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소재 오락 프로그램에 모아지는 시청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지난해 가을 지상파 방송3사가 경제와 재테크를 소재로 한 오락 프로그램을 연이어 선보인 가운데 현실성 없는 내용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연예인들의 신변잡기적 내용과 일반 시청자로서는 생각하기 힘든 재테크에 대한 사연을 중심으로 소개해 공감이 아닌 반발을 사고 있다. 수십억원의 부를 쌓은 연예인들의 사연으로 인해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지적도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있다.

KBS 2TV <경제 비타민>,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경제야 놀자>, SBS <잘살아보세> 등이 경제 및 재테크를 소재로 한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이들 중 <잘살아보세>는 일반인을 출연시켜 경제 생활의 문제점을 파악한 뒤 전문가의 진단과 조언으로 꾸며지는 점에서 시청자들에게 비교적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그러나 <경제 비타민>과 <경제야 놀자>는 연예인 중심으로 내용을 꾸미다 보니 지나치게 흥미위주로 흘러가는 우를 범하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재테크 노하우를 일러주기보다 화려한 연예인의 삶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꾸며져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경제 비타민>은 수십억원의 재산을 모은 연예인들을 소개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려 하고 있다. 매회 수십억원의 재산을 모은 연예인의 사연을 소개하고 비결과 그 과정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룬다. 이들의 사연은 재미있긴 하지만 일반 시청자 입장에선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들릴 뿐이다.

때때로 손쉽게 번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고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된다. 연예인의 신변잡기적인 재미는 있지만 정작 프로그램의 소재인 경제와 재테크에 대한 부분은 핵심에서 동떨어져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경제야 놀자>는 한 술 더 뜬다. 연예인의 집과 소장품 구경으로 꾸며질 뿐 정작 재테크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연예인의 화려한 집과 고가의 소장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잠시 신기한 시선을 보내게 되기도 하지만 이내 좌절감으로 돌변하게 된다.

수백만원짜리 구두, 수천만원에 달하는 장난감 등 일반 시청자들은 선뜻 만져보기 힘든 물건들이 위화감을 조성한다. 엄청난 부를 쌓은 연예인의 집과 소장품을 보여줘 서민 시청자의 기 죽이기를 꾀하는 건 아닌지 의문스럽다.

이들 경제 소재 프로그램이 귀띔해 주는 재테크 노하우에 비현실성에 대한 지적도 자주 제기되곤 한다. 이들 프로그램은 경제 전문가를 초빙해 노하우와 비법을 소개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일반화한 방식으로 시청자 전반에 걸쳐 공감을 얻긴 힘든 내용들이라는 이야기다.

시청자에 따라 수입에서부터 성향, 가족 구성원 등 다양한 상황의 차이가 존재함에도 일반화된 재테크 방안 제시는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초빙된 재테크 전문가가 소속 회사의 상품 홍보에 치중한다는 비난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 및 재테크 소재 오락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에게 지금껏 알지 못하던 경제 지식을 알려 주고 낭비를 줄이도록 유도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전해주고 있다. 물론 이는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요즘 경향은 본말이 전도돼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보의 제공을 취지로 한 당초 목적은 뒷전으로 밀리고 연예인의 신변잡기 소개를 통한 흥미 추구가 전면에 부각된 듯한 분위기다. 그 과정에서 상당수 시청자들은 ‘부자 연예인을 통해 시청자를 바보로 만들고 있다’고 불쾌해하기도 한다. <경제 비타민>의 김호상 PD는 “프로그램 정착기이다보니 흥미 위주의 내용을 많이 다룬 건 사실이다.

앞으로 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경제 아이템을 발굴해 집중적으로 다루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경제 소재 프로그램의 범람은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인식을 심화시키고 있는 점에서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제작진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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