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위 무쳐 보리밥 '쓱쓱'… 봄이 입속으로

머위가 뭐냐고? 나물을 무쳐먹는 머웃대? 맞는 말이다. 줄기를 모아 묶어놓은 것을 삶아 무치면 색깔이 파르스름하고, 맛이 쌉싸래한 나물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머위의 줄기로 만든 나물이다.

이 정도면 ‘아, 그것!’ 하고 무릎을 칠 만한 머위를 막상 꽃이랑 함께 아는 이는 흔치 않다. 이른 봄에 산의 가장자리나, 인가와 농로 주변에 물이 꿀쩍하니 흐르는 곳의 양지바른 땅에 쑥 올라와 피는 머위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제주도를 비롯한 남쪽에서 주로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중부 지방에서 아예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개성 넘치는 머위는 봄이 오면 꽃이 먼저 핀다. 겨울이 그리 매섭지 않은 남쪽 섬에 가면 11월과 12월에도 성급하게 피는 꽃송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연한 녹황색의 꽃송이들은 모양이 아주 독특하다.

국화과의 특성에 맞게 꽃이라고 알기 어려운 작은 꽃들이 모여 비로소 작은 머리모양의 꽃차례를 이루며, 이들이 다시 둥글게 모여 인형머리만큼 큼직한 꽃차례를 또 만든다. 그 밑에는 잎처럼 생긴 것이 차례로 달리는데, 꽃차례를 싸고 있는 포라고 부른다.

화려한 꽃잎이 두드러지지 않은 탓에 은은하고 독특하다. 꽃이 질 무렵 꽃자루는 듬성듬성 나기 시작하여 이내 마구 올라와 주변 땅을 덮고 무릎 높이까지 자란다. 잎은 자루가 길고(우리가 나물로 먹는 부분) 그 끝에 아주 큰 콩팥모양의 잎이 달린다. 다 자란 잎의 지름은 15~30cm 정도 되고 잎자루는 50~60cm까지 자란다. 잎 가장자리에는 불규칙하고도 심하지 않은 결각이 있다. 자루의 굵기는 어른 손가락 정도 된다.

중북부 지방에서 아주 드물게 볼 수 있는 개머위 (Petasites saxatile)는 잎도 키도 작으며, 모여 피는 꽃차례의 수도 적은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 남쪽에만 자라며, 노란 꽃이 화려하여 관상용으로 좋은 털머위도 있다.

머위를 두고 제주도에서는 꼼치, 영남 지방에서는 머구, 강원도 일부 지방에서는 머우라고도 한다. 사람과 친하게 지냈으니 이름이 다양한 것은 당연하다. 학명은 페타시테스 자포니쿠스(Petasites japonicus)에서, 속명은 차양이 넓은 모자를 뜻하는 희랍어 페타소스(petasos)에서 유래되었다. 물론 넓은 잎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대표적인 쓰임새는 식용이다. 잎자루는 삶아서 물에 담궈 아릿한 맛을 우려낸 후 껍질을 벗겨 간을 해서 먹는다. 잎은 우려서 나물, 볶음, 장아찌, 조림, 정과로 만들기 등으로 다양하게 요리해 먹는다. 꽃송이는 찹쌀을 무쳐 튀겨먹어도 좋고, 된장에 묻어 두었다가 먹기도 한다.

특별히 영양가가 높은 것은 아니지만 칼슘, 인, 아스코르빈산 등 무기염류가 많으니 봄에 먹으면 몸이 나른하고 늘어지는 것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알카리성 식물로 열량이 적어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관심을 끌고 있다.

또 특히 머위로 만든 가장 독특한 음식은 머웃대 껍질을 벗겨 들깨를 갈아 함께 끓이는 탕인데, 별미로 이름이 높다. 차나 약술로 담궈도 좋다. 주로 꽃봉오리를 이용한다.

한방에서는 봉두채(蜂斗菜)라 하여 약으로도 쓴다. 유럽에서 자라는 머위는 항암 치료약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밖에 먹지 않고 벗겨서 버리는 머위 잎자루 껍질은 방부 효과가 있다. 산나물 등을 염장할 때 이것을 함께 넣고 절이면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