치즈, 아이들이 먹기 쉽도록 순하게 만든 베이비 고다, 이동 중에도 먹기 편하게 만든 스틱 모양의 고다 등 종류가 다양하다.
마음에 드는 치즈를 골라 꼭 싸가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바로 옆에 놓여진 테이블에 앉아 그 자리에서 맛볼 수도 있다. 거기에다 좋아하는 품종의 와인 한 병까지 골라 딸 수 있으니 금상첨화. 치즈 옆에는 포도향이 진한 칠레산 와인들도 가득 진열돼 있다. 날씨가 조금만 좋다면 문 밖 테라스의 테이블로 나가고 싶어진다. 마치 유럽의 노천 카페에 앉아 있다는 느낌 그대로다.
그래서 저녁시간이나 주말에는 소규모 모임이나 파티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때는 크로켓, 프리칸델, 비떠볼로 등 네덜란드식 메뉴들을 맛볼 수도 있다. 아침이나 점심 간식용으로 식빵에 치즈와 햄을 넣어 데운 ‘토스티’도 인근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메뉴 치즈는 7,000원부터, 치즈 스틱은 1,000원부터. 와인은 1만9,900원부터. 사 가든 테이블에 앉아 그 자리에서 먹든 가격은 같다. 찾아가는 길 여의도 인도네시아 대사관 건너편 롯데캐슬 아이비 1층 (02) 780-0633 |
글ㆍ사진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